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공장별 생산 차종 현황
|
생산성 저하·노-노 갈등 해소 돌파구 찾아
혼류생산 협조 약속…“탄력적 생산체제 갖춰”
현대차 노조가 그동안 생산성 저하와 노-노 갈등의 불씨가 돼온 공장간 물량나누기에 합의했다. 또 한 생산라인에서 여러가지 차량을 생산하는 혼류생산에도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 회사 쪽은 현재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소형차의 생산을 늘려 경기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반색했다.
윤해모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은 19일 담화문을 통해 “조합원의 고용안정을 위해 공장간 물량나누기 합의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합의의 주 내용은 울산 3공장에서 생산하는 아반떼를 2공장에서 공동 생산하는 것이다. 지부 쪽은 앞으로 개발되는 신차량을 공장별로 투입할 것도 함께 합의했다.
윤 지부장은 “국내공장의 물량 문제는 임금의 문제를 넘어 고용 문제가 되고 있다”며 “더 이상 물량 문제로 우리 내부가 갈등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은 노조의 반대 때문에 한 차종의 수요가 크게 늘어서 생산을 확충할 필요가 있을 때에도 이 차를 다른 공장에서 생산할 수가 없었다. 예를 들어, 현재 울산 3공장에서 생산하는 아반떼와 i30는 국내외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덕에 3공장에 일하는 노동자들은 하루 10시간을 일하면서 주말 특근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공장 노동자들은 수요가 준 탓에 하루에 8시간만 일하고 특근도 하지 못하는 상태다. 일주일이면 근무시간이 15시간 넘게 차이가 난다. 현대차 생산직은 시급을 기반으로 임금을 받기 때문에 한달 임금으로 치면 10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그나마 3공장을 뺀 다른 공장들은 2월 말~3월 초 공장을 아예 쉬어 임금의 70%밖에 못받기도 했다. 노-노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현대차지부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자 지난해 물량대책위를 조직해 논의를 계속해 왔으나 3공장 대의원들의 반대로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지는 못해왔다. 하지만 2공장에서 생산하는 아반떼 물량을 3공장 직원들의 생활임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정하기로 약속하면서 타협을 이뤄냈다.
윤 지부장은 “경기변동에 대처해 나가기 위해 다차종 생산체제 설비를 구축해야 한다”며 혼류생산에 대한 협조의사도 분명히 했다.
현대차는 이런 노조의 합의가 그동안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주범으로 꼽혀온 물량조절과 혼류생산 문제 해결에 물꼬를 튼 것으로 보고 환영하고 나섰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노조의 결단 덕분에 현대차도 탄력적인 생산체제를 갖춰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사전문위원을 지낸 한국노동교육원 박태주 박사는 이번 합의에 대해 “공장간 노동시간 나누기라는 연대를 이뤄내면서 생산의 유연성을 확보했다”며 “특히 현대차가 세계시장에서 강점을 가진 중·소형 차량의 생산물량을 확보해 경기침체에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