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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23 18:40 수정 : 2006.08.23 18:40

김재섭 경제부 정보통신전문기자

김재섭 기자의 @어바인 통신

교민들을 만날 때마다 “힐리오 어때요?”라고 묻는다. 우리나라 통신업체들의 해외투자 건 가운데 단일 규모로는 가장 큰 ‘힐리오’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힐리오는 우리나라 에스케이텔레콤과 미국 어스링크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미국 이동통신 회사의 이름이자, 이 업체가 제공하는 이동통신 서비스 브랜드다. 에스케이텔레콤은 힐리오에 4500여억원을 투자했다.

힐리오는 지난 5월1일 서비스에 나서 교민 상대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광고도 한국방송과 한글 신문에 주로 한다. 교민들은 힐리오 광고가 그동안 부동의 1위였던 대한항공을 앞질렀다고 말한다.

힐리오는 한글 단말기를 사용하고, 한국 이동전화 이용자들과 한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고 광고한다. 무선인터넷을 통해 한국 노래를 내려받아 듣고, 한국어로 된 뉴스를 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하지만 힐리오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아직은 시원찮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4개월째지만 가입자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힐리오 관계자는 가입자 수를 묻는 질문에 “아직은 밝힐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얼바인에 있는 유니하이(고등학교)에서 만난 한인 학생들은 “미국의 다른 이동통신 서비스와 비교해 값이 비싸다”고 지적했다. 한 학생은 “힐리오에 가입하려고 갔다가 단말기 값으로 250달러를 내라고 해서 다른 것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다른 업체 서비스를 이용하면 단말기를 공짜 내지 수십달러(수만원)에 손에 넣을 수 있다. 정액제와 종량제를 혼합한 형태로 부과되는 요금 역시 상대적으로 비싸다. 한국 노래를 들으려면 곡당 1.5~2달러를 따로 내야 한다.

인터넷 때문에 힐리오의 장점이 와 닿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인터넷 전자우편이나 쪽지·채팅 서비스면 충분하다. 한국 노래 역시 인터넷을 이용하면 곡당 200~400원에 내려받을 수 있다. 교회나 엘에이 코리아타운에서 만난 한인들은 “미국에 갓 온 사람들은 미국 생활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가능하면 영어 단말기를 사용하려고 하고, 미국 생활에 적응한 뒤부터는 한글보다 영어를 편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한글이 더 익숙한 어른들은 음성통화 기능 한가지면 돼 비싼 힐리오를 쓸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한인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힐리오가 교민들의 커뮤니케이션 수단 이용 행태에 대한 충분한 조사 없이 교민들을 1차 공략 대상으로 삼아 서비스를 시작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에스케이는 베트남에서도 통신망을 주요 도시에만 깔아 서비스를 제공하다 명절에 고향을 다녀온 가입자들로부터 “왜 우리 고향에서는 전화가 걸리지 않느냐?”는 항의를 받고 통신망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추진되는 에스케이의 해외투자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를 담고 있다. 국민의 주머니에 의존하는 기업이란 이미지를 벗자는 것이다.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국 사람이 아니라 미국 소비자의 눈으로 힐리오를 평가해볼 것을 권한다. 교민은 미국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김재섭 경제부 정보통신전문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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