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3.28 19:15 수정 : 2005.03.28 19:15

칠레의 수도인 산티아고의 한 유명 백화점에 마련된 삼성전자 판매장에서 산티아고 시민들이 전자제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산티아고/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수출 58% 증가…일단 가시적 성과

오는 4월1일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1년이 된다.

지난 1년 동안의 교역결과로만 따져보면 수출은 크게 늘어나고 수입 증가로 인한 피해는 거의 없어, “일단 첫 출발은 좋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애초 정부는 칠레를 자유무역협정의 ‘스파링 파트너’로 봤던 만큼, 다른 나라와의 자유무역협정에서 칠레와 똑같은 결과를 낳으리라고 예단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많다. 한-칠레 자유무엽협정 1년의 성과와 앞으로 있을 자유무역협정을 점검해본다.

주력상품 수출 급증=관세청과 한국무역협회가 집계한 결과를 보면, 협정이 발효된 지난해 4월부터 올해 2월 사이 우리나라 수출은 7억35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58.7% 늘었다. 승용차는 1억9149만달러어치가 수출돼, 수출 증가율이 59.2%에 이르렀다. 합성수지(75.9%), 무선전화기(225.7%), 컬러 텔레비전(110.4)도 수출이 크게 늘었다. 이들 품목은 관세 철폐의 직접적인 혜택을 봤다. 또 관세 인하 예외 품목들인 냉장고와 세탁기도 수출이 각각 16.2%와 36.0% 늘어 간접적인 혜택을 본 것으로 평가된다.

수입도 54.3% 늘어난 17억5300만달러로, 우리나라의 칠레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협정 발효 전 8억200만달러에서 발효 뒤 10억1800만달러로 27%나 늘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수입의 88%(15억4822만달러)를 차지하는 구리 등 국제 원자재값이 지난해 이후 급등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원자재 이외의 분야를 보면 수입 증가액이 3900만달러에 그쳤다. 돼지고기의 수입이 63.3% 늘었고, 프랑스산 중심이던 포도주가 칠레산으로 대체되면서 188.7%나 증가했다. 포도(-0.9%) 등 과일의 수입은 애초 우려와 달리 늘지 않았다.

성과와 과제=자유무역협정 비준이 늦어지면서 한때 우리나라 상품의 칠레 시장 점유율이 떨어졌으나, 협정 발효 이후 시장 점유율이 다시 빠르게 높아졌다. 우리나라 상품의 칠레 시장 점유율은 2003년 7위(3.12%)에서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6위로 높아졌으며, 올해 1월에는 5위(5.02%)까지 뛰어올랐다.

이처럼 상품교역은 늘었으나, 양국간 투자 및 정부조달 시장 참여는 아직까지 별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이 칠레와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준비하고 있어 상품 수출 증대 효과도 곧 한계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와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의 성과를 일반화해서 보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한국무역협회 산하 무역연구소는 28일 내놓은 ‘한-칠레 FTA 1년 평가와 과제’ 보고서에서 “앞으로 다양한 국가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 나가다 보면 피해 산업 분야도 각기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며 “따라서 지금과 같은 농업 피해 지원 위주에서 벗어나 산업 전반을 포괄하는 보다 총체적인 지원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중국·일본도 곧 무관세, 우리제품 차별화가 숙제”

구자경 산티아고 무역과정

구자경 코트라 칠레 산티아고 무역관장은 지난 25일 〈한겨레〉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칠레가 내년 1월 자유무역협정 발효를 목표로 중국과 협상을 시작했고, 일본과도 협정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한 공동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당장은 우리 상품의 시장 점유율이 올라가고 있지만, 품질과 가격에서 어떻게 차별화해 나가느냐가 앞으로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협정 발효 1년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칠레 관세청 통계를 보면 2003년 3.12%이던 한국 상품의 시장 점유율이 올해 1월에는 5.02%로 60% 이상 커졌다. 점진적 관세 인하 품목도 중장기적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

-현지 소비자들의 한국 상품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

=값싸고 질이 좋다고 평가한다. 대형 쇼핑몰에 가보면 한국산 가전제품을 매장 입구에 진열하고 전시 품목 진열 공간도 크게 늘리고 있다.

-시장 점유율이 앞으로 더 높아질 여지가 있는가?

=칠레와 중국이 내년 발효를 목표로 자유무역협상을 시작했다. 일본도 현재 타당성 조사를 벌이고 있다. 따라서 머지 않아 중국과 일본 제품도 무관세로 수입될 것이다.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가격과 품질 면에서 어떻게 차별화에 성공하느냐가 중요하다.

-자동차와 가전제품 외에 새로 시장 개척이 가능한 분야가 있다면?

=칠레는 휴대전화 보급률이 63.7%에 이르고, 인터넷 사용자 비율도 인구의 35%를 넘는 나라다. 칠레 정부가 ‘칠레를 중남미의 정보통신 허브로 구축한다’는 목표로 관련 산업 육성과 외국 기업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 우리 기업들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연간 70억달러 규모인 정부조달 시장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칠레 쪽은 협정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칠레에서도 한국에 대한 수출이 늘고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칠레는 특히 과일 등 1차 산품의 수출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포도와 키위가 주종을 이루고 있으나, 사과, 자두, 아보카도 등도 중장기적으로 수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정남구 기자


23개국과 동시다발적 추진
‘시장선점’ 속도론에 우려도

FTA 추진현황·과제



우리나라는 과거 ‘자유무역협정 후진국’이라는 소리를 들어왔으나, 최근 들어 자유무역협정을 가장 활발하게 추진하면서 이런 꼬리표를 떼냈다. ‘개방형 선진 통상국가’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적극 실천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칠레에 이어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와 협상을 타결하고 현재 비준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스위스·노르웨이·아이슬랜드·리히텐슈타인이 속한 유럽자유무역지대(EFTA), 2월에는 타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10개국으로 이뤄진 아세안과의 협상이 시작됐다. 일본과는 지난해 11월까지 6차례 협상을 진행했다. 또 중국,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캐나다, 인도 등과 협상의 전 단계인 공동연구나 사전협의를 시작하거나 할 예정이다. 협정이 추진되고 있는 상대방들은 나라 수로 23개다.

적극적인 협정 추진은 무역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 때문이라고 정부는 설명한다. 세계무역기구(WTO) 주도의 무역자유화가 더딘 걸음을 보이는 가운데 나라 대 나라 차원의 무역장벽 없애기가 대세를 이뤄,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수출시장을 보호하고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1980년대에 9개에 불과하던 자유무역협정 발효 건수는 90년대 124개, 2001~2004년 55개에 이른다. 이에 관한 정부의 양대 기조는 ‘동시다발적’이고 ‘포괄적이며 수준 높은’ 자유무역협정이라고 할 수 있다. 상품무역뿐 아니라, 서비스·투자·정부조달·지적재산권·기술표준 등 광범위한 분야를 협정 범위 안에 두고 있다. 개방에 적극적인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통상 실무경험이 풍부한 정우성 청와대 외교보좌관에다, 역시 개방론자로 손꼽히는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최근 취임한 것은 이럼 흐름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인적구조다. 외교통상부는 지난해 말 자유무역협정국을 신설했다.

하지만 대외 경쟁력이 취약한 부문, 특히 농업이 자유무역협정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는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일본에 대해서는 농수산물 수출 확대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지만, 다수 나라들과는 그렇지 못하다. 농업은 쌀시장 추가개방으로 가뜩이나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또 일본이나 미국 등과 협정을 맺으면 일부 공산품과 서비스산업 위축 우려도 나온다. 경제단체 등이 한·칠레 협정 추진에 반색하다가, 한·일 협정 추진에는 주저하는 것도 ‘손익계산서’ 뽑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박진도 충남대 교수(경제무역학부)는 “동시다발적 협정 추진을 보면서, 일단 벌여놓고 나중에 국내 대책을 세우는 식으로 순서가 바뀐 느낌을 받는다”며, “수출 확대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전체 경제와 사회문화적인 측면까지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농민피해 아직은…

포도수입 되레 0.9% 감소
장기적으로는 피해 불가피

지난해 초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비준을 앞두고 농민단체들은 칠레로부터의 포도 등 과일 수입 급증을 우려해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나 농민단체들의 우려는 아직까지는 현실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관세청 집계를 보면, 협정 이후 11개월 동안 칠레산 포도 수입은 협정 이전 11개월보다 오히려 0.9% 가량 줄어들었다.

칠레 과일수출업협회는 “지난해 3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한국의 국립식물검역소가 포도 병충해가 발생한 칠레 펠리페 지역 등의 포도 수입을 금지한 것도 칠레산 포도의 한국 수출이 줄어드는 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현상으로, 장기적으로 볼 때는 어느 정도 피해는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된다. 계절관세가 붙는 포도도 관세율이 점차 낮아지면 수입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민동욱 전국농민회총연맹 대외협력국장은 “당장은 영향이 적더라도 어떤 과일이든 수입이 늘면, 모든 과수농가에 시간을 두고 악영향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과수농가들은 이에 대비해 미리 폐업을 서두르고 있다.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해 협정 발효 이후 1만2천여 과수농가가 폐업 신청을 냈다. 농림부는 지난해 이미 573㏊의 폐업에 247억원을 지원했고, 올해는 2배 많은 1293㏊의 폐업에 544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포함해 2008년까지 예상되는 폐업 지원금은 2600억원이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시설포도 재배면적의 34.1%, 복숭아 재배면적의 36.0%, 키위 재배면적의 16.0%에 이르는 규모다.

정남구 기자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