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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1 18:06 수정 : 2005.02.21 18:06

“지배구조개선 탁월”회견
SK주총 경영권 다툼서
지배구조 쟁점화로
도덕적 우위 점령 분석
엘지쪽선 “단순 투자목적”

에스케이㈜의 제2대 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이 엘지그룹과 에스케이그룹에 대해 정반대의 평가를 하며, 다시 한번 ‘한국 재벌들의 지배구조 개선’을 투자 명분으로 내세웠다.

소버린은 21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엘지 및 엘지전자 주식을 매집한 것에 대해 “엘지그룹에 대한 투자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분야에서 ㈜엘지가 거둔 탁월한 성과와 엘지전자가 갖고 있는 전자 분야의 막대한 잠재력 때문”이라며 “정관 변경을 요구하거나 이사 선임을 요구하는 등의 다른 요구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엘지그룹에 잇단 찬사 =소버린의 제임스 피터 대표는 이날 ㈜엘지에 대해 ‘진보적’ ‘위대한’ 등의 표현을 써가며 극찬했다. 엘지그룹 소유주인 구본무 회장 일가가 지주회사인 ㈜엘지의 지분을 절반 이상 갖고 있어, 나머지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다만 필요하다면 엘지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제안을 내거나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버린은 그러나 한국 재벌들이 주장하는 ‘경영권’이라는 개념은 한국 상법상 ‘주주에 대한 경영진의 법적 책임’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라며, 주주에 대해 경영진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발언은 에스케이그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엘지 띠워 에스케이 때리기?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소버린이 엘지를 띠워, 에스케이와의 경영권 다툼에서 명분을 잡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때마침 에스케이㈜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다음달로 임기가 끝나는 최태원 회장을 이사 후보로 다시 추천하는 것을 뼈대로 한 ‘2005년 정기 주주총회 소집’ 관련 의안을 의결했다.


구희진 엘지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소버린이 현재로선 투기펀드로 각인된 이미지를 쇄신하고,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는 엘지전자와 그룹 지주회사인 ㈜엘지의 현금 흐름 개선 등을 감안해 단순 투자목적으로 매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소버린이 상황에 따라 자사주 취득이나 배당 확대, 통신서비스 등 경쟁력이 약한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등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버린이 엘지와 에스케이를 대비시킴으로써 에스케이 주총에서 ‘에스케이 압박용’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높다는 의견도 있다. 최현재 한화증권 책임연구원은 “소버린의 지분 매입 공시와 대외홍보활동이 의도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에스케이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다시 한번 기업지배구조를 쟁점화하고, 주총에서 도덕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소버린이 에스케이의 다른 외국인 주주가 가진 엘지 주식을 사주고 대신 에스케이 주총에서 우호세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짰을 가능성, 소버린이 에스케이 지분 처분에 앞서 사전에 명분 쌓기용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재계의 한 인사는 “소버린은 다른 나라에서도 지배구조 문제를 제기하는 등의 방법으로 중·단기적인 시세차익 올리기를 종종 해왔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번에는 엘지를 이용해 ‘이이제이’의 수법을 쓰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판단한다”고 말했다.

▲ 제임스 피터(오른쪽 두번째) 소버린자산운용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엘지 지분 매입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


이태희 이호을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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