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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도안 바꾸자"…한은 위폐 방지위해 |
지난해 화폐 액면단위 변경(리디노미네이션)과 고액권 발행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화폐 변경 논란이 이번에는 화폐 도안이라도 바꾸자는 논의로 옮겨붙고 있다.
한국은행은 14일 시중에 위조지폐가 급증함에 따라 한은이 현재의 지폐 도안을 전면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자, 아직 구체적인 방침이나 계획이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필요성은 절감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유는 위조지폐 때문이다. 현재 유통되는 우리나라 지폐(1만원·5천원·1천원권)의 기본 도안은 1983년에 만든 것이다. 이후 94년과 2000년 두 차례에 걸쳐 위·변조 방지 장치가 보강된 1만원권이 발행됐으나, 문양·크기·색상·재질 등 기본 도안은 달라지지 않았다. 5천원권도 2002년에 은선을 넣은 새 화폐가 발행됐으나 역시 기본 도안은 그대로였다.
20년 넘게 같은 도안을 유지해온 지금의 지폐로는 다양한 방식으로 등장하는 위조지폐를 막는데 한계에 이르렀다는 게 한은의 생각이다. 위조지폐 제조 기술은 컬러프린터, 컬러복사기, 정밀스캐너 등의 보급으로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최근에 급증하는 5천원권 위조지폐에는 자세히 살펴야 실제 지폐와 구별이 되는 숨은그림까지 복제돼 들어 있다. 미국, 일본 등도 새 화폐에 대한 위조지폐 기술의 학습·생산 주기를 6~7년 정도로 보고 이미 몇년 전부터 위조 방지장치가 강화된 새 화폐를 찍어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화폐 액면단위 변경은 정치권과 정부가 더이상 재론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에, 위폐를 막기 위해 당장 시급한 도안 교체만이라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안 교체가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도안을 바꾼 새 화폐를 발행하려면 우선 정부의 승인과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고, 지폐 교체 방침이 확정되더라도 상당한 준비기간도 필요하다. 한은은 화폐에 들어갈 새 인물 및 문양 선정, 디자인, 인쇄 등의 작업을 마치려면 최소한 2~3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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