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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44회 정기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제30대 회장에 재선임된 강신호(가운데) 회장이 김재철(왼쪽) 무역협회 회장, 박용성(오른쪽) 대한상의 회장과 함께 나란히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강신호 현회장 체제 불안한 재출범
내분극복·위상정립 등 과제 산더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제44회 정기총회를 열어 강신호(78) 회장을 제30대 회장으로 재선임했다. 이에 따라 강 회장은 앞으로 2년 동안 전경련을 더 이끌게 됐다. 그러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고사로 떠밀리듯 회장직을 맡게된 강 회장이 재계를 대표하는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경련의 위상이 갈수록 약화되는 가운데 재계 내부의 반목도 여전하고, 강 회장 자신이 팔순을 바라보는 고령인 탓에 산적한 현안을 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총회에서는 또 상근부회장을 비롯한 회장단을 구성하지 못해, 어렵게 출범한 ‘강신호 체제’는 시작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회장단 구성 ‘불발’은 현명관 부회장의 거취와 회장단에 새로 선임될 회원 등을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은 전형위원회에 회장단 구성을 일임해, 다음달 초 회장단을 발족시킬 방침이다. 강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재계의 단합을 위해 노력하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조직으로 변신을 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증권집단소송제와 출자총액제한제 등을 둘러싸고 정부와 대립했던 종전 태도에 변화가 일지 주목된다. 그의 발언은 일단 정부가 경제살리기에 최우선 역점을 두고 있는 만큼 사안에 따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출자총액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경제 규모가 커지는데 큰 기업을 자꾸 제한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불편한 속내를 비쳤다.
2003년 10월 전경련 수장을 맡았던 손길승 전 에스케이 회장이 분식회계 문제로 중도하차하면서 직무대행을 맡았던 강 회장은 틈만 나면 물러나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런 그가 회장직을 받아들인 데는 이건희 회장의 고사 이후 다른 대안이 없다는 재계의 현실론이 깔려 있다. 그러나 전경련 회장으로서 강 회장이 맞닥뜨려야 할 과제는 만만치 않다. 먼저 그의 말처럼 재벌 이익을 대변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재계의 오랜 반목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전경련은 그동안 재계를 대표하는 이른바 ‘실세 회장’을 추대하기는커녕, 회원사간 갈등과 회장의 불명예 퇴진 등으로 지도부 공백 사태가 잇따랐다. 특정 그룹편만 든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전경련을 외면해온 구본무 엘지그룹 회장이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설득하는 일은 임기 내내 큰 부담일 수 있다. 전경련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전경련의 위상과 기능을 개편해 달라진 정치·경제 환경에 적응하는 일도 그의 몫이 됐다. 강신호 체제 기간 동안 전경련은 참여정부와 ‘경제살리기’를 계기로 화해 무드를 조성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강 회장의 스타일로 봐서는 정부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기업도시 등 현안을 챙기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총회에는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4단체장과 250여명의 회원사 대표들이 참석했다. 그러나 해마다 총회에 참석해온 경제부총리 등 정부 쪽 고위 인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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