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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5 11:36 수정 : 2005.03.25 11:36

잇단 악재가 겹치면서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몸살을 앓고 있다. 리얼네트웍스의 ‘불공정 경쟁’ 주장에 대해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반박하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제공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잇단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 이어 한국에서도 불공정거래 시비가 일더니, 조직 안정화를 위해 발탁한 신임 사장은 임기 1년 만에 갑작스레 물러나고 말았다. 정부는 산하기관을 내세워 공개SW를 무기로 MS를 끊임없이 압박한다. 최근에는 자사 소프트웨어를 외국보다 국내에서 비싸게 판매한다는 의혹까지 등장했다. 한국MS는 ‘최고의 SW업체’라는 명성이 무색하리만치 힘이 빠진 모습이다.

‘파상공세에 지친 피로한 공룡.’

요즘 대외적으로 비쳐지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이하 ‘한국MS’)의 이미지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SW)업체, ‘윈도우’란 운영체제(OS)의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기반으로 전 세계 IT업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업체라고 보기엔 꽤나 지친 모습이다.

이는 그저 대외적 인상에 그치는 게 아니다. 지난 3월16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재성 한국MS 대표이사 권한대행(전무)은 “마이크로소프트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존재 이유는 무엇인지 요즘 고민 중”이라며 “요즘 같은 때는 손영진 전 사장이 왜 그렇게 그만뒀는지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말로 최근의 복잡하고 씁쓸한 심경을 내비쳤다. 조직 내부적으로도 상당한 고민과 혼란이 일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그동안 한국MS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무엇이 세계 최고 SW기업의 ‘전략기지’를 이토록 뒤흔들고 있는가.


불공정거래 제소 이어 가격정책 시비까지

돌이켜보면 한국MS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한 건 2003년 중반부터가 아니었나 싶다. 4년째 한국MS를 진두지휘하던 고현진 전임 사장이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으로 전격 발탁된 무렵이었다. 당시 국민의 뇌리 속에는 ‘MS는 곧 토종 SW업체의 공동의 적’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던 때였다. 이를 의식한 듯 고현진 원장도 취임에 즈음해 “IBM·썬·MS 등 다국적 IT기업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SW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MS로선 뒷맛이 개운치 않은 발언이었다.

우려는 머잖아 현실로 나타났다. 취임과 함께 고현진 원장은 “외국산 SW가 판을 치는 현실에서 국내 SW산업의 미래는 없다”며 그 대안으로 ‘공개SW’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해부터는 80여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공개SW 지원센터’를 본격 가동하는 한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과 손잡고 공개SW 표준화 작업을 시작하는 등 본격적인 공개SW 확산운동에 들어갔다. OS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MS를 직접 겨냥하고 나선 것이다.

그동안 ‘공개SW진영’의 아우성에도 소극적인 반응에 그쳤던 MS도 이 무렵부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지난해 6월 방한한 스티브 발머 MS CEO가 “정부가 나서서 특정 SW 플랫폼을 지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간접적으로 압박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이와 별도로 MS는 본사 차원에서 2003년 후반부터 ‘윈도우 기반의 상용 제품이 공개SW보다 업무 효율성과 비용 절감 효과가 높다’는 내용의 ‘진실 알리기’(Get the Fact) 운동을 전 세계적으로 전개해 왔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또다시 한국에서 악재가 터졌다. ‘리얼 미디어 플레이어’란 미디어 재생기로 유명한 리얼네트웍스가 “MS측이 자사 미디어 플레이어를 윈도우에 끼워 팔아 공정 경쟁을 해쳤다”며 MS본사와 한국MS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것이다. 때맞춰 방한한 리얼네트웍스 관계자는 “미디어 기능을 삭제해도 쓰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며 MS측을 압박했다. MS는 이에 앞서 같은 혐의로 미국과 유럽상무부(EC)에 각각 제소돼 미국에선 승소를, EC에선 1심에서 패소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서 다시금 ‘미디어 플레이어 끼워 팔기’가 논란으로 떠오른 것이다. 한국MS로선 곤혹스럽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2월에는 대표이사가 물러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새로 사령탑을 맡은 손영진 사장이 취임 1년여 만에 갑자기 사퇴한 것이다. 손영진 사장은 고현진 전임 사장이 물러난 이후 9개월여 동안 공석이던 자리에 본사가 고심 끝에 선택한 ‘구원투수’였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한국MS측은 공식 입장을 밝히길 자제했지만, 업계에선 한국MS에 불어닥친 여러 악재들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수근댔다. 본사가 급히 유재성 한국MS 전무를 대표이사 권한대행으로 임명하고 ‘조직 추스르기’에 나선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실었다. 손영진 사장이 결국 비슷한 외국계 IT기업인 시스코시스템즈의 한국 대표로 옮겼다는 점도 비슷한 맥락에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 유재성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이사 권한대행(전무).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제공
얼마 전에는 국내에서 판매하는 SW의 가격 문제로 또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정통부 산하 프로그램심의위원회(이하 프심위)가 조사한 내부자료가 화근이었다. 프심위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의 e쇼핑몰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요 SW의 가격 비교에서 MS·어도비·매크로미디어 등 외국산 SW의 국내 판매 가격이 대부분 미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MS의 ‘윈도XP 프로’ 등 6개 SW는 미국보다 평균 90% 정도 높은 가격에 팔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장 “한국 소비자가 MS의 봉이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한국MS측이 “국내 SW의 소매 가격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고 즉각 해명하고 나섰지만, 오히려 “책임을 유통망에 떠넘기려 한다”는 비난여론만 키웠다. 여기에 MS가 자사 웹메일 서비스인 핫메일의 저장공간을 250MB로 늘리면서 한국에서만 유독 이 조치를 늦추고 있다는 소식까지 알려지면서, 한국MS는 그야말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 모양새가 됐다.

MS, 진실 알리기 등 적극 대응 나서

사정이 이러니 한국MS측의 마음고생이 심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한국MS는 우선 여론이 자칫 호도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한국MS=한국 기업’이란 등식을 알리는 데 주력하는 분위기다.

이를 위해 지난 3월16일에는 MS 아·태 지역의 톰 로버트슨 대표법률고문이 한국을 찾아 한국MS의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톰 로버트슨은 “미디어 플레이어를 윈도우에 포함시켜 제공하는 것은 기능통합을 통한 혁신 차원에서 받아들여야 한다”며 “휴대폰,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컨버전스 개념으로 접근해 달라”고 말했다. 로버트슨 고문은 또한 “통합을 통한 혁신은 개발자와 소비자 모두의 요구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므로, 이를 막을 경우 자연적인 시장 역동성이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미디어 플레이어를 윈도우에 포함시키는 것은 ‘끼워 팔기’가 아니라 ‘컨버전스’라는 얘기다.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를 빼도 사용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리얼네트웍스측 주장에 대해서도 동영상 시연을 통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EC가 미디어 플레이어를 빼라고 명령한 것과 똑같은 윈도우 환경에서 시연한 결과, CD음악과 미디어 플레이어 동영상 재생이 실제로 안 된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동영상 자료가 삽입된 MS 파워포인트 또한 제 기능을 못하고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배경음악이 재생되지 않으며 △‘리얼플레이어’는 물론 ‘곰플레이어’, ‘아드레날린’ 등 국내 기업이 개발한 미디어 재생기 또한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않는 등 윈도우 기능에도 제한을 받는다는 것을 시연했다.

한국MS가 국내에서 기여하는 바는 물론 적지 않다. 지난 1999년과 2001년에는 각각 KTF와 KT에 2억달러와 5억달러를 투자했다. 지난해 방한한 스티브 발머 CEO는 한국정보보호진흥원(KADO)과 손잡고 정보 소외 계층인 중·장년층의 정보화 교육과 사이버 보안 강화를 위해 수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주요 업체들의 해외 시장 진출에도 다각도로 협력하고 있다. “한국MS는 한국 기업이므로, 국내에서 거둔 이익의 상당수는 국내 산업 발전을 위해 환원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렇지만 MS를 끈질기게 따라붙는 ‘반독점 기업’이라는 꼬리표는 한국MS에도 여전히 커다란 부담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화약고’가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01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문제 삼은 ‘윈도우 메신저 끼워 팔기’와 지난해 리얼네트웍스가 신고한 ‘미디어 플레이어 끼워 팔기’ 등 2건에 대한 공정위의 결정이 임박했다는 소식이다. 공정위는 최근 심사보고서 작성을 마무리하고 빠르면 3~4월께 최종 심결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MS로서는 산 넘어 산이다. 이희욱 기자 asadal@economy21.co.kr

미래를 여는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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