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16 14:52
수정 : 2006.01.16 14:52
할인경쟁…무사고 운전자 꺼려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영업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손해율(수입 보험료 대비 지급 보험금 비율)이 치솟아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비명'을 지르면서도 각종 할인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장기 무사고로 할인율이 높은 운전자는 보험료를 적게 낸다는 이유로 가입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작년 12월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가마감한 결과, 제일화재는 93.1%, 신동아화재와 교보자동차보험은 각각 94.0%, 그린화재는 94.9%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화재는 90%대 중반, 메리츠화재는 9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등 대부분 회사가 90%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작년 11월 업계 평균 82.8%에 비해 높은 것은 물론 2004년 12월과 비교해 회사에 따라 최고 20%포인트 가량 치솟은 것이다. 손해율은 2005 회계연도 첫 달인 4월에는 대부분 70%대 초반에 머물렀지만 8~9월 기점으로 급등하기 시작했다.
2005 회계연도 들어 11월까지 업계 누적 손해율은 74.8%로 전년 동기보다 2.3%포인트 상승했다. 연간 손해율이 1%포인트 올라가면 손보사들의 순이익이 800억원 가량 감소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이미 1천800여억원의 손실을 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손보사들은 작년 12월에 각종 할인 제도를 도입하며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였다. 대한화재는 30세 이상~47세 이하 운전자 연령 한정 특약을, 동부화재는 35세, 43세, 48세 연령 한정 특약을 신설했다. 연령 한정 특약은 그 연령대의 운전자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깎아주는 것이다.
또 메리츠화재와 제일화재는 소형차와 중형차의 배기량별 보험료를 세분화하는 방식으로 보험료를 인하했고 온라인 보험사는 자동기변속기 장착 차량 등의 보험료를 내렸다. 손보사들은 한편으로 무사고 경력이 길어 보험료 할인 폭이 큰 타사 운전자가 자사로 계약을 옮기는 것을 꺼리고 있다.
한 대형사는 최근 대리점과 보험설계사에 대한 모집 수수료 체계를 바꿔 보험료 할인율이 30% 이하인 운전자를 유치할 경우에 기본 수수료에 보험료 기준 2.5~5.0%의 수수료를 얹어주는 `우량 성과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할인율이 30%를 넘는 운전자를 유치하면 추가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 할인율이 높아 보험료를 적게 내는 고객은 받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사가 이처럼 수수료 지급 기준을 바꾸자 2~3개사를 제외하고 비슷한 방식으로 수수료 체계를 뒤따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손해율 악화에는 보험 가입자의 교통사고 급증, 소액 사고의 보험 처리 증가, 온라인 보험시장의 확대 등에 큰 원인이 있지만 그동안 가입자 유치를 위해 할인 경쟁에 치중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에 따라 보험사들인 보험 인수 지침을 강화하고 모집인에 대한 수수료 체계를 바꾸고 있다"며 "그러나 이것만으로 손해율을 떨어뜨리는데 역부족이라고 판단해 5% 안팎의 보험료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만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문성 기자
kms1234@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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