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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18 14:02 수정 : 2005.02.18 14:02

Career Column

다이어트 때문에 다들 신경 곤두서 있는 단어, ‘칼로리’(cal)의 뜻은 이런 것이다. 14.5∼15.5℃의 물 1g을 1℃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 물 1kg을 데우는 데는 1kcal가 들고, 1kcal가 있으면 물 1kg을 데울 수 있다.

그러면 이건 어떨까? 1kcal의 열량을 투입하기는 하는데, 아주 조금씩 24시간 동안 한다면. 말하자면 라이터 하나로 주전자 물을 데우는 것이다. 불꽃은 작지만 아주 오랫동안 켜놓고 있으면 아무튼 1kcal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이론적으로는 그렇게 해도 물은 끓는다. 어쨌든 필요한 것은 1kcal이고, 라이터 하나로도 절대 필요 총 열량에는 도달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일은 가능하지 않다. 라이터가 공급하는 열 공급 속도보다, 주변 찬 공기에게 열을 끊임없이 뺏기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이터로 물을 끓이다가는 물은 끓지 않고, 그냥 손만 덴다. 물은 열 공급 속도가 유출되는 열의 속도를 앞지를 때 비로소 끓기 시작한다.

아주 이상한 경우가 아니라면 직장인들은 끊임없이 노력하기 마련이다. 이미 정글 법칙에 노출됐고, 노력이라도 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열심히 뛰어다니는 것은 기본, 경우에 따라서는 호숫가나 나무 위에서 밤을 새워 길목을 지키는 나름의 꾀도 발휘해 본다. 그러나 엄청나게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사냥에 성공해 먹잇감을 입에 물고 뿌듯하게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절대적인 수치만 채웠다고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것이라면 노력처럼 쉬운 것도 없다. 어찌됐든 하기만 하면 되고, 오늘 경험한 것이 아니라면 내일 하면 되고, 오늘 실패하면 내일을 기약하면 그뿐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만의 꿈을 평생의 업을 통해 성취해도 좋은 느긋한 입장이 아니라면, 다만 노력하는 것으로 충분하리라고 예상하는 것은 안일함의 극치다.


미국계 소비재 프랜차이즈업체 국내 영업을 총괄하는 ㄱ씨가 들려주는 얘기도 비슷하다. 직업 속성상 점포 관리자를 많이 만나는데, 이제 1년밖에 안 됐지만 너무 발전이 빨라서 더 큰 매장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겠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이미 몇 년 경력을 쌓았다는데 그동안 도대체 뭘 배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세월의 힘은 대단한 것이어서, 그저 다만 노력했을 뿐인 이 사람도 때가 되면 점포 운영 노하우를 깨우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다. 점포 운영은 기울 것이고, 매니저인 ㄱ씨는 판단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구구단 같은 것은 결국 언젠가는 외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굳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것이 기반이 되어야 사칙연산으로, 방정식으로, 수학의 논리적 추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가능성이 스러진 다음 깨우쳐진 구구단이란 그저 연산테이블일 뿐이다.

오늘날 대우받고 그 생존을 보장받는 전문가와, 끊임없는 대체 가능성에 위협받고 있는 평범한 비전문가는, 정확히 이 지점에서 운명이 갈린다. 전문가는 무작정 달려들지 않는다. 문제의 외피와 본질은 무엇이고, 본질을 헤쳐나가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지, 현재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무엇이고, 앞으로 가질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파악한다. 로드맵을 그리고, 크리티컬 패스를 정한다. 그리고 노력을 집중해 마침내 물을 끓여낸다.

정확한 공략 지점을 필요한 힘으로 타격하면 교두보를 얻을 수 있고 이는 미래의 승리로 이어진다. 그러나 방법을 모르면 시간 소모만 많아질 뿐 노력의 경제성을 확보할 수 없으며, 이는 결국 “난 전문가가 아니다”라는 자기 고백과 다름 아니다.

비영어권 학습자가 영어 리스닝에 성공하려면 3천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영어가 너무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으니 너도나도 부담 없이 영어 듣기를 바라는데, 그렇다고 마냥 헤드폰 끼고 그 시간 채운다고 영어가 저절로 들리진 않는다. ‘독서백편의자현’이라고 하지만, 동몽선습도 안 떼고 중용을 1만번을 본들 그 뜻이 드러날 턱이 없다. 공부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진국영/ 커리어케어 리서치센터장 jinieman@careercare.co.kr

미래를 여는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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