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ㅇ요? 전 그 기업 담당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목소리는 깍듯하지만 심드렁했다. 당황스러웠다. ㅇㅇㅇ은 불과 1년여 전까지만 해도 관련 업계에서 ‘잘나가는’ 기업이었고, 그 애널리스트는 분명 해당 업종 담당자였다.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반응도 비슷했다. 심지어는 짜증을 내는 애널리스트도 있었다. “ㅇㅇㅇ까지 살필 틈이 어디 있어요! 내가 들여다봐야 할 기업이 얼마나 많은데….”
이건 뭔가 잘못됐다. ㅇㅇㅇ은 3~4년 전만 해도 업계 1~2등을 다퉜다. 그러나 ㅇㅇㅇ은 ‘부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풍족했던 탓이다.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뛰어든 새 사업은 실패로 이어졌다. 본업도 덩달아 쇠락해 갔다. 설상가상으로 업계 전반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단기 자금을 끌어들이려 닥치는 대로 사업에 손댔다. 결과는? 지금 시장의 반응이 말해줄 따름이다.
3월은 바야흐로 주주총회 시즌이다. 올해엔 특히 많은 기업들이 주총을 통해 사업 목적을 추가하거나 변경한다고 한다. 전공을 살려 비슷한 사업부문으로 발을 넓히는 곳도 있고, 전혀 ‘생뚱맞은’ 곳에 손대는 기업도 있다. 방법도 여러 가지다.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M&A)하거나 자산을 인수한 뒤 새 사업부문을 개발(A&D)하는 곳도 있다. 기존 법인 내에 새로운 수익의 씨앗을 뿌리내리는 전통적 방법도 눈길을 끈다.
웅진코웨이는 ‘정수기업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지난해 두원테크란 생활가전업체를 인수하며 가전사업에 새로 뛰어들었다. M&A를 통해 몸집을 불린 사례다. 싸이더스HQ가 지난해 인수한 연예 매니지먼트업체 IHQ. 흡수합병되기 전, 이 업체는 ‘라보라’란 란제리 제조업체였다. 여성용 속옷을 만들다 남녀 스타를 제조하는 업체로 바뀐 것이다. 자산인수 후 A&D의 전형이다. 이 밖에도 사례는 무수하다. 자금력이 뒷받침된다면, 마음만 먹으면 뭔들 못하랴!
하지만 막무가내식 문어발 확장은 곤란하다. ‘언젠가는…’이라는 막연한 마음으로 무턱대고 생소한 사업을 줄줄이 꿰어봤자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누군가는 대박을 터뜨리고, 때로는 쓴 물을 삼키기도 한다. 왜일까?
“대부분 기업들이 주총 때 정관을 많이 바꿉니다. 신성장 아이템을 집어넣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아이템들이 정말로 가시화되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필요합니다. 현실화할 확률도 높지는 않죠. 정관만으로 기업의 사업 다각화를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까닭입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팀장의 지적이다.
맞다. ‘시너지효과’란 주력 사업과 신규 사업이 톱니바퀴처럼 사이 좋게 맞물려 돌아갈 때 나타나는 법이다. 치밀한 준비와 사업 검토를 거쳐 신중하게 내놓는 사업이 대박을 터뜨리게 마련이다. 이 경우 새로 시작한 ‘부업’은 주력 사업 못지않게 쏠쏠한 수익을 챙겨준다. 뒤이어 소개할 업체들이 그러하다. 거울로 삼아봐도 좋겠다. 이희욱 기자 asadal@economy21.co.kr
부업으로 돈도 벌고 본업과 시너지도 높이고
■ 손오공 | 완구와 게임, 궁합 한번 잘 맞네!
‘삼장법사의 수석 보디가드’인 손오공은 국내에서 뜻밖에도 ‘장난감업계 강자’로 꼽힌다. 웬 생뚱맞은 얘기냐고? 국내 완구시장을 호령하는 장난감업체 손오공 www.sonokong.co.kr 얘기다. 하지만 온라인게임 좀 한다 하는 사람들에게 손오공은 게임 개발·유통업체로 꼽힌다. 코흘리개 아이들을 둔 부모들에겐 또 다른 모습이다. <하얀마음 백구>나 <탑블레이드> 같은 애니메이션과 장난감을 안다면, 이를 만들어낸 곳이 다름 아닌 손오공이라는 사실 정도는 이번 기회에 알아두셔도 좋겠다. 손오공이란 이 업체, 마치 마법 여의봉의 힘을 빌려 수시로 변신하는 <서유기> 속 손오공 같다.
손오공은 누가 뭐래도 완구업체다. 1987년, 최신규 사장이 ‘서울화학’이란 이름으로 설립한 장난감회사가 손오공의 전신이다. 96년 12월, 지금의 회사명으로 바꾼 뒤 장난감 로봇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완구회사로의 기틀을 다졌다.
이때부터 최신규 사장은 완구업과 관련된 여러 사업을 동시에 추진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SMU) 모델을 핵심전략으로 설정한다. 기획 단계부터 애니메이션을 동시에 제작해 지상파 방송을 통해 방영함으로써 잠재 소비자인 어린이들의 눈길을 붙들어매는 전략이다.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오르면, 관련 캐릭터 상품을 제작·판매함으로써 완구사업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부업을 통해 본업의 매출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전략을 쓴 셈이다.
애니메이션 인기 업고 캐릭터완구 판매 급증
투자 위험을 조기에 줄이는 전략도 적중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제작단계부터 일본 협력사와 손잡고 3(손오공)대 7의 비율로 나눠 투자·제작한 다음, 일본 TV를 통해 미리 방영해 어린이들의 반응을 살폈다. 이 과정을 거쳐 검증된 애니메이션은 국내로 들어와 지상파TV 방송을 탔고, 자연스레 히트작 반열에 올랐다. 대부분의 완구업체들은 외국에서 성공한 캐릭터들을 저작료를 주고 들여와 국내에서 판매하는 방식을 취했지만, 손오공은 국내 정서에 맞는 애니메이션을 직접 제작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탄생한 작품들 가운데는 지금도 눈에 익은 것들이 많다. <영혼기병 라젠카>, <하얀마음 백구>, <탑블레이드>, <붐이담이 부릉부릉>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2001년 내놓은 <탑블레이드>는 애니메이션·게임·완구로 동시에 출시되면서 큰 인기를 끌었고, 손오공을 일약 OSMU 모델의 선구자로 끌어올렸다. 우리나라 전통놀이인 ‘팽이’를 응용한 <탑블레이드>는 지금까지 국내에서만 단일 품목으로 1500만개가 팔렸고, 완구와 애니메이션 등을 포함해 7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2004년에는 <구슬대전 배틀 비드맨>을 완구와 애니메이션 등으로 선보여 <탑블레이드> 못지않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런 실적에 힘입어 손오공은 국내 완구시장에서 22.9%의 점유율(2003년 기준)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손오공이 게임에 눈을 돌린 것도 이 무렵이었다. 주력 사업인 완구와 이를 뒷받침하는 애니메이션사업이 순항을 거듭하면서, 캐릭터 인지도를 극대화하는 또 다른 ‘동맹군’으로 IT산업(게임)을 선택한 것이다.
여기에는 <스타크래프트>를 만든 세계적 게임개발사인 블리자드와의 인연이 기폭제가 됐다. 지난 2003년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3: 프로즌 쓰론>을 국내 독점 유통하면서 손오공은 일약 게임업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전국 할인점과 PC방 등 막강한 유통망을 확보한 손오공의 유통력이 블리자드의 구미를 당긴 것이다. 지난해 말에는 국내 온라인게임업계의 최대 화젯거리였던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 국내 유통까지 거머쥐었다. WOW는 올해 1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리니지>를 제치며 온라인게임의 기린아로 치고 올라왔다. 완구업계 1위에 이어 온라인게임업계에서도 강자로 부상한 것이다.
단일게임 매출 289억원 ‘짭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손오공은 올해 1월, 코스닥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개장과 함께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올랐고, 청약 증거금으로 5천억원이 몰렸다. 지난해 12월 기업공개에 앞서 실시한 투자설명회(IR)에선 주력 사업인 완구부문 못지않게 온라인게임(WOW)의 성패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주간사인 한양증권은 WOW 단일 게임으로 인한 손오공의 올해 예상 매출액을 289억원으로 잡았다. 이에 대해 최신규 사장은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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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오공은 애니메이션과 게임분야 사업 확대로 주력 사업인 장난감 매출까지 늘리고 있다.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아이템 회의에 열중하는 모습. 이주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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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6월 ‘국내 산업의 재도약 방안’이란 보고서에서 손오공을 가리켜 “완구와 뉴미디어를 결합한 ‘2.5차 산업’이라는 새 모델을 제시했다”고 치켜세웠다. 단순히 장난감을 만들어 파는 게 아니라,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 뉴미디어와 연계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했다는 뜻이다.
손오공은 지금도 또 다른 ‘부업’을 찾고 있다. 최근에는 실버세대를 위한 놀이거리와 인라인스케이트 관련 용품, 야광 셔틀콕 등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새 먹을거리를 준비 중이다. 각종 완구에 들어가는 반도체칩도 수십억원을 투자해 업그레이드했다. 이들은 모두 올해 해외 시장을 두드릴 신병기들이다. 최신규 사장은 “올해 4월부터 많은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귀띔한다. 이희욱 기자 asadal@economy21.co.kr
■ 매일유업 | 우유기업의 끝없는 변신을 보여주마!
강남 스타타워 빌딩 지하에 들어서면 ‘레뱅’(Les Vins)이라는 근사한 와인숍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선 프랑스, 이탈리아, 칠레 등 세계 각지의 고급와인 400여종을 만날 수가 있다. 여기까진 별로 새로울 게 없다. 와인 소비가 늘면서 강남 등지를 중심으로 와인숍, 와인바도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와인숍을 운영하는 기업의 이름이 ‘레뱅 드 매일’(Les Vins de Maeil)이라는 것까지 듣고 나면 한번쯤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어라, 혹시 분유 만드는 그 매일이야?” 하면서.
맞다. 바로 그 매일유업이다. 유가공 전문 기업인 매일유업이 지난 2002년 1월 와인 수입 및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레뱅드매일을 창립해 와인사업에 진출한 것. 이 회사는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 와인바 등에 와인을 공급해 지난해 15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 25억원까지 매출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와인사업을 시작하면서 매일유업은 “장래성이 밝은 사업인 만큼 본사의 유통망을 적극 활용해 꾸려나가게 될 것”이라는 밝힌 바 있다.
와인에 치즈, 아동복까지 영토 확장
지난해 6773억원의 매출과 224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올린 매일유업의 덩치를 고려하면 와인사업은 그야말로 걸음마 수준이다. 하지만 1969년 창업 이래 남양유업과 함께 국내 대표적 유가공업체로 명성을 날려온 매일유업의 ‘변신’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박경배 매일유업 팀장은 “창업주인 김복용 회장과 장남인 김정완 사장이 모두 관심을 두고 있는 사업”이라며 “특히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치즈사업과 연계해서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박 팀장의 이야기처럼 매일유업이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사업은 와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9월 매일유업은 국내에선 처음으로 자연산 치즈시장에 뛰어들었다. 가공치즈의 비중이 95%에 달할 만큼 압도적인 가운데, 과감하게 ‘까망베르’라는 자연산 치즈를 출시한 것이다.
매일유업은 치즈 전문 자회사인 상하의 자연산 치즈공장 설립을 위해 220억원을 투자했다. 전북 고창에 연간 1만톤 이상의 자연치즈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기지를 구축한 것이다. 지난해 465억원의 매출을 올린 상하는 자연산 치즈의 매출이 품목별로 예상치보다 1.5~3배까지 올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 밖에도 매일유업은 의류사업과 식자재 유통에도 진출해 있다. 30여곳의 오프라인 대리점과 함께 매일유업의 육아 포털 우리아이닷컴 urii.com을 통해 온라인 판매를 병행하고 있는 ‘알로&루’는 매일유업의 자회사 IDR의 대표 브랜드다. 지난 2003년에 런칭된 알로&루는 육아상담 전용회선을 설치하는 등의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고객몰이를 해왔다. 식자재 유통은 코리아푸드 서비스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맥도날드에 각종 식자재를 공급해 해마다 1천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매일유업이 이처럼 다각도로 영토 확장을 꾀하게 된 이유는 뭘까. 이는 업계 안팎으로 제기되는 몇 가지 딜레마에서 비롯되고 있다. 우선 출산율 저하로 우유, 분유 소비가 급감한 데다, 다양한 먹을거리의 등장은 유가공업계의 변신을 재촉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기존 제품 판매에만 주력했다가는 성장동력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업계 내부적으로는 만년 2위의 설움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분유쪽은 남양유업에, 우유쪽은 서울우유에 1위 자리를 내주고 있는 매일유업으로서는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특히 남양유업과는 매출 규모로는 1천억원 가까운 차이를 보이지만, 수익 면에서는 200억원 가깝게 차이가 난다. 마진율이 좋은 분유 판매의 비중이 매일유업에선 전체 매출의 20%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포화상태 유아교육시장 진출엔 신중
그렇다고 돈이 된다고 해서 아무 사업이나 진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름의 원칙이 있다. 사실 주류 사업인 와인 판매의 경우도 영유아 브랜드가 많은 매일유업으로선 적잖게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사업이다. 드러내놓고 와인사업에 대한 홍보를 많이 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존 시장 경쟁이 워낙 포화상태라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하고 있는 부문도 있다. 바로 유아교육쪽이 그런 경우다. 사실 매일유업은 지난 2003년 에듀토피아중앙교육과 전략적 제휴를 맺으면서 유아교육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이큰숲’이라는 브랜드로 유아교육사업을 공동으로 모색키로 했던 것. 매일유업 관계자는 “전략적 제휴 조인식 이후 별다른 진척사항이 없는 상태”라며 “리스크가 큰 편이어서 발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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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유업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시도한 아동복 매장 ‘알로&루’와 와인숍 ‘레뱅’. 매일유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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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매일유업이 벌이고 있는 사업 다각화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연계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압축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아직 전체 시장 규모가 2500억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 치즈시장의 성장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가 하면, 100만명에 달하는 자사 육아 포털 회원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펼칠 예정인 알로&루도 지난해 35억원에서 올해는 70억원까지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매일유업은 올해 10~15개의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 등 분유, 우유 이외의 제품군 확장에도 주력하고 있다. 단일 품목으로 연간 6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까페라테’와 같은 대박 브랜드에 대한 관리는 물론이고, 고혈압·당뇨 등에 효능이 좋은 준의약 식품도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4월에는 불가리아의 국영기업인 불가리쿰과 제휴를 맺어 생산한 정통 유럽식 발효유 제품의 출시도 앞두고 있다. 업계 전반적으로 자기 영역이 허물어지고 있는 만큼, 매출과 수익성이 높은 제품군의 발굴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뜻이다. 황보연 기자 hbyoun@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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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 다각화의 바이블, CJ와 오리온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한목소리로 꼽는 식음료업계 사업 다각화의 성공 사례는 단연 CJ와 오리온이다. 두 회사는 주력인 식품쪽에서 만들어낸 자금력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성장성이 높은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나선 경우다. 설탕과 조미료 등 식품회사로 성장을 굳힌 CJ는 홈쇼핑과 영화, 외식업 등으로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아내 엄청난 외형 성장을 이뤘다. 또한 스낵 전문 기업인 동양제과에서 출발한 오리온은 케이블TV, 편의점 유통, 외식 및 영화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시도해 이제는 어엿한 중견 그룹으로 성장했다.
이의섭 삼성증권 연구원은 “식품업계가 과거에는 잘 팔리는 스낵 한 가지만 보유하고 있어도 될 정도로 실적이 좋았다”며 “하지만 인구 증가가 둔화되면서 업계 전체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CJ나 오리온처럼 파격적인 사업 다각화 시도는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신 성장성이 크지 않다는 한계가 있지만 현실적인 방법으로 제품군을 확장한다거나, 아예 해외 시장 진출에 눈독을 들인다는 것. 이 연구원은 “CJ나 오리온도 투자한 지 10년 정도 지나서야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또한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쪽은 산업 자체가 기업화를 겪기 이전에 진출했기 때문에 선점효과를 본 것”이라고 진단한다. 따라서 기존 시장이 형성돼 있는 부문으로 새롭게 진출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송지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오리온의 경우 비식품부문의 매출이 절반을 넘기고 있다”며 “비슷한 업태인 외식이나 유통 등에서부터 미디어쪽까지 접목시킨 데는 뛰어난 마케팅 전략이 밑거름이 됐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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