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바이유 최고가 경신-에너지절감 초비상 |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24년3개월만에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두바이유는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원유의 70%가 넘는 중동산 기름의 가격기준이 되는 원유로 가격강세가 지속될 경우 환율 급락과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고통받고 있는 국내 산업계에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따라 유가 상승곡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기업들은 원가절감과 에너지절약 대책을 점검하며 고유가에 대비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 두바이유 가격 왜 오르나 = 이번 유가상승은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 상승도 동반하고 있지만 특히 두바이유 상승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두바이유는 지난 17일 배럴당 40달러대에 재진입한 뒤 18일 40.05달러, 21일 40.82달러, 22일 41.20달러, 23일 41.76달러로 지속적인 급등세를 이어왔다.
10일 이동평균가격은 39.87달러, 20일평균은 39.55달러로 40달러에 육박했다.
한국석유공사는 전체적인 유가상승 원인을 무엇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달러화 약세와 한동안 이어진 유가 안정세가 OPEC 회원국들의 감산 정책을 유도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와 유럽의 한파로 난방유 가격이 급등한 것도 여전히 유가강세의 주요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중동산 원유의 경우 중국, 인도 등 최근 유류소비가 갈수록 늘고 있는 국가들이 주로 수입하는데다 올들어서는 가격이 오를대로 오른 WTI나 브렌트유보다는 각국의 두바이유 수입량이 늘어난 것도 가격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작년말 투기세력 개입이 용이했던 WTI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두바이유와의 가격차가 최고 15달러 이상 벌어졌지만 올들어 두 유종간 가격 차이가 다시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구자권 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은 "현재 미국의 추운 날씨로 인한 난방유 가격 상승 효과는 거의 끝나가고 있으며 현재로선 내달 16일 총회를 앞두고 OPEC의 감산 가능성이 두바이유 가격 상승 지속의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 산업계 에너지절감 '비상체제' = 환율하락과 원자재가격 상승에 이어 유가급등마저 겹쳐 3중고를 겪고 있는 기업들은 원가상승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를 막기 위해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화섬업계는 올들어 원료 가격이 다소 주춤하는 기미를 보였으나 최근 원유가격 급등으로 화섬원료가도 다시 상승할 것으로 보고 대비책을 준비중이다.
화섬업계 관계자는 "보통 3월에는 음료수 용기 원료 가격이 수요 증가로 오르게 되는데 유가 상승으로 화섬원료가도 동반 상승할 것"이라며 "유가 오름세가 계속되면 화섬업계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의 한 임원은 "유가불안에 대비해 공정상의 에너지 수요량 및 관련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고 가격 결정력이 높은 고부가품목 개발을 강력히 추진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자업계도 유가상승에 따른 중장기적 채산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주력 수출품인 LCD, 휴대전화 등의 항공을 통한 수출 물량의 일부를 선박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의 경우 작년에 대외악재에 따른 비상경영 태스크포스를 꾸린 뒤 매주 한차례씩 원자재 구매관련 전략계획회의를 개최하는 한편 지난해 말 도입한 도요타식 생산방식을 강화, 생산성 향상을 통해 원가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고유가 및 원가 상승 압력에 대비, 각 사업본부별로 경영회의 등을 통해 경비감축 지침을 공유하는 등 상시적인 원가절감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이미 유가 50달러, 60달러로 급등할 것에 대비한 회사 차원의 대비책도 마련해놓은 상태다.
식품업계의 경우 유가인상에 따라 식품 포장재로 쓰이는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원가상승 부담 증가와 함께 라면, 과자 등 부피가 큰 제품의 경우 물류비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경기침체로 유가인상분을 그대로 판매가에 전가하기 힘들다고 보고 고수익 제품의 매출비중 확대, 해외 매출 비중 확대를 통한 수익구조 다양화, 생산성 증대와 에너지 비용절감 등 다각도의 대응책을 수립하고 있다.
이밖에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작년말부터 매장 이외 지역의 조명을 줄이고, 영업시작 전에 조명과 무빙워크 시험가동 시간을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에너지 비용 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정유업계는 두바이유 가격이 최고가격을 기록하는 등 유가 강세가 지속됨에 따라 일단 정제마진 확대 등으로 인해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그러나 가격 인상에 따른 국내 수요 감소가 우려되는 데다 중동지역에서 도입되는 물량이 전체의 75% 정도에 달할 정도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함에 따라 두바이유 가격에 대한 모니터링과 안정적인 원유공급을 위한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