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04 20:15
수정 : 2007.06.0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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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 경제부 정보통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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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는 ‘내가 쓰는 이동전화 요금 적절한가?’란 주제의 토론회가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 주최로 열렸다. 정보통신부 장석영 통신이용제도팀장과 한국소비자보호원 나광식 박사가 각각 정부와 이용자 쪽을 대표해 이동전화 요금과 관련해 주제 발표를 했고, 서울와이엠시에이 시민중계실 김희경 팀장과 녹색소비자연대 전응휘 이사, 각 이동통신 업체 임원들이 토론을 벌였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 날 토론회에서도 정부 및 이동통신 업계와 이용자 쪽이 나뉘어 공방을 벌이는 모습이 재연됐다.
정부와 이동통신 업계는 이동통신 산업 발전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 요금 인하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미 많이 내렸지 않느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이동전화 요금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의 76%, 문자메시지 요금은 50% 수준에 불과하다며, 통신비 부담이 커진 것은 비싸서가 아니라 너무 많이 이용해서라는 주장도 폈다. 이동전화 요금은 업체 자율에 맡겨야지,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쪽이 정부에 압력을 가해 내리게 하는 방식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이용자 쪽은 말도 안되는 주장과 논리라고 반박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나광식 박사는 “이동전화 요금 규제 정책이 생산자(이동통신 업체) 쪽에 기울어 있고, 소비자 이익은 반사적인 효과로만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신시장 유효경쟁 정책에 대해서도 “‘경쟁자’(이동통신 업체) 보호가 아닌 ‘경쟁’을 보호하는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이동통신 업체들이 요금인하를 거부하는 논리로 사용하는 ‘투자 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 재원을 지금 세대의 희생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용자는 투자자가 아니라 서비스 평가자이고, 요금은 투자재원 조달 수단이 아니라 과거 투자에 대한 보상 수단”이라며 “신규 서비스에 대한 투자 재원은 주주로부터 조달돼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동통신 시장에 대한 유효 경쟁 정책이, 이동통신 업체 보호 함정에 빠졌다는 지적은 그동안 학계 전문가들 쪽에서도 가끔 제기돼 왔다. 시장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유효 경쟁 정책을 펴다보니 ‘주자 보호’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여년 동안 정부는 “신규 서비스에 필요한 재원 마련이 힘들고, 후발 업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통신 이용자들의 요금인하 요구를 거부하거나 인하 폭을 최소화했고, 그 덕에 선발업체들이 꾸준히 큰 이득을 누리고 있다.
가끔 들리는 학계와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술자리 주장’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다음 날 맨 정신으로 다시 물으면 꽁무니를 뺐다. 전화를 걸어 “혹시 어제 술자리에서 한 얘기를 기사화하더라도 나와, 우리 조직의 이름은 거론해선 안된다”고 요청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동전화 요금인하 논쟁이 벌어진 참에, 통신 유효경쟁 정책과 통신업체 보호 함정의 상관관계를 함께 따져보는 게 어떨까. 맨 정신으로.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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