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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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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기수익률 따져 분할투자를 지수가 900을 넘던 때만 해도 한 과장은 설마 설마 하며 의심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지수 1000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그 근처만 가면 오히려 주식에 묻었던 돈을 빼내야 함을 이제껏 너무 많이 보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르는 말에 올라타야 한다”며 뒤늦게 투자 대열에 나섰다가 상투만 잡고 허탈해하는 동료들만 해도 셀 수 없었다. 하지만 올 초부터 무섭게 오르는 주가가 계속 한 과장을 불편하게 했다. 처음엔 “이번만엔 다르다”라는 말을 외치는 언론들을 애써 무시해 보려고도 했다. 그러나 신문이며 잡지에서 어찌나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토해내는지, 어쩔 수 없이 한두 번 읽다 보니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는 게 감지됐다. 무엇보다 한 과장의 마음을 잡아끈 것은 ‘경기비교론’이었다. “과거에 지수 900대을 넘어설 땐 경기 사이클이 고점 무렵이었지만 지금은 경기 바닥 여부를 고민하는 즈음에 지수 1000대에 이르렀다. 따라서 경기 회복까지 이어질 경우 지수는 더 튼실하게 오를 수 있다.” 한 과장 역시 조금씩 경기가 회복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던 터라 이 이야기가 솔깃했다. 게다가 최근 주가를 끌어올린 자금이 여느 때와는 다른 것이라는 점도 한 과장의 마음을 흔들었다. “과거엔 외국인과 개인의 단기성 자금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지금은 적립식 펀드 등으로 대표되는 건실한 기관 자금이 주가를 이끈다. 이런 자금은 쉽게 빠져나갈 돈이 아니어서 지수 1000을 넘어도 환매가 급하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한 과장 역시 지난해 20만원짜리 적립식 펀드에 가입한 지 5개월을 넘기고 있었다. 은행이자가 도무지 성에 차지 않아 그저 은행이자보다 조금만 더 낫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입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적립식 펀드가 최근의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한 과장도 3년은 눈 딱 감고 불입만 하리라 마음먹었던 터라 ‘쉽게 빠져나가지 않을 양질의 장기 자금’라는 말에 수긍이 갔다. 금리+α 수익률 정도만 기대해야 그렇다면, 이게 정말 몇십 년에 한 번 오는 그 기회란 말일까? 이런 생각에 이르니 조바심이 났다. 살아생전에 몇 번 오지 않을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생각하니 지금이라도 빨리 목돈을 넣어 이 기쁨을 함께 맛보아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러다가 막차를 타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제껏 남들 따라 투자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잘 지켜오지 않았던가. 한 과장은 자신보다 재테크 수완이 좋아 보이는 김 대리에게 그런 마음을 털어놓았다. 김 대리는 답은 의외로 명쾌했다. “뭘 걱정하세요. 간접 투자를 하세요. 펀드도 좋고요, 요즘 6개월짜리 주가연계상품(ELS)도 있고요. 돈을 장단기 성격으로 나눠서 2~3개 정도 다른 상품에 나눠 넣는 게 좋겠네요. 지수가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이른바 ‘장기 분할 간접 투자’를 하라는 이야기였다.
한 과장은 자신처럼 소심한 성격은 간접 투자가 제격이라는 것에는 공감했다. 그러나 분할 투자에선 선뜻 맞장구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장이 좋다는데 시장 수익률을 함께 맛봐야 할 것 같다가도, 지수가 높으니 하락할 때를 대비해야 할 것도 같았다. 하지만 그리 많지도 않은 돈을 나누면 절반의 가능성은 충족되겠지만, 나머지 절반의 가능성은 저버려야 하지 않는가. “과장님, 욕심을 조금 버리고 금리+α 정도의 수익률만 거둔다 생각하세요. 그렇게 생각하면 나눠 넣어도 평균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어요. 사실 지수에 대한 부담감은 늘 있잖아요. 낮으면 낮아서 영 오를 것 같지 않고, 높으면 곧 내려갈까 봐 겁나고요. 다행히 당분간 주가가 계속 좋을 것 같다니 길게 둔다면 수익도 괜찮을 거예요.” 김 대리의 충고에 결심을 굳힌 한 과장은 상품을 골라보기 시작했다. 일단 ELS보다는 펀드쪽으로 마음이 갔다. ELS는 6개월 안에 수익이 확정되는 형태가 많아 비교적 짧은 기간에 수익을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수익을 내는 조건들이 너무 아슬아슬해 보였다. 주가라는게 하루에도 몇 번씩 요동을 치기도 하는데 기간 동안 한 번이라도 너무 내리거나 오르면 수익이 날아간다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또 ELS의 수익은 배당 형태라 세금을 떼야 했다. 제시하는 수익률이 연 8%라 하더라도 이자소득세 15.4%를 떼고 나면 세후 금리가 6.77%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한 과장은 약간의 위험을 안고 하는 주식투자라면 그보다는 높은 수익을 거두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눈이 간 것은 펀드였다. 한 과장도 적립식 펀드를 붓고는 있지만 워낙 조금씩 붓는 것이라 수익이 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보다 조금 더 일찍 수익을 보려면 은행에 넣어둔 돈을 꺼내 펀드에 거치식으로 넣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그러려고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1990년대 초 첫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 한 과장의 가슴에 늘 품어두었던 은행 통장과 이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두자릿수의 이자를 주는 정기예금이 흔하던 때였다. “1천만원을 모으기가 힘들지, 그것만 되면 그때부턴 돈이 계속 스스로 불어간다”며 자신의 손을 이끌고 은행으로 가던 첫 직장 선배도 생각났다. 하지만 한 과장은 이번 기회에 자신의 ‘투자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은행의 저금리에 기댈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최근 3개월 동안 은행 정기예금이 약 10조원 정도 이탈했던 대열에, 한 과장도 함께 서기로 마음먹었다. 펀드 수익률·위험도 함께 고려 한 과장은 펀드 고르기에 나섰다. 이를 위해 김 대리로부터 펀드닥터 www.funddoctor.co.kr와 한국펀드평가 www.kfr.co.kr와 같은 인터넷 사이트를 소개받았다. 이런 사이트에 들어가니 각 펀드의 운용 성과와 수익률, 스타일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떤 기간으로 잘라 보느냐에 따라 펀드들의 수익률 순위가 어긋났다. 1년 수익률 1, 2위인 펀드가 1개월 성적으로는 8, 9위에 이르기도 했다. 또 어떤 점들을 보아야 펀드들의 성격과 차이가 드러나는지 알 수 없어 난감했다. 또다시 김 대리에게 도움을 청했다. 역시 똑똑한 김 대리는 친절하게 펀드 고르는 법을 알려줬다. “우선 펀드의 수익률을 볼 때에도 1년 수익률뿐 아니라 1개월, 3개월, 6개월 성적을 모두 확인해 보는 게 좋아요. 만약 1년 누적 수익률은 좋았는데 최근 수익률은 떨어졌다면 달라진 시장상황에 잘 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볼 수 있거든요. 거꾸로 최근 성적은 좋은데 이전 성적이 좋지 않다면 어떤 변화 때문인지, 그 변화가 계속 이어질지 판단해 보는 게 좋겠지요.” 그러면 수익률만 따져 보면 되겠냐고 묻자 김 대리의 대답은 이러했다. “아니죠. 수익률과 함께 위험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표준편차도 살펴보셔야 해요. 표준편차값이 클수록 시장에 더 민감하게 움직이는 펀드로 볼 수 있거든요. 이를테면 표준편차값이 큰 펀드는 주가가 좋을 땐 더 좋은 성적을 내지만 주가가 떨어질 땐 더 많이 떨어진다고 보시면 돼요. 반대로 이 값이 작은 펀드는 주가의 움직임에 덜 좌우돼 지속적인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시면 되고요. 따라서 보수적이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려면 이 값이 작은 펀드를, 떨어질 때 떨어지더라도 오를 때 고수익을 노린다면 이 값이 큰 펀드를 고르면 좋아요.” 김 대리의 조언에 따라 펀드들을 살펴보니 대략 그 성격이 눈에 들어왔다. 우선 최근 1년 성적이 45.97%, 45.14%로 가장 좋았던 세이 고배당주식형, 신영 비과세고배당주식형1은 배당주에 투자하는 펀드라 표준편차값이 10.97, 9.1 정도로 낮은 안정수익형 펀드였다. 즉 지수가 오를 때 약 30~40% 정도만 상승하고, 하락할 때에도 역시 30~40% 정도만 하락하는 종목들로 구성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고배당주들 가운데 저평가된 종목들이 많아 요즘 주가가 많이 오르면서 예상보다 높은 수익을 거둔다고 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펀드는 금리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자 하는 보수적인 투자자들에게 적당하다는 게 김 대리의 설명이었다. 일단 요즘처럼 주가가 오를 때에는 오히려 다른 펀드들보다 조금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주가가 떨어질 때 수익률이 덜 떨어지기 때문에 하락장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었다. 반면 최근 1~3개월의 성적이 좋은 미래에셋 디스커버리주식형 등과 같은 미래에셋 펀드들은 요즘 같은 강세장에서 더 빛나 보였다. 이 펀드들은 모두 시장의 상황에 따라 펀드 보유 종목군을 발 빠르게 바꿔주는 ‘액티브형’ 펀드이기 때문이다. 표준편차가 16.96%으로 다소 높고 시장민감도값도 0.88로 높아, 대략 주가 움직임의 88% 정도를 따라간다고 했다. 따라서 이런 펀드들은 앞으로 IT주나 대형 우량주 중심으로 넘어가면서 지수가 지속적으로 오르면 높은 초과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반대의 위험도 만만치 않다는 게 단점이었다. 사실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가 그리 오르지 않아 이런 성격을 가진 펀드들이 그리 높은 초과 수익률을 거두지 못했다. 이런 성격의 펀드들은 대부분 삼성전자 주식을 펀드에 20% 넘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도 포트폴리오 전략을 한 과장의 눈길을 끈 펀드 가운데 하나는 탐스 거꾸로주식A-1이었다. 이 펀드는 최근 자리 잡기 시작한 가치주 펀드였다. 가치주 투자란 주식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기업가치보다 저평가된 소외 종목들을 발굴해 보유했다가, 주가가 적정 수준에 이르면 팔아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이 펀드는 이런 투자방식으로 최근 펀드 수익률에서 줄곧 수위를 달리고 있었다. 중소형주가 많이 올랐던 최근 장에서 이 펀드가 가지고 있는 가치주들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대형주 위주의 장이 되면 수익률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걸렸다. 특히 가치주들은 거래량이 적은 편이라 이 펀드가 마음대로 사들일 만한 주식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위험도 있었다. 고심 끝에 한 과장은 가지고 있던 돈을 3등분해 3개의 펀드에 넣기로 마음먹었다. 대형 우량주 중심의 강세장으로 갈 때를 대비해 액티브형 펀드 하나, 지수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 배당주 펀드 하나, 그리고 긴 기간 동안 묻어놓을 요량으로 가치주 펀드를 하나 고른 것이다. 물론 지수가 어느 한쪽으로 쏠리면 선택한 펀드 가운데 한두 개에선 조금 기대에 못 미친 수익을 거둘지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를 택해 불안을 안기보다는 수익을 약간 덜어 불안을 쪼개는 게 한 과장에겐 훨씬 마음 편한 선택이었다. 김윤지 기자 yzkim@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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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주가 바뀐다 지수 1000 시대가 안착되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앞으로 주가를 이끌 주도주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대세는 중소형주에서 대형 우량주로 바뀔 것이란 주장이다. 김세중 동원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의 시장은 코스닥과 거래소 증권주, 거래소 중소형주가 주도해 왔으며 이는 그동안 지속되었던 저평가 현상을 해소해 온 측면이 크다”면서 “이런 현상은 적립식 펀드 등 국내 유동성이 유입돼 가능했지만 최근 외국인의 자금이 늘어나고 있어 대형주에 주목할 시기가 왔다”고 말한다. 특히 중소형주나 코스닥에서 가치에 비해 황당할 정도로 저평가 취급을 받던 주식들이 어느 정도 제자리를 찾았다는 게 김 연구원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장세가 초반에서 중반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대형 우량주가 시장을 주도했던 과거의 경험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인다. 따라서 김 연구원은 IT, 소재, 은행 중심의 대형 우량주가 시장을 이끌 것이라 전망한다. 하지만 시장엔 아직 상승할 만한 가치주들이 여전히 많다는 의견도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가치주들이 한순간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10년 동안 소외됐던 종목이 1년 만에 주가를 모두 회복할 수 없으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아직도 여전히 싼 가치주들은 많다”고 말한다. 지수 1000을 1100으로 끌어가기 위해선 지수를 움직일 수 있는 대형주들이 움직여야 하겠지만 그 안에서 저평가 가치주, 중소형주들도 꾸준히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오 연구위원은 “연기금, 외국인의 시장 주도력이 확대되면 단기 모멘텀 투자보다는 중장기 가치 투자로 패러다임이 바뀌게 된다”고 덧붙인다. 이번 지수 1000 돌파는 그런 중장기 가치 투자가 가속화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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