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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09 20:58 수정 : 2009.03.10 09:25

현대·기아차 전세계 판매량 추이

정몽구 회장 ‘취임 10년’ 명암은…
10년만에 매출 2배…MK 올 자동차업계 파워 6위로
국내시장 80% ‘독점’…가격·서비스 국외보다 못해

현대차가 요즘 미국 시장에서 제이름을 찾고 있다. 미국 진출 20년 동안 항상 ‘횬다이’로 불려온 현대차가 ‘It’s Hyundai, like Sunday’(현대입니다. 선데이처럼 발음하세요)를 카피로 한 광고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제네시스의 북미 ‘올해의 차’ 수상과 현대·기아차 시장점유율 7% 돌파 등으로 위상이 달라지고 있는 현대차의 단면 중 하나다. 그리고 그 변화의 가운데 엠케이(MK, 정몽구 회장의 로마자 머리글자)가 있다.

정몽구 회장이 현대·기아차의 회장으로 취임한 지 10일로 딱 10년째다. 그 사이 현대·기아차는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자동차 시장이 극심한 침체에 빠져 있는 올해도 현대·기아차는 비교적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대차 내외부에서는 그 비결을 ‘품질’을 강조해 온 엠케이의 ‘뚝심경영’에서 찾는 목소리가 높다.

■ 품질경영으로 폭발적 성장 최근 정 회장은 미국 자동차전문지 <모터트렌드>가 발표한 ‘2009 글로벌 자동차업계 파워리스트 50’에서 지난해보다 41계단이나 뛰어오른 6위에 올랐다. 최근 현대·기아차의 약진에 따라 기업과 경영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분이다.

정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현대차 쪽은 뚝심경영으로 설명한다. 정 회장이 가장 중시해 온 품질이 그 극명한 예다. 정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자나깨나 품질을 강조했다. 매월 품질 관련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한 현대차 고위임원은 “다른 건 다 넘어가도 품질이 떨어진다는 소리만 나오면 불호령이 떨어져 현장에서는 품질에 관해서는 죽기살기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1998년 257점(점수가 낮을수록 품질이 좋다는 의미), 당시 세계 자동차업계 평균의 69% 수준에 불과했던 제이디파워의 초기품질지수가 2004년 102점으로 내려가 도요타(101점)를 따라잡은 것도 이 덕분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현대차그룹의 확고한 1인지배 체제와 ‘시키면 무조건 한다’는 현대식 사고방식이 결합해 이뤄낸 성과라고 평하기도 한다.

그 덕분인지 10년 동안 현대·기아차의 실적은 계속 수직상승했다. 판매대수는 1999년 202만대에서 2008년 418만대로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국외시장 판매 비중은 70% 이상으로 높아졌다. 매출은 현대차가 1999년 14조2450억원에서 2008년 32조1890억원, 기아차는 1999년 5조1149억원에서 2008년 16조1149억원으로 치솟았다.


현대·기아차 미국시장 점유율 추이
■ 총수경영·독점체제의 그늘 하지만 현대·기아차가 정 회장 ‘1인 지배 체제’로 운영되는 측면이 많은 점, 그리고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80%에 육박하면서 사실상 ‘독점체제’가 된 점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다.

우선 현대·기아차가 사실상 독점업체로 군림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을 역차별하는 현상에 대한 반감이 높다. 가장 좋은 예가 미국에서 적용하는 ‘10년 10만마일’ 보증이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일반부품의 경우 5년 6만마일, 엔진과 변속기 등 구동계열은 10년 10만마일(16만㎞)을 보증해 준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구동계열 보증이 주요 차종의 경우 5년 10만㎞, 일부 차종은 3년 6만㎞에 불과하다. 최근 미국에서 시작한, 실직한 경우 3개월 할부금을 대신 내주는 ‘어슈어런스 플러스’ 등의 혜택은 ‘언감생심’이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현대·기아차가 독점적 지위를 행사하면서 가격이나 서비스 모든 면에서 국내 자동차 이용자들은 사실 ‘봉’ 취급을 당해 온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 중심의 총수 경영체제에 대한 우려도 높다. 최근에는 최고 의사결정이 본사가 있는 양재동이 아닌 한남동(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 사위인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과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 등이 모두 한남동에 산다)에서 이뤄진다고 할 정도로 가족 경영이 강화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안수웅 엘아이지투자증권 센터장은 “지금까지는 정 회장의 방침이 훌륭한 성과를 거뒀지만 앞으로 생산설비 확장 위주의 성장계획은 한계를 보일 것”이라며 “현재 정 회장의 지분율이 낮아서 생기는 경영시스템의 불안을 정비하고 앞으로 새로운 경영체제를 확립하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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