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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진통상한국 ‘양날의 칼’ 정부가 6일 내놓은 ‘선진통상국가’라는 개념은 선진국 진입을 위해 새롭게 마련한 국가 경영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소득 2만달러 진입을 위해 동북아 금융허브 구축, 서비스업 경쟁력 향상 등 각종 정책들을 쏟아냈는데, 이번에 이를 선진통상국가라는 큰 개념으로 묶은 셈이다. 정부가 선진통상국가를 내세우는 밑바탕에는 급속히 통합되고 있는 세계경제 속에서 국내외 경제를 분리해 대응하는 게 별 의미가 없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 농수산업 등 모든 부문을 사실상 완전 개방해 세계경제 속에 적극적으로 편입시키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선진국에 진입하기 힘들다는 게 정부의 판단인 듯 하다. 국내기업 다국적화, 외국기업 진입 쉽게
자본도피·투기 우려
농·어업 피해 불보듯 정부의 전략이 이렇게 바뀜에 따라 기존의 정책 방향이 달라지고, 그로 인한 국내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도 불가피하게 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글로벌네트워킹 추진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는 국적 있는 기업, 즉 ‘한국 기업’에 대한 애착이 강했는데 앞으로는 한국 기업이 아닌 ‘다국적 기업’을 바람직한 모델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산업공동화를 초래한다며 부정적 시각으로 보았던 기업들의 국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가능하면 많은 기업들을 국외로 내보내 외국기업들과의 네트워킹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국내 자본의 국외 반출도 지금보다 자유롭게 된다.
반대로 국내는 외국기업이나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들어와 활동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국내의 금융·외환·노동·서비스시장 등을 국제 기준에 맞춰 대폭 개방하고 정비할 계획이다. 결국, 국내외 경제의 벽을 허물어 우리 경제를 세계경제에 밀접히 통합시킴으로써 우리 경제를 한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수출의존형인 우리 경제 구조와 급변하는 세계경제 구조 변화 속에서 이런 전략의 채택은 긍적적인 측면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런 전략이 과연 우리에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불투명하다. 정부는 이런 전략을 채택하게 된 이유로 네덜란드 아일랜드 등의 성공 사례를 들고 있다. 적극적인 해외투자나 외국인투자 유치로 선진국 진입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비슷한 개방 전략을 채택한 몇몇 남미국가들은 실패했다. 의도했던 것과는 반대로 자본의 국외 도피가 줄을 잇고, 국내시장은 국외 투기자본의 도박판이 되고 말았다. 성공 사례만 강조할 뿐 실패 사례로부터 배운 교훈은 별로 안 보인다. 더 큰 문제는 개방의 직접적 피해를 보게 될 영세중소기업이나 농·어업 등 취약부문의 불만을 어떻게 무마할 것이냐이다. 정부는 개방 이익을 공유하도록 하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과거의 경험에 비춰볼 때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깊어질 경우 정부의 개방 강도와 속도는 차질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선진국 진입을 위해 완전 개방형 통상국가라는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양날의 칼을 쥔 셈이 됐다. 이런 전략이 과연 우리에게 득을 가져다줌으로써 선진국 진입에 성공할지, 아니면 반대로 우리의 터전을 허물어뜨림으로써 오히려 우리 경제를 후퇴시킬지, 우리 경제는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들어섰다. 정석구 기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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