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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즐기는 오프로드 가이드
늘어선 15대의 차가 장관이다. 넓은 공터에 모여 전열을 갖춘다. 그러나 눈앞에는 엄청난 경사의 언덕이 버티고 있다. 모두들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곳곳은 패여 울퉁불퉁하고, 우거진 풀은 빗물을 잔뜩 머금고 있다. 걸어서 오르기조차 힘들 정도로 미끄럽다. 한번에 치고 오르면 모를까, 중간에 서버린다면 ‘쭈~욱’ 뒤로 밀려 제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대열을 이끌던 한 회원이 저만치 뒤로 물러선다. 액셀을 밟고 rpm을 높이면서 힘차게 출발! 가까스로 언덕 중간을 넘어섰다. 헛도는 바퀴는 사방으로 진흙을 튀긴다. 미끄러지면서 뒷걸음질친다. 뒷바퀴가 스핀하는 순간, 놀란 나머지 액셀에서 발을 떼었기 때문에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한 것이다. 구형 코란도 오너가 가장 어려운 코스로 오르겠다며 앞으로 나섰다. ‘글쎄’. 역시나 반도 오르지 못하고 내려온다. 회원들 모두 웃고는 있지만 씁쓸한 표정이다. 이번에는 갤로퍼의 도전. 실패는 한 번이면 된다는 듯, 겁 없이 치고 오른다. 앞바퀴가 정상을 밟음과 동시에 뒷바퀴가 헛돌면서 다시 미끄러진다. 그러나 앞바퀴의 접지력이 살아 있다. 타이어와 흙의 마찰로 연기가 나기를 수십초, 마침내 정상에 올라선다. 자동차 경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극한의 모험을 요구하는 드라이빙도 아니다. 네바퀴 굴림차를 타는 동호인들이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즐기는 주말 오프로딩(비포장 길에서의 드라이빙)의 한 장면이다. %%990002%%최근 몇 년 동안 SUV(Sports Utility Vehicle)의 성장은 눈부실 정도다. 경제 위기를 겪으며 유지비를 아끼려는 오너가 늘면서 디젤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SUV의 판매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세금을 줄이기 위해 저렴한 밴 모델도 불티나게 팔렸다. 물론 디젤유값이 휘발유값의 85%까지 오르고 7인승이 누렸던 세금 혜택도 점차적으로 줄어든다는 말에 올해부터 SUV의 판매가 주춤할 것이라는 보도도 있지만 당분간 SUV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SUV의 인기를 바탕으로 ‘SUV문화’, 즉 ‘오프로딩’이라는 말이 떠오르고 있다. 사실 오프로딩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예전에도 있었지만 전보다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분야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오프로딩도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며 경치를 감상하는 투어링도 있고, 튜닝을 거쳐 꽤나 거친 험로에 도전할 수도 있다. 또 오프로딩 테크닉에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겼다면 인공 장애물에서 시간 싸움을 벌이는 트라이얼 경기에 나설 수도 있다. 록 크롤링 경기는 말 그대로 집채만 한 바위를 쌓아놓고 엉금엉금 기듯 바위를 오르는 경기다. 바위를 타넘을 수 있도록 35인치 이상 되는 바퀴를 끼웠기 때문에 차체에 오르기도 힘들지만 바위산을 정복했을 때의 기분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어 마니아 중의 마니아 경기로 불려지기도 한다. 국제 경기인 레인포레스트나 아시아크로스컨트리 랠리에 참가하는 선수들도 있다. 열대 우림에서 벌이는 사투가 매력이라고 한다. 죽음의 레이스라고 불리는 파리-다카르 랠리는 오프로딩 경기의 결정판이다. 이 중에서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오프로딩은 투어링과 약간의 튜닝을 가미해 모래나 자갈길, 웅덩이가 널린 오프로드를 헤치는 일이다. 그들은 왜, 좋은 길 내버려두고 울퉁불퉁 오프로드를 달릴까. 오프로드 드라이빙은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와 자연이란 이질성이 결합된 레포츠다. 구불구불한 산길, 바위, 진흙길, 심지어 눈 쌓인 언덕까지 예측불허한 길을 달리며 엔진의 거친 맥박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여기에 SUV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운전자세와 테크닉 익혀야 오프로딩에 나서기 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운전자세다. 특히 오프로드 초보자에게 바른 운전자세는 필수. 바른 운전자세를 유지해야만 길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노면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오프로드에서는 평소보다 긴장을 유지한다. 등받이를 세우고 엉덩이를 시트 안쪽으로 깊숙하게 넣는다. 평소보다 꼿꼿하게 앉았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손과 팔, 오른쪽 다리에 들어간 힘은 뺀다. 손과 발에 힘이 들어가면 빠르게 스티어링 휠(핸들)을 꺾거나 페달을 밟을 수 없다. 스티어링 휠은 꼭 양손으로 잡는다. 엄지손가락은 핸들 림 위에 얹는 것이 기본. 그래야만 타이어에 전해지는 충격으로 핸들이 갑자기 돌아갈 때 손가락을 다칠 염려가 없다. 오른발은 바닥에 발꿈치를 댄 채로 액셀과 브레이크를 밟아야 차가 흔들려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오프로드에서는 액셀 페달을 밟을 때와 떼어야 할 때를 확실하게 구분해야 한다. 좌우로 굴곡이 있는 모글을 지날 때 차체가 기울어지는 것에 맞춰 액셀을 밟고 떼면 출렁임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바퀴가 구덩이에 들어갔을 때는 액셀을 툭 치듯 밟고, 모글을 내려올 때 떼기를 반복하며 지나간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사면을 통과할 때는 진입부터 탈출까지 일정한 힘으로 밟아야 한다. 급하게 액셀을 밟으면 뒷바퀴가 헛돌아 차 꽁무니가 아래로 돌고, 그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 전체가 미끄러진다. 모래밭, 진흙길 등에서는 바퀴가 헛돌기 쉽다. 이럴 때는 액셀을 급하게 밟지 말고 액셀에서 발을 살짝 떼어 접지력을 살린 뒤 빠져나온다. 핸들을 좌우로 돌리면서 타이어가 땅에 닿을 수 있게 하면 더욱 좋다. 미끄러운 곳에서는 멈춘 뒤 다시 출발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이런 곳에 들어갔을 경우 액셀을 발에서 떼지 말고 지긋이 밟아 통과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테크닉이 있다. 기본기술은 꼭 알아둔다. 동호회에서 다양한 체험 가능 %%990003%%홀로, 아니면 가족이 오붓하게 뿌옇게 먼지 나는 시골길을 달리는 것도 좋지만, 운전자세와 기술 및 안전교육부터 오프로딩을 즐길 수 있는 장소나 예쁘게 차 꾸미는 방법까지,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기에는 동호회 활동이 제격이다. 특히 초보자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동호회가 오프로딩을 목적으로 모였다고 해서 그것이 동호회 활동의 전부는 아니다. 한때 커다란 바퀴를 단 SUV 동호회가 자연을 헤친다는 비판이 있기도 했지만 오히려 지금은 자연 지킴이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실 그들처럼 자연에 애착을 갖는 이들도 드물다. 동호인들은 봉사대를 만들어 청소를 하고 나무심기 운동 등 지역을 깨끗이 가꾸는 ‘그린 드라이브’ 캠페인 등을 벌이기도 한다. 쓰레기를 만드는 일부 등산객들보다 큰 쓰레기더미를 차 안에 싣고 오는 오프로드 동호인들이 더 많은 것이다. 산과 들이라는 자연이 있기에 오프로딩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그들도 알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보육원 친구들과 드라이빙을 만끽하고 양로원을 방문해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는 등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몇 년 전 태풍이 남해 지역을 강타했을 때 같은 동호회 회원이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주말이면 어김없이 피해 지역으로 내려가 너나 할 것 없이 팔을 걷어붙이고 피해 복구에 정열을 쏟기도 했다. 가족 단위 전국 모임을 만들어 얼굴을 익히고 운동회 등을 열기도 한다. SUV 동호회는 전국 모임부터 지역 소모임까지 500여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만도 2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매주 주말 투어를 떠나는 클럽도 상당수다. 동호회 가입방법은 간단하다. 인터넷 검색창에서 ‘SUV 동호회’, ‘4륜구동 동호회’, 혹은 코란도, 갤로퍼, 레토나 등 관심이 있는 SUV 이름을 치면 많은 동호회 이름이 뜬다. 마음에 드는 동호회에 가입하면 된다. 글 = 최윤섭/ 월간 <4WD&RV> 기자 사진 = 4WD&R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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