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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경 총장(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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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과기대 설립 초읽기 들어가…경협에 필요한 인재들 맞춤 육성 기대
“평양과학기술대학이 내년에 문을 열면 남북경협에 필요한 인재를 집중 양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진경(70) 평양과기대 총장은 2001년 북한과 합의한 ‘평양과기대 설립’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최근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총장은 지난 2월 초에는 평양을 방문해 과기대 건설 진척사항을 살펴봤고, 2월17일에는 서울에서 평양과기대 건립기금 모집을 위한 후원회를 열었다. 또 2월25일에는 연변에서 북한 교육성 관계자 및 남한의 포항공대·카이스트 교수들과 머리를 맞대고 평양과기대 커리큘럼을 논의했다. 불과 한 달 만에 남북한과 중국을 오가며 남북 합작의 새 대학 설립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셈이다. 내년 4월 개교 목표, 학새 500명 선발
평양과기대는 2002년 6월 착공식을 가진 이래 2003년 12월에 토목공사를 끝마치고, 2004년 12월에는 학사동 5층 골조공사를 완료하는 등 2006년 4월 개교를 향해 설계도를 하나하나 현실화시켜 가고 있다. 평양과기대는 오는 6~8월에 교수요원을 선발하고, 내년 2월까지 각종 교육기자재와 설비를 갖추는 것으로 학생 맞이 준비를 끝낼 계획이다. 평양과기대가 내년에 받아들일 학생은 약 500명 정도. 이들 중 3분의 1이 현직 경제관료나 공장·기업소 책임자급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평양과기대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 이들 ‘현직’에 있는 사람들은 6개월 단기과정으로 MBA 등 무역과 자본주의 기업운영 방식에 대해 배운 뒤 다시 ‘현장’으로 돌아간다. 이는 북한이 무역 등을 통해 국제사회와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김 총장은 “현재 북한 기업소 책임자 들 중 상당수는 자본주의 국가와의 무역관행에 문외한이며 심지어 신용장(L/C) 작성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6개월 과정을 마친 뒤 현업에 돌아가면 남북경협 등의 진행 속도와 성과도 크게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평양과기대는 특히 3~4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정규과정 학생들이 졸업할 때쯤이면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에 필요한 인재들을 맞춤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일부에서는 개성공단이 본격 개발될 경우 이에 필요한 북한 인력 부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평양과기대가 내년에 문을 열게 되면 이런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의 평양과기대에 대한 기대는 “번듯한 건물이 아니라도 좋으니 천막에서라도 우선 강의를 시작하자”고 할 정도로 높다. 북한의 이런 기대는 또 과기대의 교육 커리큘럼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현재 과기대가 계획하고 있는 개설과목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 IT 관련 과목, 국제 무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MBA 과정,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한 농업식품분야, 이 밖에 건축과 간호 등 실제 경제활동에 도움이 될 과목들로 이루어져 있다. 평양과기대쪽은 특히 북한이 MBA과정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평양과기대쪽은 이에 대해 북한이 전 세계 유일의 사회주의 계획경제 국가로 남게 됨에 따라 더 이상 자본주의적 기업 운영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평양과기대의 MBA 과정은 고려대학교 경영대학(학장 이장로)과의 협조 아래 수업이 진행될 예정인데, 평양과기대는 이런 북한의 기대에 따라 신입생의 3분의 1을 이 학과에 배치할 계획이다. 김진경 총장은 북한의 핵 보유 주장과 6자회담 불참 선언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높아지고 있지만, 평양과기대 건립이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총장은 “우리 민족은 한국전쟁 때도 ‘전쟁이 일어나도 학교는 짓는다’는 자세로 교육에 열정을 보였다”며 이런 열정이야말로 오늘날 남한 경제 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남북경협의 확대나 이를 통한 남북한의 공동번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려울수록 교육에 대한 투자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식산업복합단지 추구, 기업서 연구동 만들어 김 총장은 따라서 지금 이 시점이 오히려 남한 대기업이 ‘평양 과기대 건립’에 참여할 적기라고 설명한다. 김 총장은 “평양과기대는 ‘지식산업복합단지’를 추구하고 있다”며 “지산복합단지는 기업들이 연구동을 만들고 자기가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을 자체 양성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밝힌다. 북한에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지식산업복합단지’라는 이름을 지었을 정도로 평양과기대 내 남한 기업의 참여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것이다. 김 총장이 ‘평양과기대’ 프로젝트를 맡은 것은 ‘국제인’이라는 김 총장의 독특한 이력과 관련이 깊다. 김 총장은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명예 서울시민이며, 또 중국 영주시민이기도 하다. 여기에 그는 북한 거류증을 가진 몇 안 되는 사람이다. 이에 따라 김 총장은 남한 출신 인물로서 유일하게 북한 복수 비자를 가지고 언제든 북한을 방문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하지만 김 총장은 총 400억원의 자금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떠안은 데는 ‘사랑주의자’로서의 자기 철학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힌다. 김 총장은 자신을 “자본주의자도 아니고 공산주의자도 아닌 사랑주의자”라고 소개하며 “남북이 힘을 합쳐 대학을 건립하는 것이 민족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중요한 일이라는 믿음에 따라 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김 총장은 평양과기대의 궁극적 목표가 “북한에서 빌 게이츠 같은 인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북한의 경우 현재 굴뚝산업이나 농업 등으로는 활로가 없기 때문에 IT쪽으로 활로를 찾아야 하는데, 이때 ‘빌 게이츠’ 같은 인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자원과 자본이 없는 북한이 경제 개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적 자본’ 육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글·사진 = 김보근/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연구위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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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서 교수 초빙 계획 평양과기대가 평양에 ‘자유로운 공기’를 불어넣는 공간이 될 수 있을까. 중세시대 도시에 자유의 공기를 불어넣은 곳은 대학이었다. 이들 대학이 유럽 각 도시들에 자유의 공기를 불어넣음으로써 유럽은 중세를 넘어서 근대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현재 평양과기대쪽이 계획하고 있는 학사운영계획을 보면, 적어도 평양과기대도 이런 자유의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평양과기대는 한국어와 함께 영어를 공용어로 쓰게 된다. 왜냐하면 우선 교수진이 ‘국제적’으로 구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평양과기대쪽은 현재 “평양과기대의 모델이 되고 있는 연변과기대의 경우 총 12개국 교수들로 구성돼 있다”며 “평양과기대 교수인력도 남한 교수나 교포들이 중심이 되겠지만, 북한과 수교하고 있는 다양한 나라에서도 오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남한에서는 포항공대, 카이스트, 고려대, 서울대 등에서 교수를 파견할 것으로 예상된다. 평양과기대쪽은 이렇게 남한과 세계 각국에서 오는 교수들을 총 50명까지 채용할 계획이다. 평양과기대쪽은 또 북한 교수들도 약 20명 정도 채용할 예정이어서 교수 구성은 그야말로 ‘전 세계적 범위’를 망라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양과기대쪽은 또 전체 학생을 700명 정도로 제한해 교수 1인당 학생수가 10명을 넘지 않는 연구 중심 대학으로 키운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또 이들 교수와 학생들은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교수와 학생들 간에 대면관계도 넓어지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렇게 평양과기대 학생들이 세계 각국의 다양한 교수들과 대면접촉을 하면서 생활할 경우 평양과기대의 공기는 그 어느 곳보다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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