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3.14 18:05 수정 : 2005.03.14 18:05


“샀다 되팔고 다시 사고…” IT메뚜기족을 아시나요?

대학교의 직원인 신철홍(30)씨는 요즘 얼마 전에 산 캐논의 420만화소 카메라 익서스40에 푹 빠져 있다. 틈날 때마다 이런저런 기능을 찾아 찍어가며 카메라의 진가를 찾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나 이 카메라는 곧 신씨의 손을 떠날 것이다.

1년새 디카 5차례 갈아치워

지난해 이후 지금까지 신씨가 구입한 디지털 카메라는 모두 5대이다. 지난해 초에 니콘 쿨픽스2500 기종을 샀다가 그해 8월에 인터넷경매로 20만원에 팔았다. 한달 뒤 그는 삼성 케녹스 디지맥스 브이(V)4 모델을 35만원에 사 얼마간 써보다 인터넷으로 30만원에 처분했다. 그 다음달에 선택한 것은 코닥의 300만화소대 카메라 DX6340, 400만화소대 카메라 DX6440였다. 이 가운데 DX6340은 역시 그해 12월 인터넷에 매물로 나갔다.

이쯤에서 눈치챌 수 있지만, 그는 굉장한 아이티(IT) 기기 매니아다. 다만, 모으는 것이 취미인 ‘콜렉터’들과는 달리 그는 맘에 드는 새로운 것이 나타나면 미련없이 이전 제품을 판다. 구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이런 이들을 ‘아이티(IT) 메뚜기족’이라고 부른다. 이들의 제품 교체 주기도 빠르면 일주일에서 1~2달 정도로 매우 짧다. 인터넷을 주로 이용하다 보니 새 제품이나 헌 제품을 가리지 않는다. 최신 제품만을 고집하는 이른바 ‘어얼리어답터’들과는 다른다.


신씨는 디카에 빠지기 전에는 피디에이(PDA)에 몰두해 있었다. 2002년부터 2004년 초까지 셀빅부터 컴팩 아이팩까지 모두 7개의 피디에이가 그의 손을 거쳐갔다. 신씨는 이제 노트북에 관심이 간다고 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노트북이 그에게 갈지 모른다.

경매사이트·가페 문턱닳아

신씨 같은 이들이 나타난 것은 하루가 다르게 성능이 향상된 제품이 나오는 디지털 시대 도래와 더불어 자신이 직접 물건을 팔 수 있는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아이티 제품을 횟감에 비유하곤 한다. 출시 초기의 신선한 맛이 사라지면 곧바로 외면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메뚜기족은 제품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면 곧바로 처분에 나선다.

최신제품도 중고처럼 거래돼

이런 메뚜기족이 주로 활동하는 곳이 옥션과 같은 인터넷경매 사이트와 다음이나 네이버의 디지털카메라, 휴대전화 관련 카페들이다. 다음의 삼성 500만화소 카메라폰(모델명 SCH-S2300)이나 가로보기(모델명 SCH-V500) 관련 카페에 가면 자신이 쓰던 폰을 최신 다른 기종과 바꾸고 싶다는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와 있다.

이런 메뚜기족 때문에 옥션 등의 인터넷경매 사이트에서는 최신 제품들도 중고로 거래되고 있다. 옥션의 휴대전화 코너 ‘중고/공기계’ 쪽으로 보면, 500만화소 폰이 160여건이나 등록돼있다.

국내에선 아직 출시도 되지 않은 소니의 휴대용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도 어느새 올라 있다. 일본 출장길이나 여행길에 구입해 제품 경험을 마친 뒤, 옥션에 중고품으로 내놓은 것이다. 이렇게 올라온 제품이 10여종인데, 피에스피 중 가장 비싼 기종인 밸류팩의 경우 값이 33만~45만원 정도이다.

1만8천명 3개월내 사고팔아

옥션이 확인한 바, 옥션의 ‘컴퓨터’와 ‘가전’ 카테고리에서 최근 1년간 아이티 관련 기기를 사고 3개월 내에 다시 판매한 개인 회원의 수는 1만80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대부분 메뚜기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옥션의 배동철 이사는 “이처럼 신제품을 재빠르게 경험한 뒤, 다음 제품으로 갈아타는 이들로 인해 자연스레 중고품 유통이 활성화되고 있다”며, “신제품이나 다름없는 중고품을 마련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이런 정보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