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11 18:53
수정 : 2005.02.11 18:53
신청자 지난해 1만명 넘어…통합도산법 제정 지연
지난해 9월 개인회생제 시행을 계기로 개인파산 신청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40년이 넘어 시대에 맞지 않는 개인파산 관련 법 조항은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이런 문제점을 개선한 통합도산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2월 임시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통합도산법에 앞서 현행 파산법의 개인파산 부분만을 떼어내 먼저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앞으로 더 급증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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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파산 급증 추세=11일 대법원이 전국 법원의 개인파산 신청 건수를 집계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개인파산 신청 건수는 모두 1만2373건으로 전년(3856건)의 3배를 넘었다. 해마다 20만건이 넘는 일본이나, 100만건을 웃도는 미국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개인파산제가 우리 사회의 공적 채무조정 장치로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개인파산의 증가는 사회 전체적으로 안고가기 힘든 채무를 덜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오명근 변호사(희망법률사무소)는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 등 공적 채무조정이 원활해야 은행 등의 사적 채무조정도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사회 전체의 채무조정이 빨라진다”며, “신용불량자의 상당 수가 사실상 파산 상태임에 비추어 볼 때 앞으로 개인파산 신청자 수는 급속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962년에 제정돼 42년을 넘은 현행 파산법의 개인파산 관련 규정은 지나치게 경직돼 있어,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컨대 △파산과 면책을 분리해 파산선고를 받아도 채권추심이 계속되는가 하면 △파산 비용이 60만원을 넘어 비싸며 △파산시 보증인이 보호받지 못하는 등의 문제점이 적지 않다.
민주노동당 “즉시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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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파산 조항 우선 개정 필요”=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현재 추진 중인 통합도산법(개인회생·파산, 기업도산 등 포함)의 개인파산 조항에 △파산과 면책 동시신청 가능 △면책 결정까지 강제집행·가압류 금지 △최저 주거비 보장 및 6개월간 생계비 보장 등의 개선안을 담았다. 그러나 통합도산법은 조항만 600여개가 넘어 방대한 분량인 데다가 기업파산 조항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대립으로 아직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의 안건에도 오르지 못했다.
정부는 2월 임시국회 회기 중에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검토하는데만도 물리적 시간이 빠듯하다는 게 국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달안에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6개월의 경과기간을 두고 있어, 개인파산 활성화를 지연시킬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통합도산법 제정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개인회생처럼 개인파산도 관련 조항을 파산법에서 떼어내 우선 개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2일 노회찬 의원 등 소속 의원 10명 전원이 공동 발의해 현행 파산법의 개인파산 부분만 개정해 즉시 시행하자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선근 민노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은 “개인파산제는 소득과 재산 등 자기 능력으로는 빚을 갚기 어려운 과중채무자들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제도”라며, “개인파산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통합도산법에 앞서 현행 파산법의 관련 조항을 떼어내 즉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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