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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국영/ 커리어케어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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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이 인재에 대해 ‘선평가 후보상’ 원칙 위에 서 있다면 대기업은 전혀 반대는 아니지만 대체로 그 건너편에 서 있다. 좋은 인재가 있다면 대기업은 그 가능성만으로도 자본을 투자한다. 많은 돈을 들여 인재를 ‘구매’하는 것이다. 대신 요구한다. 이렇게 지불했으니, 이렇게 일을 하라고. 구성원의 자발성에 근거하는 중소기업과는 달리 대기업은 체계와 지시에 의해 효율성을 구현한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사람이 ‘좋은 복지제도 위에서 대우받으며 매우 안락하게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은 그래서 상상 속의 한양을 세우는 행위다. 실제의 한양은 이렇다. 대기업 직원들 또는 이미 시장에서 그 브랜드를 인정받고 있는 조직의 직원들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1차 보상을 구매자로부터 제값대로 받는다. 하지만 그들은 그 대신 작은 조직이 부과할 수 없는, 또는 대규모 조직이 부과하게 마련인 대규모, 고난이도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작은 조직의 구성원과 큰 조직의 직원은 이렇듯 출발 전제와 성장 환경이 다르고, 강제적 훈련의 강도도 다르다. 유감스러운 것은 학원 가기 싫어하는 건 아이 마음이지만, 그래도 학습 결과는 아이의 실력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현재 어떤 조직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의 위치와 행동 방향은 이렇듯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위치와 그 특성, 다른 조직의 장단점을 생각해 보면 좀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많은 중소 벤처기업 직원들이 계단에서 회사 얘기를 하면서, 다른 기업과 비교하며 시간을 보낸다. 폭주하는 업무에 시달리고, 그에 따라 나름대로 숙련도도 높아져 가는데 조직의 발전 속도와 자신에 대한 대우가 성에 차지 않는 것이다. 계단에서 시간을 보내도 제재 수위가 낮은 조직의 규율도 한몫한다. 그러나 다만 그뿐이라면 ‘정저지와’(井底之蛙)의 일화를 남겼던 전한 말 공손술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비교해야 하는 것은 다만 근무 조건과 급여만이 아니다. 중소기업 제품도 만든 사람의 철학과 향기가 느껴지면 명품이 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중소기업 것이라면 일단은 제쳐놓고, 마음이 동해도 대기업 제품보다 더 따지고, 그러고 나서도 제값을 주려고 하지 않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긴 어렵다. 진국영 / 커리어케어 리서치센터장 미래를 여는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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