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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18 13:54 수정 : 2005.03.18 13:54

일상에서 사람들이 한눈에 봐도 서로 다른 것을 비슷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가끔 있다. 고구마와 감자도 그 중 하나다. 완전히 다르게 생겼지만 사람들은 고구마와 감자가 땅속에서 캔 식물이라고 언제나 함께 묶어놓는다. 고구마는 뿌리, 감자는 줄기로 둘은 근본적으로 아주 다른데도 말이다.

지난해부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금융 상품 가운데 고구마와 감자처럼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게 있다. 바로 적립식 펀드와 변액유니버설보험이다. 두 상품은 주식을 적금처럼 매달 나눠 산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두 상품 모두 투자수익에 따라 적립금이 많아지는 구조이므로 현재 정해진 금액의 미래가치 하락을 헤지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금융 상품 소비자들이 적립식 상품을 고를 때 둘을 함께 고려한다. 하지만 두 상품은 각각 펀드와 보험으로 근본이 아주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낭패를 피할 수 있다.

실제 최근 일부 변액유니버설보험 가입자들이 보험사와 설계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사례가 있었다. 이들 가입자들은 애초 설계사가 펀드 상품인 것처럼 설명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가입 뒤 주가가 올라 이익을 실현시키려고 보험사를 찾았다 일정 기간 안에는 원금도 못 찾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김미숙 보험소비자협회 회장은 “일부 설계사들은 높은 수익률 같은 장점만 내세우고 보험 상품의 단점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수익은 적립식, 보장은 변액유니버설이 우위

이처럼 비슷해 보이지만 아주 다른 두 상품에 가입할 때는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꼼꼼하게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두 상품은 펀드와 보험이라는 전혀 다른 출신성분을 갖고 있다는 사실부터 고려해야 한다. 여느 보험처럼 변액유니버설도 보험료에서 신계약비, 유지비 등 부가보험료와 위험보험료를 뗀다. 때문에 납입보험료를 다 돌려받으려면 일정 기간이 지나야 한다. 일정 기간 이전에 해지를 하면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큰 셈이다.

예를 들어 35살 남자가 주계약 가입금액 5천만원으로 월 보험료 50만원을 낼 경우 연 평균 운용 수익률이 9.5%이면 최소 5년은 넘어야 이미 낸 보험료 3천만원을 되찾을 수 있다. 만일 수익률이 절반 수준인 4.75%에 그치면 5년째에도 해약환급금은 납입보험료의 80% 정도에 머물게 된다. 이 경우에는 거의 10년 이상 유지해야 겨우 그동안 부은 원금을 찾을 수 있다.


또 펀드투자도 매달 내는 보험료에서 사업비 등을 뺀 나머지 금액으로 이뤄진다. 예컨대 매달 20만원을 ㄱ보험사 변액유니버설에 넣으면 이 가운데 7년 동안은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20% 정도를 뺀 16만원 정도만 펀드 운용에 들어간다.

따라서 처음부터 고객이 낸 원금의 대부분을 불려가는 적립식 펀드와는 운용 결과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매달 50만원씩 꼬박꼬박 넣고 연 평균 수익률을 9.5%로 가정해 계산기를 두들겨보면 20년 뒤에 적립식 펀드 환매금은 얼추 3억5596만원 정도 된다. 이에 비해 변액유니버설보험 만기해약금은 2억6411만원에 머무른다.

단순하게 수익만 비교하면 적립식 펀드가 우위에 있지만 보장이란 보험 상품의 기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변액유니버설보험은 가입 기간 중에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계약 때 선택한 가입금액으로 기본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 또 암, 입원 등의 특약도 붙여 보장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백정선 TNV컨설팅 대표는 “투자수익과 보장 가운데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선택을 달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추가 납입, 중도인출 조건도 꼼꼼히 확인을

두 상품은 투자성과 부분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운용방식에 있어도 차이가 있다. 적립식 펀드는 가입 때 펀드의 형태를 정해야 한다. 주식형·혼합형·채권형 등을 결정하면 이는 각 펀드의 규정에 따라 운용된다. 또한 각 펀드는 펀드매니저의 판단에 따라 정해진 원칙안에서 운용된다.

이에 비해 변액유니버설은 가입 때 펀드형태를 선택하지만 중간에 바꿀 수 있다. 대개 수수료 없이 연 12회 정도 변경이 가능하며 고객의 선택에 따라 이뤄진다. 이론적으로는 주식 상승기에는 주식형을, 하락기에는 채권형을 선택해 고객이 능동적으로 수익률을 관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개인이 직접 펀드 편입비율을 변경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 단점이 될 수 있다. 주식시장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면 상승장에서 수익을 못 챙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변액유니버설의 펀드 변경과 같은 형태인 엄브렐러펀드는 증권사 통계에 따를 경우 5% 이상 수익을 낸 고객 비중이 12.7%에 그쳤다. 그만큼 개인이 시장 대응을 적절하게 해내기란 어렵다는 뜻이다. 따라서 스스로 펀드비율 변경이 부담스러운 경우에는 주위에 도움을 받거나, 변액유니버설 가입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수수료 부분에서 적립식 펀드 수수료율은 상품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2.5~3% 수준이다. 1~2%인 일시납 거치형에 비해 매달 전산관리 및 유지 보수에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다소 높은 편이다. 이에 비해 변액유니버설 수수료는 보험사마다 다르지만 1%가 채 되지 않는다. 투자된 보험료의 매일 운용평가액에서 운용수수료로 연 0.4~0.8%가 빠져나간다.

수수료는 매년 수익에 관계없이 가져가기 때문에 장기 투자를 할 경우 수익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 부분에서 수수료율이 낮은 변액유니버설보험이 비교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사업비 공제가 끝나는 7년 뒤부터는 적립식 펀드에 비해 투자효과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불입액을 줄이거나 늘리는 점에서도 변액유니버설보험이 좀 더 편리하다. 물론 적립식 펀드 가운데 추가 납입이 가능한 상품도 있다. 하지만 적립식 펀드는 환매라는 조건부적인 출금만 할 수 있어 다소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유동성 면에서는 변액유니버설이 다소 낫다고 볼 수 있다.

또 중도인출, 추가 적립 등 편의성 부분에서도 변액유니버설이 적립식 펀드에 비해 편리한 편이다. 보험사마다 다르지만 변액유니버설은 일정 기간 뒤 중도인출이 가능하다. 중도인출은 계약자 적립금에서 이뤄지며 이자 없이 2천~5천원 정도의 일정 수수료를 내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계약을 깨지 않고 필요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셈이다.

이에 비해 적립식 펀드는 중도인출을 하려면 환매의 방법을 이용해야 한다. 환매는 투자액 전부 또는 부분을 할 수 있다. 부분 환매의 경우, 적립식 납부계약은 해지되며 남아 있는 금액은 거치형으로 바뀐다. 따라서 새 계약이 되므로 기존 계약과는 다른 별도의 투자로 수익률 등이 달라질 수 있다.

또 변액유니버설은 일정 기간 뒤 추가 적립에는 사업비가 거의 부가되지 않으므로 계약자들은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적립식 펀드는 대부분 추가 적립이 되더라도 새로운 계약으로 거치식 투자가 이뤄진다.

두 상품의 세제혜택 부분 차이는 알려진 것보다 크지 않다. 변액유니버설은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가 적용된다. 또 10년 안에 원금을 중도인출해도 보험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에 비해 적립식 펀드는 세금우대까지만 되고 비과세 혜택은 없다. 하지만 실제 잘 따져보면 비과세와 거의 차이가 없다. 과표기준가는 실제 수익에서 비용을 빼 계산한다. 펀드는 주식 거래에 따른 차익은 비과세하고 채권 등의 이자에서 보수 등을 뺀 나머지가 과세 요건이 된다. 따라서 과세 대상이 되는 과표가 거의 생기지 않는 셈이다.

목돈 마련=적립식, 노후 대비=변액유니버설

마지막으로 만기 지급방식도 눈여겨 비교해 봐야 한다. 변액유니버설은 일정 기간 뒤 적립금을 연금형태로 지급받을 수 있다. 이런 경우 만기해지 뒤 새로운 연금에 가입해 추가로 사업비 등을 내는 것보다 훨씬 유리해진다. 이에 비해 적립식 펀드는 연금식으로 받을 수가 없다. 만기가 오면 일단 해지하고 새로 연금 상품에 가입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적립식 펀드와 변액유니버설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좋다는 결론은 내리기 힘들다. 둘 다 아직 도입 초기 단계이고 수익률도 검증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대표는 “상품의 성격을 따져보면 10년 미만의 투자형 상품으로는 적립식 펀드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노후 대비 등 10~20년 동안의 장기 투자를 고려한다면 변액유니버설에 관심을 두는 것이 좋아 보인다고 덧붙인다. 특히 변액유니버설보험은 소액으로 목돈을 마련하고자 하는 투자자보다는 고액 투자자에게 포트폴리오의 분산 차원에서 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아무리 매력적인 금융 상품이라도 자신의 상황에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아무리 멋진 옷이어도 자신의 몸에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유행처럼 너도나도 앞다퉈 가입하는 이 두 상품도 상품내용을 제대로 알고 자신의 재무목표에 맞게 가입해야 후회가 없다. 이현숙 기자 hslee@economy21.co.kr


■ 적립식 고를까, 거치식 고를까

최근 적립식 펀드가 큰 인기를 끌면서, 목돈을 한꺼번에 예치하는 거치식 펀드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줄었다. 하지만 두 펀드는 자금의 성격이나 장의 성격에 따라 매우 큰 차이점을 갖고 있어 적절하게 택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우선 두 상품에 가입하는 자금의 성격이 다르다. 현재 목돈을 갖고 있어 운용을 해야 한다면 거치식을, 정기적으로 쌓아가면서 노후자금이나 교육자금 등을 마련하겠다면 적립식을 택해야 한다. 하지만 일단 목돈이 있을 때 이것을 한꺼번에 거치식으로 넣을지, 잘게 쪼개 적립식으로 넣을지는 다소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우리나라 주가가 이전처럼 계속 지수 500~1000 사이를 오가는 박스권에 머물 것으로 본다면 적립식으로 쪼개 넣는 것이 낫다. 이미 지수가 1000을 넘었으므로 무리하게 목돈을 넣었다 오히려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가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상황이라면 지금부터 쪼개 넣어도 충분히 수익을 낼 가능성이 있다.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주가 차별화가 더 진행돼 우량주 중심의 장이 될 것으로 본다면 거치식이 유리하다. 이상훈 대투증권 상품개발팀장은 1997년부터 종합주가지수는 박스권이었지만 우량주들의 주가는 6~10배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펀드는 주로 우량주에 집중 투자하기 때문에 종합주가지수가 횡보하더라도 수익률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이 팀장은 말한다.

우량주 중심 시장이 되면 우량주의 주가는 더 오르고, 우량주에만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도 더 좋아진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목돈이 있다면 굳이 묵혀두었다가 올라가는 우량주를 살 필요는 없다. 같은 기간, 같은 수익률일 경우 같은 금액을 나눠 넣는 것보다 한 번에 넣는 것이 수익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김윤지 기자 yzkim@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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