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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0 18:45 수정 : 2005.03.20 18:45

발신자전화번호표시(CID, 이하 발신번호표시)로 뜬 전화번호가 발신자의 것이 아니라면?

발신자전화번호표시 서비스란 전화 발신자의 전화번호를 수신자에게 문자로 알려주는 서비스다. 전화벨이 울릴 때 번호를 표시해 줘, 수신자가 전화를 가려 받을 수 있게 해준다. 이 서비스는 원래 수신자에게도 통화료를 물리는 미국 등에서 가입자들에게 필요없는 전화는 받지 않을 수 있게 하기 위해 등장했다. 우리나라에선 전화 폭력 등으로부터 가입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됐다.

이런 취지에 맞게 하려면 발신자 전화번호는 실제 그대로 표시돼야 한다. 그러나 통신위원회의 조사 결과, 위조된 전화번호가 표시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통신업체들은 이런 사실을 진작 알았으면서도 이제껏 방치해왔다.

전화정보업체 번호 위조 통신업체 알고도 모른척
통신위 한달안 시정요구에 “내년 1월까지 해결” 버텨

작년9월 200여만건 적발

이용자는 속고 있다=20일 <한겨레>가 입수한 통신위의 ‘발신번호표시서비스 관련 이용자 이익 저해행위에 대한 시정조치’ 문서를 보면, 통신위가 지난해 9월 한달 동안 케이티 시내전화 가입자 일부를 대상으로 다른 통신업체 가입자로부터 받은 전화를 확인한 결과, 위조된 발신자 번호가 표시된 사례가 무려 290여만건이나 됐다.

4428건은 전화정보(060) 전화에서 발신됐으나 다른 전화번호가 떴고, 9만3311건은 전국대표전화, 4001건은 수신자요금부담전화, 279만3453건은 일반전화에서 걸렸으나 다른 전화번호가 표시됐다. 케이티 시내전화 가입자가 다른 통신업체 가입자에게 건 전화에서도 12만1119건에서 발신자 전화번호가 위조된 사실을 확인했다.

통신위는 적발된 사례는 모두 발신자가 전화번호를 위조한 경우라고 밝혔다. 2003년께 등장한 발신자 전화번호 위조 기술은, 통신업체들의 교환기에 직접 연결된 사설교환기를 이용해 수신자에게 보내지는 발신자 전화번호를 미리 정해진 것으로 바꾼다. 통신업체 교환기가 사설교환기에서 보낸 신호를 그냥 통과시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 위조 기술은, 주로 전화정보업체나 채권추심업체 등이 광고 목적의 전화나 문자메시지 차단을 피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사실은 통신업체들도 알고 있었으나 방치해 오고 있다.

이에 대해 통신위는 “통신업체들이 발신자 전화번호가 위조되는 것을 알고서도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발신번호표시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의무를 어긴 것”으로 “이용약관 및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통신위는 이런 판단에 따라 지난해 11월8일 이미 시내·이동전화 업체들에게 “한달 안에 발신자에게 부여한 전화번호가 그대로 표시되도록 개선하라”고 시정명령을 했다. 하지만 통신업체들은 통신망 장비를 교체해야 한다며, 2006년 1월까지 해결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스팸 차단효과도 떨어져 “이용료 감면” 한목소리

“이용료 감면해야”=현재 이 서비스 가입자 수는 3500여만명에 이른다. 2월 말 현재 이동전화 가입자의 90%, 시내전화 가입자의 20% 가량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월 이용료는 케이티 가입자가 1500(가정)~2800(기업)원, 엘지텔레콤이 2000원, 에스케이텔레콤·케이티에프·하나로텔레콤은 1000원이다.

가입자 쪽에서 보면, 통신업체들이 발신자 전화번호가 위조된 것을 알면서도 그대로 표시해주는 직무유기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는 위조된 발신자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가 통화료를 무는 사례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3500만여명 서비스 가입

위조된 전화번호로 인해 스팸전화 및 스팸문자 차단 효과도 떨어지고 있다. 스팸전화나 스팸문자 차단시스템은 발신자 전화번호에 060이나 15XX 숫자가 들어있는 것을 골라 차단하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전화번호처럼 위조된 것은 걸러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스팸전화 같은 전화 폭력으로부터 이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발신번호표시 서비스가, 통신업체들의 매출 증대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지적이 일고 있다.

통신위 관계자는 “도입 취지를 못살리고 있는 발신번호표시 서비스는 무료화하거나, 적어도 발신자 전화번호 위조 행위를 막는 장치가 마련될 때까지만이라도 요금을 감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정보통신전문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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