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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5 14:37 수정 : 2005.03.25 14:37

일러스트레이션 최수연(무단게재금지)


고현숙의 3분 코칭

작은 모임에서 들었던 한 교수님의 경험담이다. 잘해보려는 의욕으로 개인 연구비까지 털어서 학생들을 외국 연수에 데리고 갔다. 조금이라도 더 보고 배울 기회를 제공하려는 선의에서. 그런데 학생들의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 크게 감사해하지도 않았고, 참가하는 태도도 성의 없어 보였다. 배려하지 못하는 언행도 마음에 걸렸다. 돌아와서 “이런저런 사항을 준비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등 정성 어린 피드백을 몇 페이지로 작성하여 학생들에게 e메일로 보냈는데, 고마워하기는커녕 받았다는 회신조차 하지 않아서 화가 나더라는 것이다.

듣고 있던 우리 40대의 어른들은 전폭적인 공감 속에서, 도대체 왜 그렇게 싸가지가 없는 거냐, 하며 젊은이들에 대해 왕짜증과 분노를 느끼기 시작했다.

작은 기업의 경영자가 말을 이었다. “젊은 애들에게 잘해주려고 노력할 필요 없어요. 나는 진작에 직원들 비위 맞추기를 다 포기했습니다. 밥 사주고 술 사주는 거요? 아무 효과도 없고 고마워하지도 않습디다. 괜히 겉도는 분위기에서 밥 먹느라 체할 지경이죠. 가만히 보니까, 사장이 좋아서 사는 밥이고 자기들이 먹어준다는 분위기인것 같아서 다 그만두었죠. 이제는 아예 대놓고 얘기합니다. ‘내가 밥 사줄 때는 분명히 너희에게 할 얘기, 바라는 바가 있는 거다. 안 그러면 왜 일 없이 시간 쓰고 돈 쓰겠냐’라고요.”, “맞아, 맞아. 괜히 젊은 사람과 어울리려고 노력해 봐야 시간 낭비에 돈 낭비, 에너지 낭비야.” 하는 어른들의 공감의 소리가 더 커졌다.

경영자의 이 냉정한 결심의 말에는 직원들에게 크게 상처 입은 자존심, 안쓰러운 자기 방어 등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 그날 우리 40∼50대들의 입에서는 ‘이렇게 잘해주어도 왜 감사해하지 않냐’는 억울함 호소와 그런 것에 매달리지 말고 ‘우리 식대로 살자’는(안타깝게도 이건 익히 듣던 약자들의 대사 아니던가? 하하) 다짐 등이 이어졌던 것 같다. 나 역시 젊은이들이 못마땅하여 궁시렁대는 나이 든 세대의 일원임을, 그 진한 공감 속에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젊은이들과 나이 든 상사, 교수 사이에 소통의 문제다.

보통 자동차 판매장은 널찍한 매장에 밖에서도 훤히 안을 볼 수 있도록 전면을 투명유리로 처리한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 출장을 갔다가 전혀 다른 개념의 자동차 판매장 얘길 들었다. 이 판매장은 밖에서는 볼 수 없는 대신 매장 내부 사방을 거울로 만들었단다. 심지어 천장까지도 거울이다. 이 매장에 온 고객은 멋진 차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멋진 차를 탄 자기의 모습을 바로 모든 각도에서 보게 되는 것이다. 정면으로는 ‘흠, 내 모습이 썩 괜찮은데.’ 하고 보고, 옆 거울을 볼 때는 ‘음, 내가 나갈 때 이웃집 사람은 이런 내 모습을 볼 거야.’ 하고, 뒷거울로는 뒷차 운전자에게 비칠 자기 모습을 그려본다. 천장에서는? “하느님이 내려다 보시지 않겠는가? 이런 내 모습을…!”


오, 아주 재미있는 생각이었다. 그냥 차 자체가 멋지다는 것과 그 차에 탄 내 모습을 보는 것은 전혀 다른 정서적 체험을 가져다준다. 멋진 차를 탄 멋진 자신의 이미지는, 차라는 사물을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일즈를 잘하려면 고객을 정서적으로 개입시키는 것(emotional involvement)이 중요하다. 제품 자체보다 그것에 대한 정서적 체험이 훨씬 고객에게 호소력이 있다는 것이다.

젊은이들과 통하지 못하는 것도 정서적 개입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훌륭한 인간이 있더라도 자기와 상관이 없으면 큰 의미를 못 느낀다. 위인전집은 정말 재미없는 책이 아니던가. 아무리 금과옥조 같은 교훈이 나와도 자신의 니드가 없으면 스쳐 지나가는 좋은 이야기일 뿐이다. 같은 이유로 스승이 훌륭하더라도 그것은 ‘그가 잘난 사람이기 때문’이고, 사장이 드라마틱한 인간 승리의 주역이라고 해도 나에게 와닿는 것이 없다면 직원 입장에서는 “그래서, 뭐?(So, what?)”일 뿐이다. 이런 젊은이들의 자세가 옳은지, 그른지 모르겠다. 아마 그것은 판단이나 교정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이 아닐까. 그들과 통하고 싶으면 정말 정서적으로 통해볼 것.

또 한 가지, 조급해지지 말고 기다려주기. 내가 20대였을 때 40대, 50대를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다. 아주 오지랖 넓고 이해심 많은 젊은이들만이 나이 든 어른들에게 먼저 다가와 소통할 수 있는 게 아닐까. Helen@eklc.co.kr


* 고현숙은 한국리더십센터 부사장으로, 기업 CEO와 임원들을 코칭하고 있는 전문 코치이다. 조직의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리더십과 코칭을 주된 과제로 기업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미래를 여는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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