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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3 16:08 수정 : 2005.03.03 16:08

일러스트레이션 최수연 (무단게재 금지)

A는 회사의 큰 행사를 기획하는 총괄 프로젝트 매니저(PM)이다. 직원 B에게 행사에 나올 연사를 섭외하는 책임을 맡겼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섭외가 안 되어 당일 행사에 연사가 나오지 않았다. 이 문제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A인가, B인가?

보통 이렇게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A라고 대답한다. 업무를 위임했더라도 그 최종 책임은 PM에게 있고, 따라서 상황을 미리 체크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다들 대답은 그렇게 하면서, 왜 현실에서는 업무를 맡겨만 놓고 자기는 꽁무니를 빼버리는 관리자, PM, 경영자들이 그렇게 많단 말인가?

위임한 업무를 관리자가 책임을 다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아주 흥미로운 해석이 있다. 상사의 과잉 개입으로 인한 자신의 불쾌한 기억 때문이라는 것이다. 업무를 위임해 놓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체크하는 것은 필요하고 당연한 일인데도, 자신을 잔소리꾼으로 여길까 봐 회피하는 것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불쾌한 존재가 되길 꺼린다.

하지만 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자원(시간, 예산 등)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주지 않고, ‘이건 이제부터 당신 일이야!’라고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건 어떨까. 상사 입장에선 일을 그냥 떠맡기는 것에 불과하고, 직원 입장에선 늘 그랬듯이 ‘일이 하나 더 떨어지는 것’으로 이해된다.

위임받은 직원들은 업무를 어떻게 처리하는가? 상사가 마감이 정해지지 않은 어떤 과제를 위임했을 때 보통 직원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먼저 원래 하던 바쁜 일들에 묻혀서 미루어놓다가 상사가 다시 물어보지 않으면 어물어물 넘기는 형이 있다. 아마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이렇게 실종되어 버리는 과제와 지시가, 못해도 1년에 10건 이상씩은 될 것이다. 물론 기업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사실, 성과가 나지 않았다거나 실패했다는 부정적인 보고보다 더 나쁜 것이 피드백이 아예 없는 것이다. 두 번째 유형은 업무를 받을 때 언제 리포트할 것인지를 함께 정해서 분명하게 결과를 보고하는 형이다. 후자는 종종 지시를 잊어버린 상사에게 환기를 해주기까지 한다. 당신이 상사라면 누구와 일하고 싶겠는가?

많은 직원들의 착각처럼 상사들은 그 일을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직원과 만날 때 언급하지 않을 뿐이다. 고객과 대화를 나누다가, 운전을 하다가, 거리를 걷다가도 상사들은 하기로 한 일이 완료되지 않았음을 떠올리고 있다.

업무 위임에는 ARC 원칙이 있다. Authority(권한), Responsibility(책임), Commitment(약속). 이 3가지 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권한’이란 위임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이나 협조 등을 조정할 권한을 함께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연사 섭외를 하도록 위임한다면, 그 일을 잘하기 위해서 다른 업무의 기한을 조정하거나, 예산을 사용하거나, 다른 부서의 업무 협조를 받을 권한도 함께 주어져야 한다.

‘책임’은 위임한 사람과 위임받은 사람이 함께 책임을 진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두 사람은 그 업무가 언제 완료되는지,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를 함께 검토할 계획을 처음부터 가질 필요가 있다. 업무를 위임할 때 함께 수첩을 펴놓고, “자, 언제쯤 그 일의 결과를 피드백해 주겠나?”라고 물어보라. 그리고 그 작은 약속을 꼭 지켜라.

‘약속’이란 위임받은 사람의 다짐을 받는 것이다. 그 업무를 하겠다는 자발적인 헌신을 약속받는 것이다. 그냥 지시만 하면 알아서 모든 것이 돌아갈 것으로 생각하는 상사들이 의외로 많다. 업무 위임이 그냥 하나의 지시로 끝나버리지 않으려면, 위임하면서 직원이 이 업무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를 반드시 질문해야 한다.

일 잘하는 사람들은 작고 사소한 것에서 차이를 만들어내는 법이다. 위임한 업무에 대해서 정확하게 피드백을 주고받는 상사는 직원들의 성장에 도움을 준다. 위임받은 업무에 대해서 어물어물 넘겨버리지 않고, 정기적으로 그 결과를 보고하는 직원은 상사로부터 신뢰를 얻게 된다.

고현숙/ 한국리더십센터 부사장 Helen@eklc.co.kr


고현숙은 한국리더십센터 부사장으로, 기업 CEO와 임원들을 코칭하고 있는 전문 코치이다. 조직의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리더십과 코칭을 주된 과제로 기업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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