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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조건의 전세를 구할 수 있는 기회는 커졌지만, 전세를 살면서 내집 마련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사진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 아파트 단지. 대우건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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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계속되는 집값 안정 대책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시장에서 선뜻 떠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자금을 동원해서 투자하지 않더라도 일단 눈과 귀는 열어두고 있는 상태다. 특히 최근 아파트값 바닥 논란과 재건축 아파트의 상승세, 판교 분양 계획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까지 대기상태에 들어갔다. 하지만 전세시장은 매매시장과는 딴판이다. 매매 가격이 급등하던 2003년에도 전세 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2004년에도 하락세는 꾸준히 유지됐다. 심지어 전세 가격이 떨어지면서 다른 곳으로 이사하려는 세입자들은 집주인이 보증금을 빼주지 못해서 낭패를 보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올봄, 결혼이나 분가로 인해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들에게 전세시장은 ‘맑음'이다. 매물도 넉넉한 편이고 가격도 저렴하다. 매매와 달리 강남권도 다른 지역과의 격차가 그리 큰 편이 아니다. 또 소형 평형과 대형 평형의 전세 가격도 차이가 크지 않다. 2002년 이전의 전셋값 급등시기에 비해 원하는 지역과 평형을 고를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커졌다. 저렴한 집 구하고 종잣돈 마련에 온힘을
그렇다면 이제 전세는 맘껏 구해도 좋은가? 어떻게 전세를 구할 것인가에 앞서 다시 매매 얘기를 조금 덧붙이도록 하자. 2005년 매매 대비 전세 비중은 50% 미만. 2001년 전국 평균 60%대에서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다시 말하면 좋은 조건의 전세를 구할 수 있는 기회는 커졌지만, 전세를 살면서 내집 마련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3년 전만 해도 1억원짜리 전세에 살면서 몇 년 자금을 모으고 대출을 받아서 내집을 마련하거나, 전세를 살면서 여윳돈을 마련해 전세를 끼고 집을 장만하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분양가가 올라서 분양받기도 어렵고 목돈을 마련해 내집을 갖는 게 힘들다는 얘기다. 따라서 2005년 어떻게 전세를 구할까라는 물음에 대한 가장 중요한 해답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집 마련 계획을 세운 후 전세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계획에 맞춰 전세금은 가능한 낮춰야 한다. 내게 필요한 여러 가지 항목, 예를 들어 교통여건이 좋고, 새 아파트에 단지도 크고, 평형도 넓은 것을 희망했다면, 그 중에서 교통여건에만 집중하거나 새 아파트만 선택하는 식으로 압축해야 한다. 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최대한 목돈을 마련해서 내집 마련의 종잣돈으로 삼아야 한다. 적금을 들어서 1천만원을 모으긴 어렵지만, 전셋집을 1천만원 저렴한 곳에 찾는 건 오히려 쉬운 방법이다.
그렇다면 어떤 곳이 상대적으로 전세 가격이 낮을까? 비슷한 생활여건을 갖추고 있다면 서울보다 수도권의 전세 가격이 낮다.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은 대부분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이 발달되어 있고, 택지개발지구로 개발된 지역은 도로나 공원, 편의시설 등 생활환경도 서울보다 나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서울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또 입주물량이 많은 곳은 상대적으로 전세 가격이 저렴하다. 지난해 하반기에 한꺼번에 입주가 쏟아진 용인 죽전지구의 경우, 30평형대도 7천만~8천만원대에 전세 매물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과의 접근성도 좋고 분당과도 가까워서 생활환경도 잘 갖춰져 있지만, 분양을 받고도 입주하지 못하는 집 주인들이 많아서 전세 매물이 많고, 이 경우 집 주인들이 잔금을 치루기 위해서 서둘러 전세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죽전지구처럼 대규모가 아니더라도 새 아파트가 입주하면 주변 기존 아파트의 전세 가격이 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새 아파트나 주변 지역을 공략하는 것이 좋다. 올 상반기 입주물량이 많은 지역으로는 서울 성북구, 강서구, 동대문구, 노원구, 양천구 등이고, 수도권에서는 남양주시, 평택시, 포천시, 시흥시, 고양시, 화성시 등이다. 유지비용도 고려…잦은 이사는 삼가야
다음으로 전세 가격도 저렴해야 하지만 유지비용도 잘 고려해야 한다. 대형 평형일수록 살기에는 좋지만, 관리비가 비싼 단점이 있다. 또 집이 클수록 가구나 인테리어비용도 많이 들 수밖에 없다. 한번 넓은 집에 살면 평형을 줄여서 이사하기란 거의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자금이 많지 않다면 적은 평형에서 시작해서 넓혀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난방방식도 형편에 맞게 골라 가는 것이 좋다. 맞벌이의 경우 중앙난방은 집이 비어 있는 낮시간도 난방이 되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지지만, 하루 종일 집을 비우지 않는다면 중앙난방이 개별난방에 비해 난방비가 저렴하다. 또 세입자는 집을 장만할 때까지 한 집에서 오래 사는 게 이사비용과 중개수수료 등 경비를 줄이는 방법이다. 당장 내집 마련이 불가능하다면 2~4년 정도는 내다보고 전세를 구해야 한다. 당연하게 들리지만 의외로 자주 이사하는 경우도 많다. 맞벌이의 경우 아이가 생기면 부모님 집으로 옮기거나, 남편 직장 주변으로 전세를 구했다가 결혼 후 집안일과 회사일을 병행하는 아내를 고려해서 다시 부인의 회사쪽으로 옮기는 사례도 종종 있다. 끝으로 지역과 단지를 선정할 때는 이것저것 따지다가도 정작 계약할 집은 소홀히 보는 경우가 있다. 전세를 구할 때 이전 세입자가 있거나 집주인이 있으면 빨리 보고 나오려는 마음에 꼼꼼히 살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상, 하수도나 시설물에 이상은 없는지 난방은 잘 되는지를 잘 확인하고, 집주인이 수리를 해주어야 하는 것들은 미리미리 요구해야 한다. 이사 때문에 바빠서 미루게 되면 나중에는 책임 소재가 어려워서 낭패를 겪는 경우도 있다. 김혜현/ 부동산114 부장 hhkim70@r114.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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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 마련 포인트 2·17 조치 파장과 대책 정부가 부동산 관련 규제를 다소 완화할 조짐을 보이고,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아파트값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부동산시장이 다시 상승세로 반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하지만 지난 2월17일 정부의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시장은 다시 한번 혼란에 빠졌다. 개발이익환수제 시행을 담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5월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이 경우, 재건축사업 추진 단지들의 경우, 달라진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려면 법 시행 이전에 분양계획 승인 신청까지 마쳐야 한다. 만약 개발이익환수제를 피하지 못한다면 해당 단지들은 아파트 가격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요 재건축 단지별로 수익성이 재산정되고 개발이익환수제 적용을 받지 않는 단지들을 중심으로 선호도 차별화나 가격 양극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부동산 중개업소뿐 아니라 거래당사자도 내년 1월1일부터 실거래가에 의한 계약 내용을 시, 군, 구에 반드시 통보토록 하는 내용의 ‘부동산중개 및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켜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실거래가 신고가 의무화되는 내년부터는 거래가 노출로 인해 세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거래 또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정부의 정책이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강하다. 거시적으로 볼 때 시장은 시장원리로 똑같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없는 부동산이라는 상품의 고유 특성상,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더라도 업무 중심 지구와 근거리에 위치하며 교통 및 주거환경이 우수한 입지적 특성을 갖춘 상품이 더 높은 가치를 평가받게 된다. 따라서 지금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차기 투자 상품을 선별할 때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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