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18 14:11
수정 : 2005.03.1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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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최수연(무단게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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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숙의 3분 코칭
“새로 입사한 신입사원은 영어도 잘하고 일류 대학을 졸업한 소위 인재입니다. 솔직히 저는 선배라고는 하지만 무엇 하나 신입사원보다 낫다고 내세울 게 없는 것 같아요. 지시를 하고 일을 가르쳐줘야 하는 입장인데도 후배 앞에서 자꾸 주눅이 듭니다.” 이런 하소연을 해온 사람이 있었다. 나는 그녀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이 말만으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잘 듣고 나서 나는 그녀에게 이렇게 물어보았다. “좋은 선배는 후배보다 어떤 면에서 나아야 할까요?”, “회사에서 당신에게 기대하고 있는 성과는 어떤 것입니까?”
나는 그녀가 이 질문들을 통해, 자신을 후배와 비교하고 열등감을 갖거나 질투를 하기보다는 서로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 자신이 그 후배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길 바랐다. 뛰어난 외국어 실력과 좋은 학벌을 가진 사람은 그 후배뿐 아니라 세상에 아주 많은 법. 선배라고 해서 모든 면에서 후배보다 뛰어나야 하는 것은 아님을, 조직에서 요청되는 리더의 역할은 외국어 실력과는 차원이 다른 역량이고 그것은 또 아주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새로 온 직원이 잘 적응하도록 돕고 지원하는 일, 사람들이 함께 협력해서 시너지를 내도록 이끄는 일, 일을 정확하게 수행하는 역량 등등, 이런 것들은 외국어 실력이나 학벌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조직에 가져다주는 것인데도 눈에 띄게 뛰어난 후배가 등장하면서 갑자기 자신과 자신의 일에 대해 비하하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뛰어난 사람 앞에서 이유 없이 자기가 보잘것없고 작아지는 느낌을 받는 것은 흔한 일이다. 내 생각에 남자들은 여자에 비해 타인이 가진 좋은 것(재능, 행운, 부, 지위 등 무엇이든)에 대한 선망과 질시가 좀 적은 것 같아서 남자 선배에게 물어봤더니, 그는 강하게 아니라고 한다. “남자들이야말로 훨씬 더 심하지. 다만 그 감정을 억압하기 때문에 잘 드러내지 않을 뿐이고. 오히려 내면은 여자들보다 더 경쟁적이지 않을까?”
뛰어난 다른 사람 때문에 자신이 보잘것없어지고 괴로워지는 심정은 역설적으로 나르시시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원래 나르시시스트적 성향을 타고나는 것. 나는 선하고 옳다는 생각, 정의롭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을 철저하게 객관화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자신의 성과가 좋으면 내가 잘한 탓이고, 성과가 나쁘면 환경 탓을 한다. 타인이 뛰어난 성과를 올리면? 대체로 사람들은 운이나 여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치부하고, 성과가 나쁘면 그가 능력이 없는 탓이라고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인간에게 있어 진정한 반성이 그렇게나 어려운 것은 이 심리적 기제 때문이 아닐까.
문제는 이것을 인식하고 객관화할 수 있는 힘인 것 같다. 흔히 부하직원이 적당히 뛰어나면 상사가 행복한데, 지나치게 뛰어나면 상사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중견 기업의 부장인 어떤 분은 가장 뛰어난 직원인 모 과장이, 공공연하게 “내 다음 목표는 부장님의 자리”라고 말한다고 하면서, 물론 웃으며 받아주지만 솔직히 기분은 좋지 않다고 하였다. 이럴 때 부하는 잠재적 경쟁자가 된다.
뛰어난 후배, 부하직원을 둔 상사가 그 부하직원을 억누르거나 발목을 잡거나 남들 앞에서 그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최악의 방법이다. 그렇게 할수록 상사는 일이 꼬이고 평판이 나빠지고 무엇보다 마음이 불편해진다. 오히려 가장 좋은 방법은 그가 빨리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안내해 주는 것이다. 그에게 더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를 맡기고 더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커나갈 수 있도록 경력관리를 도와주라. 그러면 나중에 당신은 그에게 ‘나를 성장하도록 도와준 괜찮은 상사’라고 기억될 것이다. 만약 그를 시기심과 경쟁심으로 대한다면? 당신은 아마 현재의 상사 역할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고, 조직 전체에 부정적 시너지만 만들어낼 것이다.
나르시시즘은 인간을 성장하지 못하게 하는 대표적인 감정이며, 인류는 인간만이 특별하고 위대하다는 나르시시즘을 깨며 발전해 왔다고 한다(김형경, <사람 풍경>). 열등감 없이도 상대방의 뛰어난 점을 인정할 수 있고, 자신의 약점을 솔직히 대면할 수 있다면 아마 그 사람은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기 중심을 잡은 사람이라 해야 할 것 같다.
고현숙 / 한국리더십센터 부사장, 비즈니스 코치 Helen@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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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현숙은 한국리더십센터 부사장으로, 기업 CEO와 임원들을 코칭하고 있는 전문 코치이다. 조직의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리더십과 코칭을 주된 과제로 기업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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