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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이 발언권을 요청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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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할 말 차분히
회사쪽도 답변 깍듯이 ‘창(참여연대)과 방패(삼성전자)의 재격돌’로 관심을 모았던 삼성전자의 제36기 주주총회가 별다른 충돌 없이 3시간3분만에 끝났다. 지난해 빚어진 폭력사태를 기억하는 삼성전자와 참여연대는 각각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며 상대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8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총에서 윤종용 부회장은, 지난해와는 달리 제1호 의안을 상정하면서 첫 발언자로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을 지목했다. 마이크를 쥔 김 소장도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다”며 “점심시간 전에 끝내 모처럼 주주와 경영진 모두 따뜻한 밥을 먹자”고 유화적인 메시지로 답했다. 주주(대리인)로 참석한 김 소장과 송호창 변호사 등은 삼성전자의 삼성카드 증자 참여는 삼성전자와는 아무런 시너지 효과도 없어 반대하며,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의 김인주 사장은 지난 대선에서 370억원의 불법정치자금 제공에 연루된 인물이기에 이사로 선임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영지원을 총괄하는 최도석 사장은 항목별로 일일이 답변을 하면서, 답변이 끝날 때마다 ‘흡족한 대답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로 대응해갔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세계시장에서 한국증시가 제 대접을 받지 못하는 현상)의 원인을 놓고 윤 부회장과 김 소장이 한때 목소리를 높이기는 했지만 서로 곧바로 흥분을 가라앉히며 상황을 정리했다.
참여연대의 요구에 따라 김인주 사장의 이사선임 의안에 대해 표결을 실시한 결과, 찬성 96.25%로 통과된 이후엔 총회가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참여연대는 1998년부터 삼성전자 주총에 참여하기 시작했는데, 첫 해인 98년에는 계열사간 부당 내부거래와 삼성자동차 출자 문제, 전환사채 발행 문제 등을 제기하며 무려 13시간30분이라는 최장 기록을 세웠고, 99년과 2001년에도 각각 8시간 45분, 8시간 30분의 장시간 논쟁을 계속했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 쪽에서 참여연대의 발언 기회를 봉쇄하고, 이에 항의하는 참여연대 쪽 사람들을 강제로 끌어내는 상황까지 빚어지기도 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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