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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소비재 프랜차이즈업체 국내 영업을 총괄하는 ㄱ씨가 들려주는 얘기도 비슷하다. 직업 속성상 점포 관리자를 많이 만나는데, 이제 1년밖에 안 됐지만 너무 발전이 빨라서 더 큰 매장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겠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이미 몇 년 경력을 쌓았다는데 그동안 도대체 뭘 배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세월의 힘은 대단한 것이어서, 그저 다만 노력했을 뿐인 이 사람도 때가 되면 점포 운영 노하우를 깨우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다. 점포 운영은 기울 것이고, 매니저인 ㄱ씨는 판단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구구단 같은 것은 결국 언젠가는 외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굳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것이 기반이 되어야 사칙연산으로, 방정식으로, 수학의 논리적 추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가능성이 스러진 다음 깨우쳐진 구구단이란 그저 연산테이블일 뿐이다. 오늘날 대우받고 그 생존을 보장받는 전문가와, 끊임없는 대체 가능성에 위협받고 있는 평범한 비전문가는, 정확히 이 지점에서 운명이 갈린다. 전문가는 무작정 달려들지 않는다. 문제의 외피와 본질은 무엇이고, 본질을 헤쳐나가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지, 현재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무엇이고, 앞으로 가질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파악한다. 로드맵을 그리고, 크리티컬 패스를 정한다. 그리고 노력을 집중해 마침내 물을 끓여낸다. 정확한 공략 지점을 필요한 힘으로 타격하면 교두보를 얻을 수 있고 이는 미래의 승리로 이어진다. 그러나 방법을 모르면 시간 소모만 많아질 뿐 노력의 경제성을 확보할 수 없으며, 이는 결국 “난 전문가가 아니다”라는 자기 고백과 다름 아니다. 비영어권 학습자가 영어 리스닝에 성공하려면 3천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영어가 너무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으니 너도나도 부담 없이 영어 듣기를 바라는데, 그렇다고 마냥 헤드폰 끼고 그 시간 채운다고 영어가 저절로 들리진 않는다. ‘독서백편의자현’이라고 하지만, 동몽선습도 안 떼고 중용을 1만번을 본들 그 뜻이 드러날 턱이 없다. 공부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진국영/ 커리어케어 리서치센터장 jinieman@careercare.co.kr 미래를 여는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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