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어느 나라나 민감한 품목 있지 않나” 지난해 11월 이후 사실상 중단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파행 원인을 놓고 양국 정부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양쪽은 관례와는 달리 협상 과정의 비교적 세세한 부분까지 언급하며 상대방의 책임을 제기하고 있는데, 갈등 배경에는 결국 양국의 손익계산이 작용하고 있다. 신경전이 표면화한 것은 최근 한국과 일본 언론이 협상 파행의 곡절을 보도하면서부터다. 지난해 1월 이후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두 달 간격으로 열리던 협상은 올해 1월 서울에서 7차가 열릴 차례였으나, 이제껏 일정을 못잡고 있다. 여기에는 농수산물 관세철폐 품목 수를 50% 정도에서 봉합하려는 일본 정부의 ‘무성의’가 결정적이라는 게 외교통상부의 설명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지난 14일 “비공식적으로 한국은 공산품 관세철폐 품목 수를 95% 수준에서 제시했는데도, 일본은 농수산물을 50% 수준에서 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일본이 자국에 유리한 공산품 위주로 협상을 가져가려는 게 근원적 문제”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200억달러의 대일 무역적자를 기록한 상태에서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 기계·부품 등에서 적자 폭이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비교우위를 지닌 농수산물 등에서 어느 정도 만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은 농수산물은 민감한 품목이라면서, 일단 서로 관세철폐 품목안(양허안)을 교환하고 논의하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대사관 관계자는 “수준 높은 협정을 맺고는 싶지만, 어느나라에나 민감한 품목이 있는 것 아니냐”며, “한국의 일부에서는 관세를 없애면 한국 기업이 망한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가 올해 안 타결을 선언한 협상이 예상대로 진행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한국과 싱가포르의 자유무역협정이 협상 10개월만에 결론난 것과 비교하면, 한-일 협상은 꽤 장기화되는 것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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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거리는 한-일FTA |
한 “일 공산품만 열고 농산물 50% 빗장”
일 “어느 나라나 민감한 품목 있지 않나” 지난해 11월 이후 사실상 중단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파행 원인을 놓고 양국 정부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양쪽은 관례와는 달리 협상 과정의 비교적 세세한 부분까지 언급하며 상대방의 책임을 제기하고 있는데, 갈등 배경에는 결국 양국의 손익계산이 작용하고 있다. 신경전이 표면화한 것은 최근 한국과 일본 언론이 협상 파행의 곡절을 보도하면서부터다. 지난해 1월 이후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두 달 간격으로 열리던 협상은 올해 1월 서울에서 7차가 열릴 차례였으나, 이제껏 일정을 못잡고 있다. 여기에는 농수산물 관세철폐 품목 수를 50% 정도에서 봉합하려는 일본 정부의 ‘무성의’가 결정적이라는 게 외교통상부의 설명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지난 14일 “비공식적으로 한국은 공산품 관세철폐 품목 수를 95% 수준에서 제시했는데도, 일본은 농수산물을 50% 수준에서 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일본이 자국에 유리한 공산품 위주로 협상을 가져가려는 게 근원적 문제”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200억달러의 대일 무역적자를 기록한 상태에서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 기계·부품 등에서 적자 폭이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비교우위를 지닌 농수산물 등에서 어느 정도 만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은 농수산물은 민감한 품목이라면서, 일단 서로 관세철폐 품목안(양허안)을 교환하고 논의하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대사관 관계자는 “수준 높은 협정을 맺고는 싶지만, 어느나라에나 민감한 품목이 있는 것 아니냐”며, “한국의 일부에서는 관세를 없애면 한국 기업이 망한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가 올해 안 타결을 선언한 협상이 예상대로 진행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한국과 싱가포르의 자유무역협정이 협상 10개월만에 결론난 것과 비교하면, 한-일 협상은 꽤 장기화되는 것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일 “어느 나라나 민감한 품목 있지 않나” 지난해 11월 이후 사실상 중단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파행 원인을 놓고 양국 정부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양쪽은 관례와는 달리 협상 과정의 비교적 세세한 부분까지 언급하며 상대방의 책임을 제기하고 있는데, 갈등 배경에는 결국 양국의 손익계산이 작용하고 있다. 신경전이 표면화한 것은 최근 한국과 일본 언론이 협상 파행의 곡절을 보도하면서부터다. 지난해 1월 이후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두 달 간격으로 열리던 협상은 올해 1월 서울에서 7차가 열릴 차례였으나, 이제껏 일정을 못잡고 있다. 여기에는 농수산물 관세철폐 품목 수를 50% 정도에서 봉합하려는 일본 정부의 ‘무성의’가 결정적이라는 게 외교통상부의 설명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지난 14일 “비공식적으로 한국은 공산품 관세철폐 품목 수를 95% 수준에서 제시했는데도, 일본은 농수산물을 50% 수준에서 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일본이 자국에 유리한 공산품 위주로 협상을 가져가려는 게 근원적 문제”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200억달러의 대일 무역적자를 기록한 상태에서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 기계·부품 등에서 적자 폭이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비교우위를 지닌 농수산물 등에서 어느 정도 만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은 농수산물은 민감한 품목이라면서, 일단 서로 관세철폐 품목안(양허안)을 교환하고 논의하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대사관 관계자는 “수준 높은 협정을 맺고는 싶지만, 어느나라에나 민감한 품목이 있는 것 아니냐”며, “한국의 일부에서는 관세를 없애면 한국 기업이 망한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가 올해 안 타결을 선언한 협상이 예상대로 진행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한국과 싱가포르의 자유무역협정이 협상 10개월만에 결론난 것과 비교하면, 한-일 협상은 꽤 장기화되는 것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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