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4.24 18:27
수정 : 2005.04.2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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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방향으로) 프라이드, 클릭, 쏘나타, 쎄라토, 에스엠3, 뉴아반테X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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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시대 연료비 절약 가능하고 연비 높아
초기구입비 휘발유차에 견줘 200∼300만원 비싸
업체들 “2∼3년 탄다면 상쇄효과 있어 경제적”
소음과 진동문제 단점…소비자 반응 예의주시
‘고유가 시대에 연료비는 좀 절감하겠지만, 차 값이 비싸서….’
디젤승용차 시대를 눈앞에 둔 요즘 회사원 김정원(37)씨는 고민에 빠졌다. 10년이 다된 중고 휘발유승용차를 몰아온 그는 갈아탈 새 차를 디젤승용차로 선택하는게 합리적인지 망설이고 있다. 김씨는 “디젤차가 휘발유차에 비해 연비가 좋고 엔진 힘도 좋다지만, 초기 구입 비용이 만만찮고 경유와 휘발유 가격차가 줄어들고 있어 결정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달부터 국산 디젤승용차가 줄줄이 나올 예정이다. 연말까지 10종 가까이 쏟아진다. 하지만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에 경유값도 오르면서 디젤승용차를 기다려왔던 사람들의 고민은 그만큼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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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차 나오나=지난 7일 리오 후속 모델인 프라이드를 출시한 기아차가 다음달 중에 디젤 엔진을 장착한 프라이드를 선보인다. 기아는 프라이드 말고도 준중형급인 쎄라토(5월)와 옵티마 후속 모델(연말)에 디젤 엔진을 얹어 내놓을 예정이다. 쎄라토에는 현대차가 유럽에 수출하는 ‘클릭’(수출명 겟츠) 에 장착한 것과 같은 1500㏄ 디젤 엔진이 장착된다.
현대차도 올해 4개 차종의 디젤 승용차를 준비하고 있다. 다음달 뉴아반떼엑스디(XD) 디젤 모델을 내놓는 것을 시작으로, 베르나 후속 모델인 ‘엠시’(10월), 쏘나타·클릭(12월), 라비타 디젤차가 뒤를 이을 전망이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그랜저엑스지(XG)와 에쿠스 등 대형 디젤차도 검토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12월쯤에 에스엠3 디젤 모델을, 지엠대우는 내년 상반기 중에 라세티와 매그너스 등 일부 차종에 디젤 엔진을 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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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승용차 살만한가=디젤차는 휘발유차에 견줘 유지비가 싸고, 차량의 힘이 좋은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휘발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경유 가격 때문에 경차보다 연료비가 적게 드는 모델도 나올 예정이다.
문제는 초기 구비 비용이 휘발유차에 견줘 200만~300만원 비싸고, 최근 경유값도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 부담이다. 차 값이 오르는 이유는 새로 개발한 첨단 디젤용 엔진이 장착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에너지세제 개편안에 따라 휘발유값 대비 경유값은 올해 75%, 2007년 7월부터는 85%까지 좁혀진다.
완성차 업체들은 이런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디젤승용차의 매력은 여전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아차는 프라이드 디젤 모델을 보기로 들어, 자동변속기 기준으로 연비가 1ℓ당 16.9㎞로 경차보다 약간 좋으며, 수동변속기 연비도 20.5㎞에 달해 경제성이 탁월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기아는 앞으로 경유값이 정부 발표안대로 오른다고 하더라도 같은 배기량의 휘발유 차량보다 연간 80만원 가량의 유류비 절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현재 수준의 경유값으로 계산을 하면, 올해 배기량 1500㏄급 프라이드 디젤승용차(수동변속기 기준, 연비 20.5㎞/ℓ)를 구입해 1년 동안 2만㎞를 운행한다고 가정할 때 연료비는 102만원이 든다. 똑같은 조건에서 동급 휘발유차(〃, 연비 14.5㎞/ℓ)의 연료비 193만원에 견주면 1년에 90만원 정도 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아차 관계자는 “경유값이 지금보다는 오르지만 그래도 휘발유보다는 15% 정도 싸다”며 “초기구입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2~3년 정도 차를 타면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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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진동 괜찮을까=디젤차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돼온 것은 소음과 진동이다. 승차감도 좀 떨어진다. 이 때문에 유달리 정숙성을 선호해온 우리나라 운전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관심거리다. 현대·기아차 쪽은 “승용디젤 엔진을 개발하면서 이런 운전자들의 정서를 감안해 소음과 진동을 줄이는데 특히 신경을 썼다”고 밝혔으나, 이 역시 소비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환경적인 측면에서 보면, 디젤차는 오존층 파괴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휘발유 차량에 견줘 적게 배출하지만 질소산화물을 더 많이 내뿜는 것이 흠이다.
완성차 업계에서도 이런저런 변수로 당장 디젤승용차 시장이 붐을 이룰 것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모델이 쏟아지면서 디젤 차종의 진가가 조금씩 드러날 경우 확산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유가 행진 등의 요인으로 멀지않은 시기에 첨단 기술을 적용한 디젤 모델들이 각광받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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