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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989원까지 떨어지는 등 외환시장이 요동친 10일 오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외환운용팀에서 딜러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외환 거래를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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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속도 늦추기인듯
한은 “환투기 가능성”
원-달러 환율이 중국과 일본에서 날아온 외풍을 타면서 10일 하루 사이 19원이나 오르내리며 요동을 쳤다. 개장과 함께 환율 폭락세가 이어지면서 장중 한때 달러당 1000원 벽이 깨졌으나, 정부의 강력한 시장개입 발언이 나오면서 네자릿수를 간신히 회복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미 사실상 900원대 환율 기조로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개입 경고 역시 1000원 선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라기보다는 하락 속도를 좀 늦춰보겠다는 의도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 요동친 외환시장=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널뛰기 등락을 거듭하다가 전날보다 0.7원 오른 달러당 1000.3원으로 1000원 선에 턱걸이했다. 이날 환율은 전날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가 환율제도 변경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 외신을 통해 알려지면서 단숨에 1000원 벽이 깨진 999원으로 장을 시작했다. 이후 오전 11시께 외환보유액 투자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발언까지 가세해 환율 하락을 부채질했다. 그러나 우리 외환당국이 “시장에 적극 개입하겠다”고 밝히고 일본에서도 재무성이 “고이즈미 총리의 발언은 달러를 내다 팔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해명하자, 원-달러 환율은 불과 20분 남짓 동안 19원이나 급등하면서 단숨에 1000원 선을 회복했다. 오후 들어서도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2시께 1004.1원까지 올랐으나, 다시 등락을 거듭하면서 1000.3원으로 1000원 선을 겨우 지켰다. 최근 환율이 지나칠 정도로 민감하게 움직이는 것과 관련해 한국은행은 이날 처음으로 국제 환투기 세력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승 한은 총재는 “합리적 수준을 넘어서서 시장의 정상적 룰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투기세력이 개입하는 등 외생 요인의 작용으로 지나치게 환율이 떨어지는 것은 방치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광주 한은 국제국장도 “최근 환투기세력들이 원화와 대만달러를 공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990003%%
■ 환율 전망 ‘3대 변수’=많은 전문가들은 정부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까지는 환율을 반등시킬 요인보다는 끌어내릴 변수의 힘이 여전히 강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첫째, 미국 내부 요인에서 발생한 ‘약달러’ 문제다. 시장 충격을 막기 위해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 등 외환보유국들이 위험을 피하기 위해 보유 통화를 다변화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또 미국 정부는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약달러 정책을 펴오고 있는데, 적자 폭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연말 이후 고용과 소비 동향이 꾸준히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적자를 해소하려면 소비를 줄여야 하지만, 소비 감소에 따른 경기 둔화는 곧바로 달러화 약세 압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둘째, 중국 위안화의 환율제도가 어떻게 바뀌느냐도 큰 변수다. 이는 이날 원-달러 환율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이기도 했다. 중국이 미국 등의 압력에 못이겨 바스켓제도 도입 등으로 환율 변동 폭을 확대해 위안화 절상을 허용하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권 통화들의 절상 압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셋째, 우리나라 내부 요인인 달러 공급과 수요의 문제다.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흑자 행진은 달러 공급 우위 현상으로 원화 강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엔 수출 증가율이 떨어지는데도 흑자 폭은 감소하지 않고 있어 문제가 더 복잡해졌다. 결국 내수가 본격 회복기에 들어가야, 수입 수요 증가로 흑자 폭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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