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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31 17:49 수정 : 2005.03.31 17:49

복지주택 활성화 ‘헛바퀴’

“60살 이상만 거주해야 하지만 사실은 일반아파트랑 다를게 없어요.”

31일 경기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의 실버주택 ‘유승앙브와즈’ 본보기주택. 업체 관계자는 중년 여성들에게 분양을 권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5층짜리 아파트 32개동으로 구성된 이 아파트는 한 건설업체가 ‘노인 복지 시설’로 허가받아 지은 대단지 아파트다. 25~45평형으로 모두 1080가구에 이르며, 통일동산에서 쾌적한 노년 생활을 보낼 수 있다고 내세운다.

그러나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면 노인 복지 시설에는 태권도 및 영어학원이 들어서 있다. 어린이들이 삼삼오오 뛰어노는 모습도 보인다. 단지 구조나 체육시설 같은 부대시설도 여느 아파트와 다름없다. 노인주택으로 지어놓고, 일반에 분양해 노인들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 김진희씨는 “노인들끼리 살고 노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많다고 해 분양을 받았는데, 막상 입주해 보니 일반 아파트와 다름이 없다”며 “노인들을 돈벌이 대상으로 전락시켰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노인 복지 시설이라고 해놓고 노인정도 설치해주지 않았으며, 부대시설인 헬스클럽이나 게이트볼장도 어린이나 젊은이들이 차지해 이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2년 분양해 완공된 이 아파트 1단지(570가구)는 이미 입주를 끝냈으며, 2단지(510가구)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 중이다. 그러나 이곳 입주민은 60살 미만의 젊은 사람들이 현재 60~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업체는 아파트 터로는 허가가 나지 않는 곳에 복지시설을 짓겠다고 해 해당 터를 토지공사로부터 평당 51만~55만원의 싼값에 사들였고, 유료 노인복지 시설을 짓는 대가로 약 32억원의 취득세와 등록세를 파주시로부터 감면받았다. 그러고 나서 평당 최고 540만원을 받고 분양해 이익을 챙겼지만, 실제 입주자는 60살 미만자들이 들어와도 방치하고 있었다. 이 건설사 관계자는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해 입소자들을 일일이 관리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이에 대한 명확한 법 규정 등도 없다”고 말했다.


혜택이 있는 유료 노인복지 주택이 되려면 지자체에 반드시 신고를 하고 신고필증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 30일 “실제 입소자가 60살 미만인 자가 많으면 이를 복지시설로 볼 수 없다”고 기각했다. 건축 허가는 노인시설로 받았지만, 일반 아파트나 다름없이 된 바람에, 공중에 뜬 복지시설이 되고 만 것이다. 보건복지부 노인복지정책과 윤경봉씨는 “시행초기인 노인복지법의 미비한 점을 일부 건설업자들이 악용하고 있고, 업체가 유료 노인복지 시설로서 신고필증도 받지 않았는데 광고를 해 분양했다”며 현장조사를 벌이겠다고 말했다.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정부는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노인 주거복지 시설로 양로 시설, 실비양로 시설, 유료양로 시설, 실비 노인복지 주택, 유료 노인복지 주택 등으로 분류해 놓고 이를 활성화시키려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유료 노인복지 주택은 노인에게 유료로 분양 또는 임대 등을 통해 편의를 제공하는 고급 시설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를 설치하는 건설사에게 취득세와 등록세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2003년 말까지의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이런 시설은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서울시니아 강서타운, 부산광역시 흰돌 실버타운, 부산 낙원대 실버타운, 전라북도 김제 노인복지 임대주택 등 전국에 6곳이 있다. 현재 에스케이건설과 명지건설, 신성건설 등도 ‘실버주택’을 분양 중이며, 지난해부터 건설업계에서는 유료 노인복지 주택을 짓겠다고 나서는 업체들이 늘고 있지만 1천 가구가 넘는 대단지는 파주가 처음이다.

그러나 관련법에서 이 시설에 비적격자가 입소했을 경우 관리감독할 주체가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부적격 입소자에 대한 처벌규정 또한 전무하다.

다만 노인 복지주택 등을 신고를 하지 않고 설치 및 운영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했을 뿐이다. 이에 따라 유승종합건설이 60살 이상 노인이 입주하도록 계도하지 못하면 이런 처벌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건설사가 설치기준이나 운영기준을 어겼을 경우 행정처분을 내리도록 돼 있는데, 1차 위반 때 경고, 2차 위반 때 자격정지 7일 등으로 처벌조항 또한 ‘솜방망이’식이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런 시설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자, 정부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는 실비 노인복지 주택, 유료 노인복지 주택은 시설이 아닌 주택으로 관리하도록 건설교통부 등에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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