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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3 18:27 수정 : 2005.02.23 18:27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달러당 1000원선이 무너진 23일 오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단말기를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환율을 살펴보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무역 큰폭 흑자도 공급초과 부추겨
정부개입 ‘환율받치기’ 여의치 않아

원-달러 환율이 급락세를 이어가면서 23일에는 장중 한때이기는 하지만 달러당 1000원 벽도 깨졌다. 시장에서는 구조적으로 환율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이었지만, 4~5월 정도로 예상하고 있던 세자릿수 환율이 너무 빨리 다가왔다는 점에서 당혹해하고 있다. 1000 고지를 눈앞에 뒀던 주가가 이틀째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지며 주식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의 근본 원인으론 미국의 경상수지와 재정적자 확대에서 출발한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 현상을 꼽지만, 최근 들어 원-달러 환율 낙폭이 커지는 요인은 균형을 잃은 국내 외환 수급과 정부의 외환정책 운용 폭의 축소에서 찾고 있다.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최근 달러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외국인 국내 주식 순매수는 올 들어 지난 22일까지 1조9700억원에 이르렀고, 통관기준 무역수지는 1월 중 32억3천만달러의 흑자를 보인 데 이어, 2월에도 23억~25억달러의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외환정책상 제약은 더 커진 상태다. 외환당국은 지난 2003년 9월부터 원-달러 환율 지지를 위해 달러화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결과, 지난 15일 현재 외환보유액이 2002억5천만달러로 급증한 상태다. 외환 보유 유지비용 압박 등을 감안하면 시장에서 달러를 추가로 사들이는 것도 힘겨운 상황이다. 또 달러를 사들이기 위한 국채 발행은 금리 상승세를 가속할 우려도 있다. 이날 열린 금융정책 협의회 논의 결과도 당장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흔들지 않겠다는 쪽에 가까웠다. 경제정책 운용의 초점을 금리 안정에 두고 외환시장안정용 국고채(환시채)는 환율 상황을 좀더 지켜본 뒤 발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시장에선 정부의 환율 방어 능력의 한계를 인식한 탓에, 원화 강세(환율 하락) 예측이 대세를 이루며 기업들의 달러 투매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3~4월 중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배당금 송금 수요 증가 등의 요인이 나타나면 일시적으로 환율 하락세가 주춤할 수도 있지만 구조적인 요인이 해소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강삼모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쌍둥이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여전히 ‘약달러’ 정책을 유일한 방법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특히 일본, 중국, 한국 등 무역수지 흑자국 통화에 대한 절상 압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올 3분기에 95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올 연평균 환율 전망도 1002원에서 985.4원으로 낮췄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기업, 유로화 결제 늘리고 대응책 착수

삼성·엘지등 달러 수급조정 대책 분주
수출업체, 가격경쟁력 떨어져 출혈감수

원-달러 환율이 곤두박질침에 따라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초비상이다. 채산성이 악화돼, 벌어온 돈을 가만히 앉아서 까먹고 있는 꼴이기 때문이다.

23일 한때 달러당 1000원선이 무너지자 삼성전자는 즉각 비상대책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먼저 달러를 회사 운영에 필요한 금액만 남겨놓고 매각하기로 했다. 특히 수출로 들어오는 돈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고, 국외로 나가는 돈에서는 달러화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올해 경영계획을 세울 때 잡았던 기준환율 1050원도 1000원대 이하로 변경하기로 했다. 수출 비중이 80%에 가까운 삼성전자는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연간 2천억원의 환차손을 입는다.

올해 환율 전망치를 970~980원으로 설정한 엘지전자는 사내외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금융관리위원회’를 만들어 환율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헤징 비율과 유로화 결제 비율을 늘리는 대신 외화예금과 매출채권은 줄이고, 외화 수입 및 지출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 대책의 주된 내용이다. 엘지전자는 이와 함께 뉴욕, 홍콩, 베이징, 암스테르담 등 4곳에 ‘해외금융센터’를 운영하면서 국외 법인별 달러 수급을 관리하고 있다.

수출 비중이 60%가 넘는 현대·기아차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현대·기아차는 유로화 결제 비중을 늘리고, 달러표시 부채의 적정비율을 유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철강값 인상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조선업계는 앞으로 2~3년간 환율 변동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원가 연동형’ 계약 방식을 도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손실 규모를 줄여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환율 대처 능력이 거의 없는 중소기업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중소기업 제품은 국외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으로 승부를 보는 상황인 만큼, 환율 하락의 영향이 더 크다.

액자 틀을 제작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ㅅ업체 관계자는 “중소기업 상품이 중국제품과 경쟁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환율 하락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미국 바이어들이 중국 쪽으로 거래선을 옮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수출기업 730곳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환율이 1000원 아래로 떨어지면 올해 수출 목표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데가 67.7%나 됐다. 특히 평균 손익분기점 환율이 달러당 1066원이라고 응답했다. 상당수 업체들은 현재 수준의 환율에서는 ‘출혈 수출’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라는 호소인 셈이다. 홍대선 이태희 이본영 최혜정 기자 hongds@hani.co.kr



한은 ‘외환 다변화’발언에 세계시장 ‘출렁’달러폭락

한국은행 쪽의 외환보유액 다변화 발언으로 세계 주요 외환시장이 요동쳤다고 <파이낸셜타임스> <블룸버그통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이 22일 일제히 보도했다.

이들 외신은 한국은행이 보유 외환을 기존의 달러 중심에서 다양한 통화로 바꾸겠다는 국회 보고 소식에 달러 가치가 급락했다고 전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 지난 주말에 비해 1.3% 급락한 달러당 104.13엔을 기록했으며, 달러-유로 환율도 1.5% 급락한 유로당 1.3257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유로 대비 달러 낙폭은 6개월 반 만에 최고치였으며, 엔 대비 달러 낙폭은 4개월 반 만에 최고치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타이 바트화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아시아 국가 화폐가치도 올랐으며, 이런 여파로 원-달러 환율은 23일 한때 1000원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외환보유 4위 한국, 투매나설까’ 민감
한은 “매각 아니다” 진화나서자 반등

세계 4위의 외환보유국인 한국의 다변화 발언은 한국이 달러를 대규모로 팔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달러 투매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외신들은 해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는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보유액을 다양화하지 않으면 달러가치 하락으로 보유액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며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달러에 대한 선호를 버리고 있다는 걱정에 다시 불을 질렀다”고 분석했다. 투자회사 제이피모건도 이날 공개보고서에서 “한은이 보유 외환을 다양화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으며 이는 의미있는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는 최근의 태도와 대조적인 것”이라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000억달러가 넘으며, 이 가운데 70∼90%가 달러표시 자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2월 현재 한국의 미 재무성 채권 보유액은 690억달러로, 세계에서 5번째 규모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달러가치 하락에 따라 각국이 달러 중심의 보유 외환을 다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나온 데다, 중국, 러시아, 인도네시아, 대만, 타이, 석유수출국기구(오펙) 등도 이런 방침을 밝힌 적이 있어 이날 외신과 시장 반응은 과민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1조달러대에 이르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달러 가치가 언제든 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기 때문에 이런 발표가 시장을 민감하게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한국은행은 23일 달러 매각설은 사실과 다르다며 시장 진화에 나섰다. 한국은행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투자대상 다변화 계획은 “외환보유액을 비정부채 등으로 다양화하는 것을 의미하며 보유한 미 달러화를 매각하여 여타 통화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의 이런 해명은 다시 국제 금융시장을 자극해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선 전날보다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고 엔이 약세로 돌아서는 등의 파급효과를 낳았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로이터통신> 등이 23일 전했다. 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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