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16 18:29
수정 : 2005.03.16 18:29
|
2005년형 오피러스.
|
최근 자동차 회사들이 품질을 크게 개선한 새 차를 개발했다고 자랑하면서도 정작 제품 보증기간 연장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
현재 국내 출시 차량의 제품 보증기간은 수출용 차의 절반 정도에 불과해, 그동안 국내 소비자들은 같은 차를 사고도 외국 소비자들에 비해 무상수리 보증기간이 짧아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해왔다.
지난 15일 출시된 기아차 ‘2005년형 오피러스’의 보증기간은 일반 부품과 엔진 및 변속기 모두 3년·6만㎞이다. 기아차는 새 차에 6기통 람다 3.8 엔진을 얹어 종전 3.5 엔진보다 출력(203마력→250마력)과 연비(7. 3km/ℓ→7. 9km/ℓ)가 크게 향상된 점을 자랑거리로 내세웠지만, 보증기간은 종전과 똑같이 적용했다. 기아차는 현대차처럼 북미 수출용 차량에 대한 보증기간을 10년·10만마일(약 16만㎞)로 파격적으로 내걸고 있다. 그러나 수출용과 달리 내수용 차의 경우 쎄라토, 옵티마, 리갈(5년·10만㎞)을 제외한 전 차종의 엔진 및 동력전달 장치(파워트레인)에 대해 3년·6만㎞의 보증기간을 적용하고 있다.
보증기간 수출용 절반…업체, 원성 이어져도 개선안해
지엠대우가 지난달 21일 내놓은 신형 경차 ‘마티즈’ 역시 보증기간을 개선하는 것에는 눈을 감았다. 회사 쪽은 엔진 성능과 연비 측면에서 앞서 나온 차량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일반 부품과 엔진 및 변속기의 보증기간인 2년·4만㎞, 3년·6만㎞는 그대로 뒀다. 서유럽에 많이 팔리는 수출용 마티즈의 부품 보증기간은 이보다 훨씬 긴 3년·10만㎞이다.
이보다 먼저 선보인 현대차의 5세대 ‘쏘나타’, 르노삼성의 ‘뉴 에스엠5’와 지난 10일 출시된 쌍용차의 ‘뉴 체어맨 뉴 테크’ 등도 과거 보증기간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모델 역시 업체마다 최첨단 기술로 개발한 것으로 선전하며 주력 차종으로 내세우고 있는 차다.
이에 대해 완성차 업체들은 내수용 차와 달리 수출용 차량의 보증수리 기간을 크게 늘리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꾸준한 연구개발 덕분에 품질이 크게 좋아졌고, 이를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판매 조건에 반영할 뿐이라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판매 조건은 어차피 차 값에 반영하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큰 부담이 없으면서도 품질에서 생긴 자신감을 외국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회사들은 그동안 내수용 차에 대해서도 일부 차종에 한해 보증기간을 늘리기는 했다. 그러나 같은 엔진을 쓰는 차라도 적용 시기가 다르고, 외국에 파는 차와 견주면 똑같은 차라도 너무 차이가 나, 역차별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들어 무서운 기세로 국내 시장을 파고 들고 있는 수입차들이 처음부터 무상수리 보증기간을 내수용 차보다 크게 늘리고 있는 것도 완성차 업체들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한국도요타자동차는 렉서스 차종을 대상으로 4년 또는 10만㎞까지 보증수리를 해주고 있고, 다임러크라이슬러 역시 보증수리 기간을 7년 또는 11만5천㎞까지 적용하고 있다.
자동차10년타기 시민운동연합의 강동윤 실장은 “품질에 자신이 있다면 내수용 차도 보증기간을 늘리는 것이 마땅하다”며, “업체마다 인위적 또는 무원칙적으로 보증기간을 적용하는 문제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