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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회장 외아들 의선-조카 일선-사위 신성재씨 사장 승진 “책임경영 강화” 해명불구
“경영권 세습” 비난 목소리
“능력 검증체계 마련 시급”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외아들과 조카, 사위 등 일가 3명을 한꺼번에 사장으로 승진시켜, 친인척을 지나치게 중용한 인사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3명은 2년 전인 2003년 1월에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동시에 승진했다. 현대차그룹은 25일 정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35)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사장을 다음달 1일자로 기아차 사장으로 승진시킨다고 밝혔다. 또 정 회장의 셋째사위 신성재(37) 현대하이스코 부사장과 조카인 정일선(35) 비앤지스틸(옛 삼미특수강)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가 대주주 일가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실시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족을 한꺼번에 최고경영자 자리에 포진시킨 탓에, 경영권 세습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인사 시점을 놓고 고심해오다 다음달 4일 정기 주주총회가 임박해지면서 이날 공식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선 신임 사장은 지난해 말 계열 건설회사인 엠코 지분 25%를 매입한 데 이어 지난달엔 기아차 주식 지분을 1% 가까이(336만8800주) 사들이면서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자신이 최대주주인 엠코, 물류운송회사 글로비스, 카오디오업체 본텍 등은 그룹의 지원 아래 최근 몇년 사이 급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정일선 신임 사장은 고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4남인 고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이다. 정몽구 회장은 동생 몽우씨가 1990년 사망한 이후 조카에게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의 셋째사위인 신성재 신임 사장은 지난해 현대하이스코-아이앤아이(INI)스틸 컨소시엄을 이끌고 한보철강 인수에 성공한 것을 평가받아 이번에 사장으로 발탁됐다고 그룹 쪽은 설명했다. 앞서 둘째사위 정태영(45) 현대카드·캐피탈 사장은 2003년 10월 사장직에 올랐다. 최근 재벌 총수 3세들이 잇따라 경영 전면에 나서자, 이들의 경영 능력과 회사 기여도, 업무 평가에 대한 검증 체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은 “뚜렷한 경쟁 상대도 없이 재벌 총수의 친인척들이 경영을 장악하면 내부 병폐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며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임원 검증 또는 평가위원회를 만들어 견제하는 것이 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현대하이스코의 김원갑(53)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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