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상) 5년만의 네자리수
(중) 경기회복 이끌까
(하) 전망과 투자전략
“증시체질 개선” 대세상승 분석
환율·북핵등 복병불구 낙관적 분위기
주식시장이 5년 만에 다시 종합주가지수 1000시대를 열었다. 연초 경기회복 기대감과 주식시장 수급기반 강화 등에 힘입어 지수가 두 달도 안되는 기간에 100 이상 급등하며 좀처럼 깨지지 않을 것 같던 1000선을 단숨에 돌파했다. 우리 증시는 과거 1989년, 94년, 99년 등 모두 세 차례 지수 1000을 돌파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1000대 안착에는 실패했다. 89년에는 4일, 94년과 99년에는 1000에 올라선 뒤 3~4달 동안 1000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1000선이 다시 무너졌으며, 그 뒤 기나긴 암흑기를 보내야 했다. 따라서 최대의 관심사는 ‘이번에 과연 지수 1000대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일제히 “이번에는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경기 상황, 기업실적, 자금수급 여건 등 증시의 체질이 이전과는 몰라보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우선 경기국면이 다르다. 이전 세 차례 지수 1000을 돌파했을 당시는 경기사이클이 고점 부근이었지만, 이번에는 경기의 바닥 국면에 있다는 점이 1000대 안착을 낙관하는 주요 근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는 바닥을 치고 두 달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국내 경기도 오는 2분기를 저점으로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회복된다면 지수 1000대 안착이 충분히 가능하다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해졌다. 상장기업들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5년 전 5% 안팎에서 10% 수준으로 두 배 가까이 높아지면서 경기와 상관없이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연간 순이익이 1조 원을 넘는 기업도 삼성전자·포스코·현대차 등 13곳에 이른다. 그럼에도 우리 증시의 주가수익률(PER)은 7.4배로, 이전 1000 돌파 당시의 15배 수준보다 훨씬 낮으며, 다른 나라 증시와 견주어서도 현저히 저평가돼 있다. 그 만큼 주가 상승 여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기업이익의 변동성 축소와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은 그동안 외국인들로부터 냉소를 받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990002%%
시중자금이 증시로 몰리면서 주식 수요가 확대되는 점도 대세 상승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장기적인 저금리 기조와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 등은 은행·채권·부동산 자금의 증시 유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올 들어 고객예탁금은 2조5천억원 넘게 늘어나 11조원에 육박하고, 투신권의 순수 주식형펀드 잔고도 9조6천억원대로 1조원 이상 늘었다. 적립식펀드의 확산과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주식 매수 확대 등으로 개인과 몇몇 외국인에 의해 좌우되던 ‘천수답형’ 증시 구조가 간접투자 중심으로 개선되는 전환기에 들어선 것이다. 박천웅 모건스탠리증권 상무는 “그동안 국내 투자자들의 증시 참여 부족이 한국 증시 재평가에 큰 걸림돌이었다”며, “적립식펀드는 한국 증시에 장기적인 축복”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기업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 등으로 유통주식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주식 수요는 많은 반면 공급 물량은 적다 보니 자연히 주가 상승 속도가 탄력을 받는 것이다. 외국인도 한국 증시의 장기적인 전망을 밝게 보고 있으며 최근 매수세에 불을 당기고 있다. 물론 경기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유동성 증가만으로 지수 1000대 안착을 장담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2분기 이후 본격적인 수출 둔화 가능성이 있고, 환율 하락, 유가 상승, 북핵문제 위험 등 부정적인 변수들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대세 상승을 거스를 만큼 증시에 끼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수 1000대 안착은 우리 증시가 지난 16년간 500과 1000사이를 오고가는 장기 박스권에서 벗어나 한 단계 올라서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증시의 다우존스지수는 1970년대 1차 오일쇼크 뒤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저금리, 간접투자 확대 등을 배경으로 30년간의 박스권을 깨고 1982년 말 1000을 돌파한 이후 거의 20년 동안 장기 상승세를 펼치며 1만대로 올라섰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6년간의 긴 박스권을 돌파해 새로운 장이 시작됐다”며, “지난 7~8년 동안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와 기업의 효율성이 굉장히 높아졌고 이런 구조적인 변화를 주식시장이 반영하면서 앞으로 2~3년간 대세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호을 기자 hele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