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컨소시엄 만들어
1조5천억~2조원 점쳐져
독과점 문제 ‘복병’될 듯 국내 대표적인 소주업체 진로를 인수하기 위한 경합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진로 매각주간사인 메릴린치증권이 14일 인수의향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롯데와 씨제이, 두산, 하이트맥주, 대한전선, 대상, 동원, 무학 등 14곳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진로는 이 가운데 예비실사 기준에 도달한 업체를 선정해, 17일부터 다음달 29일까지 실사할 기회를 준 뒤, 30일 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오는 4월께 우선협상 대상자가 선정되면 석달간의 정밀실사를 거쳐 오는 8월쯤 본계약 체결을 하게 된다. 이후 변경된 정리계획안을 다시 작성해 채권단의 동의를 받아 법원의 인가를 받으면 인수·합병(M&A) 작업은 마무리된다. 이날 뚜껑을 연 결과, 인수 희망업체들은 대부분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가치 2조원을 평가받는 진로를 인수하려면 현금만 1조원 가까이를 동원해야 하는 등 엄청난 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롯데는 일본 아사히맥주, 씨제이는 일본 기린맥주와 제휴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컨소시엄을 꾸렸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두산은 계열사인 오리콤, 삼화왕관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며, 외국계 기업과의 컨소시엄 문제는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동원그룹은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국내외 업체로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무학도 컨소시엄으로 의향서를 냈다. 진로에 대한 인수 열기는 수도권에서 시장점유율 92%, 전국으로는 55%를 차지하고 있는 브랜드 가치 때문이다. 진로는 지난해 법정관리 아래서도 매출 7347억원에 영업이익 2219억원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진로의 매각 가격을 1조5천억~2조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으나, 더 불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번 인수전에서는 독과점 문제도 복병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기준에는 △2개 기업이 1개로 합쳐져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일 때 △2개 기업이 결합해 3위 이내에 들고, 상위 3사의 점유율이 70%가 넘으면 경쟁 제한에 해당된다. 이 규정에 따라 현재 소주 사업을 하고 있는 롯데와 두산, 하이트는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독과점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들 업체들은 독과점 문제를 피하기 위해 인수하게 되면 기존 소주사업을 정리하는 등의 방법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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