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이사 넷중 셋 포진 의사결정기구 장악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자동차그룹(SAIC)이 주요 핵심부서에 이어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까지 장악하며 친정 체제를 크게 강화했다. 쌍용차는 25일 경기 평택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 직후 이사회를 열어 상하이차의 천홍 총재를 새 의장으로 선출했다. 앞서 주총에서는 임기가 끝난 진창기 부사장과 최병옥 감사 대신 천홍 총재와 지난 1일 선임된 장하이타오 쌍용차 수석부사장을 사내 이사로 새로 선임했다. 이로써 쌍용차의 사내이사 4명 가운데 3명을 상하이차 쪽 인사가 차지하게 됐다. 천홍 총재는 1994년 상하이폴크스바겐 엔진공장 공장장, 99년 상하이지엠 총경리, 2002년 상하이차 부총재를 거쳐 올해 총재에 오른 전문 경영인이다. 상하이차는 지난 1월27일 임시 주총을 통해서는 장쯔웨이 부총재를 쌍용차의 대표이사 자리에 추가로 앉힌 바 있다. 이번에 이사로 선임된 장하이타오 수석부사장은 핵심 부서인 기획·재무·구매총괄본부를 맡아 쌍용차 경영의 핵심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장 수석부사장은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뒤 사실상 최고 의사결정기구 구실을 하고 있는 경영관리위원회 위원직도 겸하고 있다. 쌍용차는 사내 이사진과 핵심 부서에 상하이차 인사가 대거 포진한 것을 두고 대주주로서 당연히 취할 수 있는 조처로 받아들이고 있다. 쌍용차는 “천홍 총재가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됨으로써 쌍용차에 대해 장기적인 투자전략을 실천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 것”이라며, “이는 상하이차와 쌍용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쌍용차의 역할이 상하이차 내에서 매우 중요해졌음을 뜻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표면적인 명분 이외에도 실제로는 상하이차가 쌍용차의 핵심 기능을 장악해 직접 통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쌍용차 연구·개발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종합기술연구소에 상하이차 상무가 소장 보좌역으로 들어간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할 때부터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쌍용차의 축적된 자동차 생산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쌍용차 관계자는 “쌍용차의 역량과 상하이차의 자본이 합쳐져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해 가는 과정으로 봐야지, 기술 유출을 걱정하는 것은 지나친 기우”라고 말했다. 소진관 사장은 이날 주총에서 “현재 상하이차와 추진 중인 ‘통합 100일 프로그램’을 통해 두 회사의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살리고 상호 이익을 최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지난해 13만5천대를 팔아, 매출 3조2979억원, 영업이익 310억원의 실적을 냈다. 쌍용차의 올해 판매 목표는 지난해보다 26% 증가한 17만대, 매출은 4조1650억원이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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