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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7 22:15 수정 : 2005.03.27 22:15

대만 신주산업단지를 관할하는 신주과학공업원구 건물에 설치된 신주산업단지 배치도. 단지에 입주한 300여개 업체와 대학, 연구기관 등의 위치와 현황을 한눈에 보여준다. \



‘IT대만’ 산·학·연 연계로 꽃피워

부품∼안성품 업체 이어져 ‘완결구조’
“경쟁하면서 협력” 경쟁력 지렛대로
정부연구소-칭화·자오퉁대도 입주

“대만 대졸 취업자의 초봉은 약 70만~90만원 수준입니다. 한국의 절반에도 못미치죠. 대신 이들에게는 취업과 동시에 스톡옵션이 주어집니다.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는 물론이구요.” 타이완에서 만난 홍완훈 삼성전자 대만법인장이 분석하는 대만 기업의 성공비결은 철저히 성과에 따라 나누는 임금체계였다.

대기업 위주의 한국식 경제발전과 달리 대만은 중소기업 위주의 경제발전을 이룬 대표적인 나라이다. 대만 기업들의 후생복리는 한국 기업에 비하면 놀랄 정도로 낮다고 한다. 그러나 거둔 열매를 나누는 문화는 철저하다. 대만 대학생들이 첫손 꼽는 ‘꿈의 직장’ 미디어텍이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 최대의 디브이디(DVD)플레이어용 반도체업체인 미디어텍이 지난해 스톡옵션 등을 통해 전체 임직원들에게 나눠준 성과급이 우리 돈으로 1인당 평균 약 30억원에 이른다.

두번째 비결은 주식에 대한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이다. 입사 때부터 스톡옵션을 받아 주식에 익숙해 지는 데다, 개인들도 기업에 대한 장기적인 분석을 통해 장기적으로 투자를 한다고 했다. 풍부한 증시 자금은 풍부한 기업자금이다. 때문에 한국에서는 ‘금과옥조’와 같은 외국인 투자가, 대만에서는 ‘또 하나의 선택’에 불과했다.

세번째 비결은 산-학-연의 연계뿐 아니라, 기업과 기업의 연계도 원활히 이어주는 효율적인 산업단지였다. 타이페이에서 남북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 걸리는 거리(남서쪽 70㎞지점)에 있는 신주(新竹)공업단지가 대표적이다. 3~4층 높이로 길게 이어진 건물들이, 서울의 구로디지털단지나 수원의 전자단지를 연상케 했다. 건물 사이로 세계 최대의 반도체 파운드리(수탁가공)업체인 티에스엠시(TSMC)의 간판이 눈에 띤다. 총 218만평 규모의 이 단지에는 티에스엠시 뿐 아니라 유엠시(UMC), 에이유오(AUO) 등 대만의 대표적인 반도체·엘시디(LCD) 업체 등 모두 384개의 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계 33곳, 아시아계 12곳, 유럽계 4곳 등 외국기업 49곳을 제외한 335곳은 순수한 대만업체들이다.

신주단지는 대만 정부가 첨단기술 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만든 첫 작품이다. 대만을 ‘하이테크 섬나라’로 만든다는 목표 아래 지난 80년에 만들어진 이 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은 5년간 소득세가 면제된다. 신주단지를 관리하는 신주과학공업원구 관리국의 린완루는 “대만 정부는 첨단기술기업으로 지정하면 그 기업에 연구개발 예산의 50%를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칭화(淸華)대와 쟈오퉁(交通)대 등 대만 내 유명대학이 2곳이나 단지 안에 입주해 있다. 전자, 전기, 통신, 컴퓨터, 재료, 광학, 에너지, 생명공학 등 첨단기술 연구를 담당하는 정부 산하 산업연구원(ITRC)도 단지 안에 위치해 있다. 산-학-연의 자연스런 연계가 이뤄지는 구조인 것이다.


티에스엠시의 모리스 창 회장은 “신주단지에 있는 업체들은 반도체테스트회사부터 광학회사, 그리고 제조업체까지 즉, 부품에서 완성품까지 유기적으로 서로 이어져 있다”며, “다양한 분야의 하이테크 기업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구조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 현재 신주단지의 인구는 대만 전체의 0.4% 수준이나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7.2%나 돼, 대만 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입증했다.

전세계 노트북의 69.8%, 데스크톱의 29%, 서버의 32.3%, 마더보드의 78.9%, 엘시디모니터의 68.2%를 차지하는 대만의 위력은 바로 이런 구조에서 나온다. 상대적으로 이익이 박한 셋트(완성품 제조)를 하면서도 해마다 3.3%(2002년)~5.9%(2004년)의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 것도 이런 탄탄한 구조가 배경이 됐다.

대만의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삼성전자의 윤진혁 전무는 “대만 정부가 최근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셋트 위주의 산업구조를 부품 위주로 바꾸는 것”이라며 “대만이 그간 한국에서 많은 부품을 수입해 갔지만 이제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구조로 바꾸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린완루는 신주산업단지의 구조를 ‘직장부터 가정 그리고 교육과 휴식까지 한꺼번에 이뤄지는 자기완결식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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