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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18 11:45 수정 : 2005.02.18 11:45

‘다이어트프로그래머’, ‘미스터리샤퍼’, ‘사이처’, ‘애견옷 디자이너’, ‘거짓말탐지 검사관’,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최근 몇 년간 급속한 사회 변화의 흐름을 타고 등장한 신생 직업들이다. 예컨대 서비스업계의 암행어사로 떠오른 ‘미스터리샤퍼’는 고객 만족이 기업의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나타난 직업이다. 해당 매장을 손님으로 가장한 채 방문해 직원의 서비스나 상품을 평가하는 식이다. 외식업체나 금융회사, 백화점, 병원 등에서 직원의 평가를 의뢰하는 곳이 늘고 있다고.

지난 2003년 한국산업인력공단 중앙고용정보원이 펴낸 직업사전에 올라 있는 국내 직업의 수는 총 7829개. 하지만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고, 쓸모가 없어진 직업들이 사라지는 변화는 꾸준히 진행되는 중이다. 워드프로세서나 타이피스트처럼 기능 자체가 일반화된 직업은 사라진 직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지난 1월 <신생 및 이색직업 50선>을 펴낸 중앙고용정보원의 김한준 직업연구팀장은 “웰빙 바람과 주5일 근무, 삶의 질 향상에 따라 새로운 직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고 말한다. 자유를 꿈꾸고 수평적 관계를 중시하며, 자신만의 개성을 중시하는 풍토에 따라 톡톡 튀는 이색 직업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

다이어트프로그래머, 발관리사, 푸드스타일리스트 등과 같이 시장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생겨난 직업이 있는가 하면, 관련법의 개정으로 새롭게 등장한 직업들도 눈에 띈다. 브루마스터나 장기이식 코디네이터가 대표적 사례다. 브루마스터는 주세법의 완화에 따라 소규모 매장에서 맥주 제조가 가능해지면서 생겨났고,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역시 뇌사판정 전문 기관으로 지정받은 병원의 경우 2명 이상의 코디네이터를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는 것이 법제화되면서 활성화된 경우다.


하지만 신생 직업들의 앞날이 반드시 밝은 것만은 아니다. 노동시장에서 안정적 직업으로 뿌리내릴지, 일시적 유행으로 그치면서 곧 사라질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즉흥적 도전보다는 신중한 탐색을 권한다. 은 최근 새롭게 떠오른 신생 직업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3인의 스토리에 귀를 기울여봤다.

황보연 기자 hbyoun@economy21.co.kr

이미지컨설턴트 l 정연아 이미지테크 연구소 소장

“이미지 바꾸면 생산성 올라가요”

“1960년 미국 대선에서 닉슨이 왜 케네디한테 졌다고 생각하세요?” 정연아(47) 이미지테크 연구소 소장이 대뜸 던진 질문이다. 당시 역대 선거 사상 최초로 TV토론을 벌였던 두 후보의 승부에서 케네디가 이길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정 소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원래 이미지메이킹은 정치에서 출발해요. 토론 능력이 탁월했던 닉슨도 마치 미인선발대회에 출전한 것처럼 표정과 제스처, 의상 등에 각별한 신경을 기울인 케네디를 못 당해낸 거죠. TV토론이 끝난 다음날 여론조사 결과가 뒤집어진 걸 봐도 알 수 있거든요.”

한 사람의 이미지는 표정이나 메이크업, 패션, 목소리, 화술, 자세 및 태도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이런 이미지가 개선되도록 분석하고 조언해 주는 작업이 바로 이미지메이킹 또는 이미지컨설팅이다. 정 소장은 “미국에선 컨설턴트들이 고객의 집으로 가서 직접 옷장을 열고 의상까지 골라준다”고 말한다. 때로는 어떤 옷과 액세서리가 적당한지 등을 일러주는 쇼핑컨설팅도 맡는다. 그만큼 이미지컨설팅이 활성화돼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97년 대선 이후 이미지메이킹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정 소장은 그동안 전·현직 대통령과 영부인의 이미지 자문은 물론이고, 국회의원 후보, 대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해왔다. 최근 들어선 백화점 영업사원이나 병원 간호사, 구청 공무원 등도 그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엊그제는 광주의 한 구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왔어요. 직원들이 무표정하고 딱딱한 얼굴에 불친절하다는 민원이 많이 들어오더래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구청장이 특별교육을 받게 했다는 것. 정 소장은 300명 남짓 되는 구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스마일 서약’부터 받았다. 똑같은 내용이라도 부드럽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일명 ‘쿠션언어’를 쓰라는 이야기도 건넸다.

“화장만 조금 바꾸고 머리스타일만 달리해도 훨씬 자신감을 갖게 되죠. 일종의 외면 활성화라고 할까요?” 이런 이미지의 개선이 대인관계나 리더십,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 특효약이라는 게 정 소장의 주장이다. 외적 이미지를 강화해서 내적 시너지를 끌어올린다는 일명 ‘이미지테크’도 그가 세운 개념이다. 각자의 스마일, 패션감각, 스피치, 매너 등 각 영역에서의 이미지지수를 수치화해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업체 채용 과정에서 면접이 중요해지면서, 이에 대비하려는 취업 준비생들의 방문도 잦아졌다. 면접 이미지에 대한 컨설팅을 받기 위해서다. 자세나 태도, 인사법, 표정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실제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면접에선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해요. 예컨대 당황스런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2~3초 생각한 뒤에 말문을 열면 면접관들에게 보다 신중한 사람으로 비쳐지죠.”

정 소장은 “CEO를 비롯해 임원에게 집중돼 있는 이미지컨설팅이 말단 직원들에게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직원들은 ‘움직이는 기업의 CI’이기 때문이란다. 아직 교육을 담당하는 기업체 간부들이 40대 이상의 남성들이 많아서 이미지메이킹의 중요성을 각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이미지컨설턴트들은 대략 200여명 정도. 관련 아카데미에서 3~6개월 정도의 교육 과정을 밟으면 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 단순히 외모나 표정을 바꾸는 것뿐 아니라 비즈니스 매너나 프레젠테이션, 상담스킬 등도 다루기 때문이다.

브루마스터 l 방호권 옥토버훼스트 기술이사

“장인정신으로 맥주맛에 도전장”

방호권(32) 옥토버훼스트 기술이사. 강남과 종로 2곳에 점포를 갖고 있는 하우스맥주 전문점 옥토버훼스트에서 술을 마셔봤다면, 이 사람의 얼굴을 한번쯤은 봤을 게다. 메뉴판 한가운데 방 이사의 사진과 소개가 또렷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방 이사의 직업은 독특하다. 그는 독일에서 맥주학을 공부하고 온 브루마스터(brew master)다. 일명 맥주양조사로도 불린다. 대형 맥주공장에서처럼 각 공정이 세분화돼 있는 것과 달리, 방 이사처럼 소규모 맥주 전문점의 브루마스터들은 맥주 제조의 전 공정을 총괄하는 일을 맡는다.

식품공학을 전공한 그가 독일로 맥주 유학을 떠날 때만 해도 브루마스터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이는 극소수였다. “대학 시절 외국 잡지를 뒤적이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 ‘마이크로 브루어리’(소규모 양조장)가 인기라는 기사를 접하고 눈이 번쩍 뜨이더라구요. 우리나라도 머잖아 이런 바람이 불 거라고 예감했죠.”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공교롭게도 뮌헨 공대에서 4년 반에 걸쳐 맥주양조공학 석사학위를 딴 직후인 지난 2002년, 국내 주세법이 완화되면서 소규모 매장에서도 맥주를 만들어서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90여개의 하우스맥주 전문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외국에서 브루마스터들을 초빙해 오면서 그의 몸값도 함께 뛰었다.

브루마스터가 되려면 일단 맥주를 싫어해선 안 된다는 게 방 이사의 귀띔이다. 앉은 자리에서 7천cc 정도의 맥주를 거뜬히 소화해 낸다는 그는 거의 매일 술을 마신다. 요즘도 하루에 최소한 1천cc의 맥주를 먹으면서 맛과 향을 보는 것은 물론이고 목넘김의 느낌까지 일일이 점검한다. “아침에 빈속에 맥주를 먹을 때는 정말 고역이죠. 술이 올라 벌개진 얼굴로 대낮에 다니려면 좀 민망하기도 하구요. 요즘은 익숙해져서 힘든 건 별로 없어요.”

맥주는 주 재료인 맥아와 홉, 효모균을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따라 30~40여가지의 맛이 나올 수 있다. 특히 소규모 생산에선 갓 숙성된 맥주를 손님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 맛의 신선도나 영양분이 뛰어나다. 옥토버훼스트에선 바이스, 필스너, 둥클레스 등 3가지 종류의 맥주를 제조한다. “계절과 지역에 따라 조금씩 맥주맛을 달리하죠. 예컨대 남성 직장인이 많은 종로점에선 알콜도수를 높이고 더 쌉싸래한 맛이 나도록 하는 식이죠. 여름에는 좀 더 청량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기도 해요.”

방 이사는 “갈수록 맥주의 맛과 향을 느끼려는 마니아층들이 넓어지고 있다”며 “브루마스터의 역할도 그만큼 커갈 것”이라고 말한다. 옥토버훼스트의 오픈 초기에는 얼음맥주에 익숙해진 고객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노심초사했단다. 맥주의 맛과 향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 일반 맥주에 비해 온도를 낮췄기 때문이다. “멀리서 손님들이 첫잔을 들이킬 때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봤어요. 반반이더군요. 왜 이렇게 미지근하냐고 갸우뚱하는 분들도 있었구요. 손님들과 같이 맥주를 들이키면서 연구도 많이 했죠.”

국내에서 브루마스터가 되려면, 방 이사처럼 학위를 따올 수도 있지만 도제식으로 현장 경험을 쌓아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독일 유학 시절, 가장 크게 배운 건 그 나라 사람들의 장인정신이란다. “맥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균이 들어가면 맛이 변질되거든요. 이렇게 되면 보통 1천리터씩 생산하는 맥주를 전부 쏟아버리게 되죠. 자신들이 만드는 맥주맛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더군요.”

네이미스트 l 강상만 메타브랜딩 네이밍실 팀장

“제품 매출, 내 손에 달렸소이다”

이곳에선 방 이름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인터뷰가 진행된 ‘울릉도’는 7~8년 된 책상이 너무 흔들거려 울렁댄다고 지은 이름이다. 국내 몇 안 되는 네이밍 전문 업체 메타브랜딩에서 4년째 네이미스트로 일하고 있는 강상만(30) 팀장. 그가 하는 일은 말 그대로 이름 짓기다. 대신 여간 까다롭지가 않다. 제품의 마케팅전략과 이름을 절묘하게 접목시켜 매출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브랜드 네임을 탄생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90년대 초반만 해도 네이미스트란 개념이 없었죠.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회사의 가장 웃어른인 회장님이 이름을 지어주곤 하던 시절이었니까요. 마케팅이란 개념조차 뿌리내리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초기 네이미스트의 역할은 상표등록을 해주던 변리사들이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90년대 중후반에 들어서면서 전문 네이밍업체들이 생겨났고, 광고대행사나 브랜드 컨설팅업체, 디자인업체에서도 네이밍 작업을 병행하는 일이 많아졌다.

주택공사의 ‘뜨란채’ 아파트, 현대캐피탈의 ‘클라스오토’, 대교의 유아 브랜드 ‘소빅스’, KT&G의 ‘에세 필드’ 등이 강 팀장이 만든 브랜드들이다. 한 개의 브랜드명을 짓기 위해선 짧게는 한 달, 길게는 6개월까지 걸린다. 고객사로부터 의뢰를 받으면 우선 제품 컨셉트와 마케팅전략부터 공유한다. “네이밍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꼭대기에 있어요. 필요할 때는 임원 인터뷰도 진행하면서 핵심전략이 뭔지를 파악하죠.”

그리고 나선 대대적인 조사작업에 들어간다. 경쟁 브랜드가 무엇인지, 타깃 고객층의 소비 성향은 어떤지 등을 현장 조사한 뒤에야 본격적인 네이밍에 착수한다. 보통 한 개의 이름을 짓기 위해 500~2천개까지 후보작이 나온다. 이 중 20%가 상표 검색에 들어가고, 유사 상표를 제외하면 다시 10분의 1 정도만이 최종 후보군으로 올라간다. 마지막으로 소비자 조사 결과와 고객사, 네이미스트의 의견이 적절히 조율된 단 한 개가 최종 낙점을 받는다.

강 팀장이 지난해 2개월여에 걸쳐 공을 들인 브랜드는 ‘에세 필드’다. 국내 담배 점유율 1위인 에세의 제품라인을 확장시키기 위해 나온 신제품은 기존 에세 라이트 고객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신규 고객을 끌어당겨야 한다는 특명을 안고 나왔다. “에세를 기업의 40~50대 임원이 즐겨 핀다는 데 착안했어요. 이들의 주요 관심사가 건강, 가족, 골프 등이더라구요. 필드에서 가볍게 한 대 필 수 있는 담배라는 뜻으로 에세 필드라는 이름을 붙이게 됐죠.”

강 팀장은 ‘에세 필드’를 내놓기까지 하루에 2갑씩 담배를 피웠다고 한다. 그것도 국산, 외산을 가리지 않고 길고 가느다란 담배만 골라서 피웠다. 이름은 상품의 본질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고, 그러려면 먼저 그 상품을 확실히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란다. “다양한 제품에 이름을 붙이려면 창의성은 기본이고 사고가 유연해야 해요. 정보통신쪽 제품 이름을 지을 때, 패션잡지를 보면서 영감을 얻기도 하는 정도의 유연성이 필요하죠.”

전문 네이미스트들이 하는 네이밍 작업은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진다. 제품 브랜드뿐 아니라 아예 기업의 사명을 새로 만들거나 언론매체의 이름을 지어주기도 한다. 동원F&B, 인티즌, 그린화재, <매경 이코노미>, RTV 등도 메타 브랜딩의 작품이다. 이 밖에 영국에서 건너온 텔레토비 형제들의 이름을 현지화시키기도 했다. 뚜비, 나나, 뽀, 보라돌이 등은 한국방송(KBS)의 의뢰를 받아 지어준 이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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