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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9 14:36 수정 : 2005.03.09 14:36

퇴직자 대상 전직지원 서비스 아웃플레이스먼트…기업 경쟁력 가늠하는 잣대로 떠올라

사례1.
이동통신 중계기 제조업체인 하이웨이브의 임복기(52) 영업이사.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군인이었던 그가 민간기업의 임원으로 변신한 데는 국방부 전직 지원 프로그램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임 이사는 더 이상 진급을 못한 채 계급 정년을 맞자 극도의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고 털어놓는다. 자녀들의 학자금과 결혼비용 등으로 가계지출은 더 늘어가는 데 비해, 제대 군인의 사회 진출은 여러모로 제약이 많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문 컨설턴트의 도움으로 심리진단과 적성분석 등을 거쳐 통신병과에 재직한 경험을 살리기로 한 임 이사는 정보통신업체를 목표로 구직활동을 벌여 무난히 취업 문턱을 넘어설 수 있었다.

사례2.
아직 직장생활 초년병인 김미숙(가명·30)씨도 전직 지원 서비스의 수혜자다. 한국코카콜라에서 전문 비서로 일해 온 그가 구조조정 통보를 받은 것은 지난 2003년 11월. 코카콜라 본사 차원의 결정에 의해 비서직이 통합운영되면서 전문 비서들은 회사를 떠나야 했다. 다행히 회사가 제시한 퇴직 패키지에는 전직 지원 서비스가 포함됐고 김씨도 3개월간의 과정에 합류했다. 그는 적극적 구직활동을 편 지 3~4개월 만에 도이치뱅크에 입사했다. 가장 큰 힘이 됐던 것은 비슷한 연령대의 다른 퇴직자들과 함께 한 팀활동이었다. 심리적 안정감을 되찾은 것은 물론이고, 구직활동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퇴직자를 위한 전직 지원 서비스(아웃플레이스먼트)가 기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아웃플레이스먼트란 한마디로 퇴직자의 성공적인 변화관리를 지원하는 종합컨설팅 프로그램이다. 퇴직으로 인한 심리적 충격을 완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문 컨설팅을 통해 새로운 진로 개척에 나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미국에서 건너온 개념인 아웃플레이스먼트는 1990년대 후반 한국에 상륙했다. 국내에선 지난 2001년 대우자동차가 직원 1750명을 일시에 정리해고하면서 전직지원센터를 만들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아웃플레이스먼트는 퇴직자는 물론이고, 기업과 잔류 직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손정민 아데코코리아 부장은 “기업으로서도 합병이나 인력효율화, 경영진 교체로 인한 조직의 변화에 용이하게 대처할 수 있는가 하면, 해고로 인한 부정적 이미지도 최소화할 수 있다”며 “기존 직원들의 불안감을 줄이고 경력 개발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효과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중견기업으로 확산, 대상층도 넓어져

국내에서 아웃플레이스먼트가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아무래도 기업이 상시적 구조조정 태세를 갖추면서다. 김규동 DBM코리아 사장은 “미국에선 아웃플레이스먼트의 도입을 통해 감원 이후 회사가 소송을 당하는 비율이 획기적으로 줄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잦은 구조조정으로 인한 부작용을 경험하면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라고 진단한다.

지난 2001년부터 노동부가 지원하고 있는 전직 지원 장려금을 신청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데서도 이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도입 초기에 5개업체에 머물렀던 신청 기업수는 지난해 31개로까지 늘었다. “초기만 해도 실적이 좋지 않은 회사로 낙인찍힐까 봐 쉬쉬하는 분위기 때문에 신청률이 저조했죠. 인사 관련 사항은 잘 오픈하지 않는 전통적 관습 탓도 있었구요. 그런데 최근 들어선 이런 분위기가 바뀌고 있어요. 구조조정하면 오히려 기업 주가가 오르는 시대가 됐으니까요.” 한 컨설턴트의 이야기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 기업으로까지 관심이 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지금까지 아웃플레이스먼트를 실시한 기업들은 대체로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대기업들이었다. 현대자동차, 삼성SDI, 삼성생명, 국민은행, 위니아만도 등이 대표적이다. 비용 부담이 적잖기 때문이다. 기업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전직지원센터를 설립하는 곳도 있지만 대개는 전문 업체에 위탁운영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렇게 되면 퇴직자 1인당 3개월에 300만~4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이런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정부지원금을 활용해 전직 지원 서비스를 실시하는 중견 기업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올해부터는 전직 지원 장려금의 한도액이 1인당 1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국방부도 전역 예정 군인을 대상으로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를 제공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제대 군인에 대한 최고의 복지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게 해주는 것이라는 취지에서였다. 이를 통해 지난해 1899명이 민간기업체 등에 취업했다.

몸집 줄이기 나선 금융권서 이슈로 부상

최근 전직 지원이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곳은 금융권이다. 특히 합병과정을 거친 은행들이 뒤늦게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이 조기퇴직을 실시하면서 전직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김규동 사장은 “M&A가 많고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빠르게 바뀌고 있는 금융권에서 잉여인력이 늘면서 전직 지원 서비스가 필수적인 퇴직 패키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한다.

%%990002%% 손정민 부장은 “이전에는 숫자 줄이기 개념의 명퇴가 많아서 나이 든 퇴직자들이 주를 이루었지만, 요즘은 영업환경이 급변하면서 업무 자체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퇴직연령대가 다양해졌다”며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를 받는 대상층이 훨씬 넓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아데코코리아의 리헥트해리슨에서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를 받은 고객층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40대가 33.7%로 가장 많았지만 30대도 31.6%나 차지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현재 업계에서 300억 규모로 추정하고 있는 아웃플레이스먼트시장 규모도 점점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8년 DBM코리아를 시작으로 리헥트해리슨, 라이트 매니지 컨설턴츠 등 외국계 기업들이 속속 국내에 상륙했으며, 채용정보업체들까지 아웃플레이스먼트사업에 욕심을 부리고 있는 상황이다. 선두업체인 DBM코리아의 경우 지금까지 202개 기업, 7134명의 퇴직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했고, 매년 의뢰건수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아웃플레이스먼트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질까. 기업마다 차이가 크지만, 아웃플레이스먼트 전문 업체들은 인력 감축의 목표 설정 단계에서부터 감원 대상자 선정, 퇴직 패키지 설계, 퇴직 통보, 전직 지원 프로그램, 남아 있는 직원들을 위한 변화관리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한다.

“기업마다 전문 컨설턴트들이 개입하게 하는 시기가 달라요. 그런데 퇴직자들의 불만 없애기 차원에서 사후 처리 수단으로만 아웃플레이스먼트를 실시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습니다. 효과가 반감될 수 있는 거죠.” 한 컨설턴트의 지적이다.

예컨대 해고를 통보할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사전에 먼저 실시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구조조정에 대한 공감대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에서부터 해고통보는 어느 시기에 하는 게 좋은지 등등에 대한 노하우를 배우는 식이다.

퇴직자들의 구체적인 진로 개척에 들어가기 앞서, 심리 회복과 자기 진단을 통한 경력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정으로 꼽힌다. 퇴직으로 인한 급격한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지가 가장 시급한 문제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퇴직 임원들의 경우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를 받는 기간 동안 전용 사무공간과 수행비서 등까지 갖춰주는 것도 이런 차원에서다. 실제 구직활동 중인 한 퇴직자는 “충격을 완화시키는 데 한 달 이상이 걸렸다”고 전한다.

상시적으로 퇴직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전직 지원에 나서는 기업도 있다. POSCO의 ‘그린 라이프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정년퇴직(56살)을 1년 남겨둔 시점에서 직원들을 인재개발원에 파견해 새로운 진로 개척을 위한 컨설팅 및 학습 기회를 부여한다. 기업은행도 1년에 2차례 시행되는 인사 이동에 앞서 전직 지원 신청을 받아 후선 업무로 직무를 배치하고 6개월간 진로 개척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찬수 기업은행 인력개발부 과장은 “은행을 나가기 전에 진로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다”고 전한다.

재직자 대상 경력설계 프로그램 활성화돼야

좀 더 넓게는 퇴직자뿐 아니라 현재 회사에 재직 중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경력설계 프로그램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퇴직 이후를 미리미리 대비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개개인의 경력관리 및 개발에도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김유희 한국리서치앤드컨설팅 컨설턴트는 “성과부진자를 퇴출시키거나 직무재배치를 유도하는 데 아웃플레이스먼트를 활용하는 기업도 있다”고 말한다.

다가올 구조조정의 여파에 미리 대응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엄동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국내 생산 가능인구의 연령별 분포를 볼 때 올해와 2017년, 2026년에 대규모 기업 구조조정이 예상된다”며 “만 35살, 만 40살에 도달한 근로자에 대해 안팎의 전문가로부터 향후 진로 설계를 위한 컨설팅 기회를 부여하는 등 다각도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웃플레이스먼트가 기업복지의 중요한 항목 중의 하나이자, 인재관리기법의 하나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이런 맥락에서 나오고 있다. 황보연 기자 hbyoun@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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