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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1 14:02 수정 : 2005.04.01 14:02



“성공적인 상품 개발을 위해선 친환경적 요소가 있는지부터 고려하라.” 지난 2월 대한상공회의소는 <미래 상품의 특성과 기업의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웰빙에 환경의 개념을 더한 ‘로하스’(LOHAS)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LOHAS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202호 커버스토리 참조). 친환경 제품을 팔지 않고선 더 이상 기업의 경쟁력을 거론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는 이미 감지돼 왔다. 친환경 경영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기업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특히 환경경영은 과거 단순히 공해 방지 설비에 투자하던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기업의 총체적 경영전략을 새롭게 짜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환경컨설팅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SDI는 지난해 9월 국내 기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2005년 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DJSI) 기업으로 선정돼 주목받았다. DJSI 지수는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각 산업별 상위 10% 내에 포함된 기업들로 구성된 새로운 주가지수다. 환경, 경제, 사회분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한 기업들에게 부여된다.

이에 대해 김정근 삼성SDI 지속가능경영추진사무국 차장은 “대대적인 컨설팅을 받아 경영 프로세스 전반을 개선해 나가는 과정에서 얻은 결과”라며 “특히 취약했던 환경경영부문에 대한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데 큰 비중을 뒀다”고 말한다. 삼성SDI가 환경컨설팅업체인 에코프론티어의 주관하에 컨설팅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 조직 진단은 최고경영자인 CEO에 대한 인터뷰에서부터 시작됐다. 조직의 전략을 새롭게 짜는 데 있어 CEO의 의지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관문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 규제가 어떤 식으로 다가오고 있는지에 대해 기업들의 정보 수준이 취약한 편이죠. 매출의 30% 이상을 손해 보기 십상인데 말이에요. 현재 상태로 가다간 조직이 어떤 리스크를 안게 되는지에 대한 진단과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게 컨설팅의 주요 내용이었죠.” 임대웅 에코프론티어 서스테이너빌러티사업부장의 이야기다. 삼성SDI에 대한 컨설팅은 CEO부터 말단직원까지 마인드와 업무 프로세스를 뒤흔들어놓는 큰 작업이었다. 단순히 분리 수거나 폐기물 처리를 담당하는 부서의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가시적 성과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아끼고(Reduce) 재활용하고(Recycle) 다시 쓰는(Reuse) 용수 절감 3R운동을 펼쳐 전체 1055만톤의 용수 중 448만톤을 재활용해 23억원의 비용을 아꼈다. 제품의 포장재도 소형화, 경량화에 초점을 두고 재설계해 연간 49억원을 절감시킬 수 있는 채비를 갖췄다. 무엇보다 지난해 EU가 규제하고 있는 유해물질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 생산에 착수한 것은 의미가 크다.


환경컨설팅, 2010년 5270억원 규모로 성장

친환경경영을 도입하려는 기업들의 수요가 늘면서 국내에서도 환경경영을 전문적으로 컨설팅하는 업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지난 1995년 설립된 에코프론티어를 비롯해 에코시안, 에코아이, ERM코리아, 리차드컨설팅 등이 환경경영쪽 컨설팅업체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 삼성SDI는 용수절감 3R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오폐수 처리시설. 삼성SDI 제공


또한 LG환경연구원의 경우 지난 2003년 LG그룹으로부터 분사한 이후 고객층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룹 내 계열사를 대상으로 정보 공유 및 관리 기능을 주로 하고 있는 삼성지구환경연구소와는 차이를 보인다.

환경부에 따르면 환경컨설팅업의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 2000년 기준으로 283억달러 수준이다. 이 중 약 64%가 북미 지역에 형성돼 있다. 미국의 경우 2천여개가 넘는 환경컨설팅업체가 활동하고 있다.

물론 이에 비하면 국내 시장은 아직 미개척지에 다름없다. 국내 환경컨설팅 시장 규모는 지난 2003년 기준으로 1100억원 수준이다. 그나마도 환경 엔지니어링, 즉 기술컨설팅이 포함된 규모여서 환경경영쪽만 보면 더 미미하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환경컨설팅은 환경 효율을 높이기 위한 설비구축 등 기술적 측면에 국한돼 이루어져왔기 때문이다. 환경부 환경경제과 관계자는 “국내에서 스스로의 활동을 환경컨설팅으로 보는 업체가 총 68개 기업인데, 아직 대부분은 엔지니어링업체나 환경영향평가대행업체”라고 말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환경경영을 주축으로 하는 환경컨설팅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삼성지구환경연구소의 김태용 박사는 “선진국들의 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환경산업의 시장 전망은 매우 밝다”며 “무엇보다 환경산업의 지식 기반이자 출발점이 되는 환경컨설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환경컨설팅의 성장률은 매년 10% 이상이 될 것이며, 2010년까지는 527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업체들의 성장속도도 빠른 편이다. 정해봉 에코프론티어 사장은 “매년 50% 이상의 매출 성장을 이루고 있다”고 말한다. 은종환 에코시안 사장도 “최근 3~4년간 시장이 빠르게 커가고 있는데 매출 성장은 물론이고 컨설턴트들도 많이 늘고 있다”고 전한다.

정부가 환경컨설팅업의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서 나섬에 따라 관련 시장의 분위기는 좀 더 무르익을 전망이다. 지난 3월 초 환경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기업체나 공공기관에 환경 관련 자문이나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환경컨설팅업을 지원하는 법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대기업에 비해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이 보다 손쉽게 환경컨설팅업체의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도 담겨 있다.

“한 출판사가 재생용지를 사용하지 않아 수출이 무산된 경우가 있었어요. 회사 입장에선 형형색색으로 훌륭하게 디자인해 내보낸 책이 되돌아오니 어이가 없어 하더라구요. 환경 규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하면 더 이상 사업을 하기 힘든 환경이 온 것이지요.” LG환경연구원 이병욱 원장의 이야기다.

수출 시장 환경 규제, 공정에서 제품 규제로 급변

수출 시장의 환경 규제가 공정 규제에서 제품 규제로 급격하게 변화한 것은 기업들의 컨설팅 수요를 촉진시킨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환경관리의 범위가 자사의 생산공정이나 폐기물 처리에 국한되던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이다. S전자가 몇 해 전 대미 수출 제품에 오존층 파괴물질을 사용해 20만달러에 달하는 세금(오존파괴물질세)을 낸 것은 주목할 만한 사례다.

▲ 삼성SDI 부산공장의 첨단 오염물 분석실. 삼성SDI 제공


특히 EU의 환경장벽은 빠르게 두터워지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002년 대EU 수출액 207억달러의 70%가 환경 규제 적용 대상이다. 예컨대 전기전자 제품의 경우 2006년 7월부터 시행되는 특정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에 따라 납, 수은, 카드뮴 등 6대 유해물질이 들어가선 안 된다. 여기에다 올 하반기에는 설계단계에서부터 폐기에 이르기까지 환경적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에코 디자인이 되지 않은 에너지 사용 제품의 시장 진입을 금지하는 법령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이런 규제들은 더 이상 친환경경영을 선택이 아닌 ‘필수’ 코스로 인식하게끔 만들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부품을 납품하는 수많은 중소기업들까지 청정생산을 하지 않으면 제품을 팔 수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환경을 비용의 문제로 생각해 왔기 때문에,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에요. 환경친화기업으로 지정받은 기업 규모가 97년 122곳에서 IMF 직후인 98년에 102곳으로 전년보다 줄어들었던 것도 그런 맥락이죠. 돈이 없다며 ‘지정’ 자체를 반납하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환경친화기업 지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환경부 관계자의 말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경기와 상관없이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불가피해졌다는 이야기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환경컨설팅의 주요 내용은 국제 환경경영 시스템 규격인 ISO 14000 시리즈의 인증을 획득하는 데 집중됐다. 이 과정에서 환경라벨링이나 환경성과평가, 제품의 전 과정에서의 환경 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해 주는 전과정 평가(LCA) 등이 주요한 환경기법으로 등장했다.

이병욱 LG환경연구원 원장은 “ISO 14001 인증기업수가 2004년 11월까지 2437개에 이르러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질적 측면에서의 환경경영 도입은 아직 미흡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앞으로는 기법 위주의 환경경영 도입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이야기다. 환경 컨설팅업계가 제품의 기획단계에서부터 구매, 생산, 마케팅 등 전 과정에 환경을 고려한 에코디자인 시스템 구축이나, 아예 기업의 비전을 새롭게 짜들어가는 전략 컨설팅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정승태 LG환경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경제성을 고려한 환경회계를 도입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환경회계를 도입하면 폐기물 처리시 들어가는 비용까지 따져서 제품원가를 새롭게 매긴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원가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공정 개선이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바꾸게 되는 식이다.

지난 2월 교토의정서가 발효됨에 따라 기후 변화쪽은 새로운 컨설팅 영역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이미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테스크포스를 꾸리는 등 대비책 마련에 들어간 상태다. 2013년부터 교토의정서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부여될 경우 적잖은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배출권 거래나 청정개발체제(CDM) 사업 등 새로운 시장이 개척될 여지도 있어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분야다.

미국 <포춘> “향후 환경전문가 수요 급증”

미국의 <포춘> 최신호는 향후 10년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 직업 1위가 환경엔지니어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환경전문가에 대한 시장 수요가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다. 속도가 더딜 뿐 국내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미리미리 환경 전문 인력 양성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잖게 흘러나오고 있는 중이다. 황보연 기자 hbyoun@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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