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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권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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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다른 모든 행동과 마찬가지로 이타적 행동에 대한 유전자 설명은 부분적일 뿐이다. 헌혈하는 사람, 익명의 독지가, 생면부지의 남을 구하기 위해 철로로 뛰어드는 시민. 이런 다양한 이타적 행동에 대한 연구가 최근 생물학, 인류학, 경제학 등의 여러 분야에서 상호이타성, 밈 등의 신개념을 만들어 내면서, 왕성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동물학자 JBS 할데인이 강둑을 걷다가 뭔가를 골똘히 계산하더니, “동생이 물에 빠지면 내가 뛰어들어서 구해야 할까?”라고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 답하길, “아니야 그건 안 되지. 하지만 동생 둘 이상을 구할 수 있다면 목숨을 걸 거야. 사촌이라면 여덟 이상 구할 수 있을 때 그렇게 할 거고.” 이것은 생물학자들이 포괄적 적응도에 대한 진화론의 개념을 소개하면서 흔히 하는 농담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지만, 생물학자들의 눈으로는 호랑이든 사람이든 다 유전자를 남기는 데 성공하거나 실패할 뿐이다. 자식을 낳으면 내 유전자의 절반은 확산된다.(자식이 갖고 있는 유전자의 절반은 배우자로부터 온 것이다) 하지만 자식을 낳는 것이 유전자의 빈도를 늘리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나와 동일한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는 친척을 돕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다. 평균적으로 나는 형제자매와 유전자의 반을 공유한다. 그리고 손자나 조카와는 유전자의 4분의 1을, 증손자나 사촌의 형제자매와는 8분의 1을, 고손자나 당숙과는 16분의 1을…. 이제 내가 나를 희생하여 동생을 구하는 것은, 동생이 갖고 있는 내 유전자 절반을 구하기 위해, 나 자신이 갖고 있는 나의 유전자 전체를 잃는 행동이 된다. 반면에 동생 셋을 구하면 유전자 2분의 3을 구하는 것이고, 조카 아홉을 구하면 유전자 8분의 9를 구하는 것이다. 이것이 할데인의 계산 근거이다.
딱딱한 얘기를 조금만 더 참고 들어주시길. 해밀턴은 위의 에피소드에 대해 나의 이타적 행동이 나에게 끼치는 손실(C), 그 행동이 나의 친척에게 기여하는 이득(B), 그리고 나와 그 친척과의 유전자 공유 정도(r)라는 3가지 변수에 대해, B/C > 1/r일 경우 이 이타적 행동을 일으키는 유전자는 선택된다고 정식화했다. 물론 인간 행동은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인간의 다른 모든 행동과 마찬가지로 이타적 행동에 대한 유전자 설명은 부분적일 뿐이다. 헌혈하는 사람, 익명의 독지가, 생면부지의 남을 구하기 위해 철로로 뛰어드는 시민. 이런 다양한 이타적 행동에 대한 연구가 최근 생물학, 인류학, 경제학 등의 여러 분야에서 상호이타성, 밈(meme) 등의 신개념을 만들어내면서, 왕성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최근 신애라, 차인표씨 부부는 아이를 입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윤석화씨는 입양 후에, 열정적으로 주변에 입양을 권하고 있다. 또 이들만큼 유명인이 아니어서 알려지지 않았을 뿐 많은 분들이 입양한 아이들에게 사랑을 쏟고 있다. 연전에 네덜란드의 교회에서 만난 친구가 자신의 어린 여동생이 한국에서 입양되었다고 하면서, 만나서 얘기를 해줄 수 있냐고 물었을 때, 그 친구의 가족이 너무나도 고맙고 또 한편으로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지금 유전자 공유도가 0인 이들을 위해 사랑을 실천하는 모든 입양 부모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덧글 1. 인터넷에서 본 생물학자들의 또 다른 조크. “분노한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카인아 네 아우 아벨이 어디에 있느냐?’ 카인이 말하길 ‘내가 알지 못하나이다.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이이니까?’ 이에 답하셨다. ‘그렇다. 너는 네 아우를 지켜야 한다. 단 rB>C일 경우에 한해서이다. 반대의 경우라면 네 아우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덧글 2. 너무도 고결한 행동을 하는 입양 부모들 앞에서 괜한 글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약간 든다. 그리고 위의 덧글은 농담일 뿐 전혀 독신(瀆神)할 의도는 없었음을 밝힌다. 덧글 3. 블로그 놀이를 너무 했나 보다. 잡지 기고문에다 덧글을 계속 달고 있으니…. / 임현우 경영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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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우 경영컨설턴트(rcolboy.egloos.com)는 1967년생.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뒤 기업 재무관리 시스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홍대 앞 카페에서 커피와 보드카를 마시며 수다 떨기를 유난히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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