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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4 18:49 수정 : 2005.04.04 18:49

3월에만 33억달러 늘어 총 2054억달러
외환 보유액이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4일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외환 보유액은 3월에만 32억9천만달러가 늘어 3월 말 현재 2054억5천만달러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관리비용이 덩달아 급증하자, 재정경제부는 외화자산을 수익률이 높은 곳에 투자한다는 계획이지만, 한국은행은 안정성 위주로 운영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안정성 위주 미국채 쏠려…지난해 평가손 17조원

■ 커져가는 외환당국 고민=우리나라가 벌어들인 외환은 한은 금고에 쌓아두고 있는 게 아니라 국외 채권 등에 투자를 한다. 외환 보유액은 유사시 언제든 찾아 써야 하고, 국가 신인도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수익성보다는 안정성 위주로 운용돼 왔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는 전체 외환의 70% 정도를 이자 수익은 적지만 수시 인출이 가능하고 안전한 미국 국채 등 달러 표시 채권에 투자해 왔다. 그러나 미국이 몇차례 금리를 올리고, 약달러로 환율은 계속 떨어지면서 평가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외화자산 평가손실은 지난해에만 17조원을 넘어섰다.

환율방어를 위해 달러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풀린 통화량을 흡수하기 위해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한다. 지난해 말 현재 통안증권 발행 잔액이 160조원에 이르면서 이에 따른 이자만도 연간 6조원에 이르는 지경이 됐다.

이 때문에 이제는 그동안 벌어들인 달러를 잘 운용해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이미 정부는 달러 위주로 돼 있는 통화 구성을 다른 나라 화폐로 다변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외화자산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작업에도 들어갔다.

정부“은행맡겨 수익내자”한은선 “그건 비상금인데…”

■ 적극 투자론과 신중론=재정경제부는 올 상반기 중으로 한국투자공사(KIC)를 설립한 뒤 한은에서 떼어낸 200억달러로 수익률이 높은 곳에 집중 투자해 돈을 벌 생각이고, 한은도 자체적으로 외화자산 운용인력을 100명 이상으로 늘리고 외부 전문인력까지 영입해 수익률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재정경제부는 일단 한국투자공사 운용성과를 봐가며 투자액을 늘려가는 한편, 외환 보유액 중 일부를 시중은행에 위탁해 기업 외화대출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재경부 당국자는 “중국은 외환 보유액을 중국은행과 건설은행의 자본금으로 넣은 적이 있다”며 “외환 보유액을 어떻게 운용할지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에 외화를 맡겨 신항만 건설 등 대형 국책사업이나 첨단 자본재 수입이 필요한 기업에 대출해 성장동력을 끌어올리는 데 이용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자는 것이다.

그러나 한은은 이런 움직임에 아직은 신중한 쪽이다. 한은 관계자는 “일종의 비상금 성격의 외환 보유액을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빈번하게 거래하면 유사시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은은 적정 외환 보유액에 대해서도 “필요 외환 보유액의 기준은 시대와 나라마다 다르다”며 “특히 최근 들어서는 자본의 유출입이 확대되고 있어 적정 수준을 못박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보유 비용도 눈에 보이지 않는 외환 보유 효과까지 고려해야지 단지 수치상의 평가손만 따져서는 안 된다고 본다.


또 외환을 운용해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에만 집착하다 보면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투자공사와 한은 등 외환당국 사이에 수익률 경쟁이 벌어지면 서로 고위험-고수익 자산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고, 그러면 평가손 정도에 그치지 않고 실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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