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4.07 18:42 수정 : 2005.04.07 18:42

통계청 '3월 기대지수'
2년반만에 기준치 넘어
서민층은 아직 먹구름

회사원 김아무개(39·서울 성동구)씨는 이달 초 동네 헬스클럽에 12만원의 회비를 내고 석 달치 회원으로 등록했다. 지난해 경기침체 장기화를 우려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가계 사정도 여의치 않아 끊었던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주머니 사정이 크게 나아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앞으로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극도의 내수침체 속에 움츠렸던 서민들의 어깨가 조금씩 펴지고 있다. 수출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부동산값과 백화점, 신용카드 매출 증가 등 내수 회복 조짐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경제심리도 서서히 제 궤도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7일 통계청이 내놓은 ‘3월 소비자 전망조사 결과’는 이런 추세를 잘 보여준다. 앞으로 6개월 뒤의 경기와 생활형편 등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가 석 달 연속 상승하며 102.2를 기록해 기준치인 100을 넘어섰다. 2002년 9월(103.9) 이후 30개월 만이다. 이 지표가 100을 넘으면 앞으로 경제가 좋아진다고 보는 사람이, 나빠진다고 보는 사람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기대치를 보여주는 심리지표여서 당장의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지난 2년여동안 움츠렸던 소비자 심리가 나아지는 것이어서 긍정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심리 개선의 모습도 이전의 고소득층·청년층 위주에서 저소득층과 장노년층까지 확산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표 참조) 월 소득 200만원 이상 소득층은 모두 기준치를 넘었고, 200만원 미만 소득층도 넉달째 상승하며 100에 바짝 다가섰다. 20대부터 40대까지는 이미 기준치를 넘어섰고, 50대 이상도 99.5를 기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환율과 유가 불안속에서도 수출과 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각종 실물 지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소비자 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지난달 수출 실적은 240억달러를 넘어 월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아파트값은 지난 2월과 3월 각각 0.5%와 0.6%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인천과 동탄새도시 등 수도권 신규 분양 아파트의 계약률이 크게 높아지자 소비심리가 바닥을 치고 회복세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와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 매출은 지난달 4~9% 증가했고, 신용카드 매출도 6개월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런 소비자 심리 개선의 효과가 소비 양극화의 심화에 따라 차별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백화점에서 4년째 주부 아르바이트 사원으로 일하는 박영자(50)씨는 “값비싼 명품관은 손님이 크게 늘어나 변화가 느껴진다”면서도, “하지만 서민들이 찾는 일반 매장은 손님들이 몇번 망설이다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야 살 정도”라고 말했다. 명동에서 4평짜리 김밥가게를 운영하는 박은진(46)씨도 “가게 시작한 지 2년 만에 처음으로 두달째 가게세가 밀렸다”며 “30~40대 월급쟁이들의 아침 요기가 주요 매출인데 요즘은 2천원도 아까운지 집에서 먹고 오는 모양”이라고 푸념했다.

신민영 엘지경제연구원 경제분석팀장은 “소비자 심리 지표가 선행지표라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지만 실물경기 회복까지는 석 달 정도의 시차가 있는 만큼 속단하기는 이르다”며 “고소득층 위주의 소비 양극화와 가계부채 조정 부진 등 구조적 문제도 있어 좀더 두고봐야 경기 회복의 추세 전환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조성곤 정세라 기자 csk@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