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3.27 18:13 수정 : 2005.03.27 18:13

현대·기아자동차가 부품업체들한테 값싼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게 해 납품단가 인하를 유도하는 이른바 ‘바이백’(역구매)을 추진하면서 중소 협력업체들과 노동자들이 생존 위기와 고용 불안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현대차 공장. <한겨레> 자료사진



부품업체 라인축소 ‥2,3차하청사 타격

전자 ·반도체등서도 진행 고용불안 심각

다국적기업과 대기업들이 주도하는 ‘글로벌 아웃소싱’을 바라보는 국내 부품업체들의 우려는 일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국외 현지 부품공장에서 만든 부품을 수입해 바로 납품하거나 또는 가공해 납품하는 바이백이 확산되면 산업 공동화를 촉진하고, 고용 불안과 중소 부품업체 도산 사태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아웃소싱은 기업의 구매활동 범위를 세계로 넓혀, 생산지에 상관없이 비용 절감을 시도하는 구매 전략이다.


■ 고용불안 현실로= 서울에 있는 지엠대우차의 한 납품업체는 최근 3년 사이 공장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중국에서 역수입하는 부품 물량을 크게 늘리면서 국내 생산라인을 줄인 탓이다. 직원 수도 과거 대우차 시절의 5분1 수준으로 급감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엠대우의 글로벌 아웃소싱과 납품단가 인하 요구에 맞추다 보니 지금은 납품 물량을 전량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대기업들의 관심은 제품의 생산지가 아니라 조달 비용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에 쏠려 있다. 특히 완성차 업체들은 품질에 큰 문제가 없다면 중국에서 값싼 부품을 조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대기업들의 바이백 요구에 협력업체들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종속적 거래 관계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1월 말 1차 협력업체들에 “중국에서 생산이 가능한 차종과 품목을 표시해 회신해 달라”는 문서를 보냈다. 현대·기아차는 ‘바이백 관련 생산지 품목 계획’이라고 적힌 이 문서에서, 차종별과 품목별로 나눠 바이백이 가능한 곳에 표기할 것을 요구했다. 현대·기아차는 협력사들에 바이백을 강요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협력업체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크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앞서 두 차례 회의에서 현대차가 생산지를 불문하고 전체 매출액의 40%를 중국에서 생산된 물량으로 맞출 것을 요구한 바 있다”며, 바이백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 2, 3차 협력업체에 책임 전가= 당장 중국 진출이나 현지 공장 증설이 어려운 업체는 2차 또는 3차 하도급 업체에 떠넘기는 식으로 어려움을 피해 가기도 한다. 2, 3차 하도급 업체들은 1차 업체가 납품 물량을 국외로 돌릴 경우 생산라인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타격이 더 크다. 그나마 노조가 있는 협력사의 경우 노조를 빌미로 버텨 고용 상태를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지만, 노조가 없는 곳은 중국으로 뛰쳐나갈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한 부품업체의 노조위원장은 “2, 3차 협력사 가운데 노조가 없는 곳은 2년 전에 비해 수주 물량이 절반 이하로 축소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글로벌 아웃소싱은 대세다?= 현재 현대·기아차가 국외에서 조달하는 부품 비율은 전체 구매액의 1% 수준으로 아직은 초기 단계라 할 수 있다. 2002년 제너럴모터스(지엠)에 편입된 지엠대우차의 글로벌 아웃소싱 비율은 10%에 이른다. 현대차는 “글로벌 아웃소싱은 시대의 흐름”이라고 말했다. 지엠대우차도 “신규개발 차종을 대상으로 글로벌 아웃소싱을 더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생산된 부품이 국내 제품에 견주어 불량률이 높게 나오고 있는 점은 이들이 말하는 글로벌 경쟁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글로벌 아웃소싱은 자동차에 앞서 전자·반도체 등 주요 업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상당수 부품을 국외에서 조달하고 있는 전자업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구매 체제의 변화를 꾀해 왔다. 그러나 협력업체들의 국내 사업장이 축소되면서 일자리를 잃은 해직자들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 태평로의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는 1년에 한두 차례씩 삼성전자 관련 사업장의 국외 이전을 반대하는 1인 시위가 벌어진다.

정문주 금속노련 정책기획국장은 “자동차 산업의 경우 글로벌 아웃소싱을 하청 업체들이 선택한 게 아니라 대기업들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선 자본과 품질력을 갖추지 못한 2, 3차 협력사들은 고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대선 이태희 기자 hongds@hani.co.kr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