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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 메신저는 앞으로 기업용 마케팅 플랫폼으로 활용도가 높다. 1,2위를 다투는 MSN 메신져와 네이트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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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온, MSN 제치고 1위 올라서…기업 대상 마케팅 도구로 미래 수익성 높아 국내 인스턴트 메신저(이하 메신저)시장에 새로운 전운이 감돌고 있다. 토종 메신저인 ‘네이트온’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MSN 메신저’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 고지에 오른 데 이어, 다음과 NHN 등 대표 인터넷기업들도 저마다 차별화된 메신저를 내놓으며 새로운 전쟁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네이트온의 급성장이다. 네이트닷컴을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에 따르면, 네이트온은 지난 3월 넷쨋주 들어 MSN 메신저를 누르고 처음으로 국내 사용자 1위를 기록했다. 인터넷 사용자 조사업체 코리안클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른 결과다. 코리안클릭 자료에 따르면, 주간 이용자수 기준으로 3월 넷쨋주 네이트온 주간 이용자수는 719만여명으로, 같은 기간 MSN 메신저 이용자수(704만명)보다 15만여명 이상 늘었다. 네이트온이 특정 연령층에서 MSN 메신저를 앞선 적은 있지만, 전체 이용자수에서 MSN 메신저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S로선 꽤나 자존심 상할 일이다.
■ 네이트온, 싸이월드·무료 SMS로 1위 도약 SK커뮤니케이션즈측도 상당히 기뻐하는 눈치다. 회사측은 “올 하반기께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기간이 훨씬 앞당겨졌다”며 “윈도우 독점력을 기반으로 한 MSN 메신저를 누르고 국내 서비스가 1위로 올라선 사례가 없는 만큼, 매우 큰 사건”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무엇보다 토종 메신저를 앞세워 거대 기업 MS의 자존심을 구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회사측은 네이트온이 급성장한 배경으로 무엇보다 1300만 회원을 보유한 ‘싸이월드’를 꼽는다. “20대 회원들 중심의 탄탄한 사용자를 보유한 싸이월드가 네이트온과 연계되면서 싸이월드 이용자들의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네이트온으로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4명이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는 화상대화, 움직이는 ‘플래시콘’ 기능, 선물 고르기, 싸이월드 1촌 보기 등의 다양한 기능을 덧붙이면서 MSN 이용자들의 발길을 돌렸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 관계자는 “국내에서 다양한 토종 인터넷 서비스가 1등을 유지하고 있지만, 유독 인스턴트 메신저만 외산인 MSN 메신저에 밀려왔다”며 “이번에 네이트온이 1위로 올라서면서 IT 강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세웠다”고 자평했다.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두 업체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2001년 이후 유지해 온 절대강자의 지위를 뺏긴 MS측은 “앞서 발표된 다른 조사 결과에 따르면, MSN 메신저의 이용시간이 네이트온보다 2배나 많다”며 “네이트온 이용자수가 늘어난 것은 무료 문자메시지(SMS)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접속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메신저 본연의 기능인 대화보다는 ‘무료 SMS’라는 부가서비스 때문에 네이트온에 잠깐 접속하는 회원이 많다는 설명이다. 코리안클릭의 자료는 1주일 동안 1번 이상 메신저에 접속한 이용자들의 수를 세는 방식으로 집계한 것이다. MS측이 근거로 대는 것은 지난 3월24일 인터넷 조사기관 메트릭스가 내놓은 보고서다. 2월 마지막 주를 기준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에 따르면, MSN 메신저와 네이트온 메신저 이용자수는 각각 863만명과 855만명으로 비슷하지만 한 사람당 평균 이용시간은 74분과 37분으로 MSN 메신저가 2배나 많다. 메트릭스측도 보고서에서 “무료 SMS, 미니홈피 연동 등 차별적인 서비스로 세력을 확장한 네이트온의 경우, 메신저의 주 기능인 채팅의 활용은 MSN 메신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네이트온측이 다시 신경을 곤두세웠다. “무료 SMS는 서비스 초기부터 실시한 것으로, 회원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한참 지난 이후”라는 설명이다. 즉 무료 SMS가 초창기 회원들을 모으는 데는 기여했지만, 회원수가 MSN 메신저를 제칠 만큼 늘어난 것은 차별화된 서비스와 싸이월드 연동 등의 요인 덕분이라는 것이다. 메신저 사용시간을 두고도 입씨름은 계속된다. 메트릭스가 조사한 메신저 이용시간은 이용자들의 메신저 프로그램이 활성화 상태에 있는 시간을 측정한 것이다. 쉽게 말해 메신저 창이 PC 화면의 모든 창 가운데 가장 앞쪽에 떠 있는 시간이다. 이에 대해 네이트온측은 “MSN 메신저는 대화창, 쪽지창, SMS창 등의 활성화 시간을 모두 측정하는 반면, 네이트온은 통합메시지함과 대화창 활성화 시간만 측정됐다”며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식이라면 네이트온의 사용시간이 모자라는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팽팽한 신경전에도 불구하고 네이트온의 대약진에 대해서는 두 업체 모두 수긍하는 반응이다. 1999년 서비스를 개시한 MSN 메신저는 국내에 앞서 진출해 기반을 닦았던 ICQ를 밀어내고 2001년 이후 국내 메신저시장에서 줄곧 1등을 달려왔다. 3천만 회원을 거느린 국내 대표 포털인 다음조차 메신저시장에선 5위권에 머물러 있었다. 네이트온은 지난해 말부터 회원수가 급격히 늘어나며 MSN 메신저와의 격차를 조금씩 줄였다. 코리안클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셋쨋주와 3월 셋쨋주를 비교해 볼 때 네이트온 이용자수는 678만명에서 719만명으로 41만명 늘어난 데 반해 MSN 메신저는 808만명에서 704만명으로 104만명 줄어들었다. 메트릭스 또한 보고서에서 “MSN 메신저와 네이트온을 모두 이용하는 중복 이용자수가 451만9천명으로 두 서비스 이용자의 과반을 넘고 있다”며 “이들의 움직임이 향후 시장 판도를 가름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메트릭스에 따르면 중복 이용자 가운데 20대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네이트온은 20대 연령층에서 MSN 메신저를 제치고 가장 많은 이용자수를 확보하고 있다. 앞으로의 경쟁 구도를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메신저는 유료 서비스가 아니다. 현재로선 특별한 수익 모델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용자들끼리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도구에 불과한 메신저에 이들 업체들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메신저가 앞으로 통합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자리매김하면서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개인끼리 의사소통 수단에 불과하지만, 유·무선 서비스가 결합되면 앞으로 모든 형태의 의사소통을 중개하는 ‘관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메신저시장을 선점하면 앞으로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확률이 높다. 메신저는 검색 서비스와 달리, 기능보다 이용자수가 성패를 좌우한다. 주변에서 많이 이용하는 메신저를 자연스레 쓰게 된다는 얘기다. 이런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메신저 서비스업체들은 기능 못지않게 이용자 확보에 열을 올린다. 메신저 시장점유율을 둘러싼 업체 간의 신경전 뒤에는 이런 이유들이 숨어 있는 것이다. MS는 이미 지난해 중반부터 MSN 메신저를 기업들이 영업을 하는 관문 역할인 ‘마케팅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관련 유료 서비스 개발에 집중해 왔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메신저 창 옆에 쇼핑이나 음악, 운세나 주식 등의 맞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탭’을 달았다. 올해 3월 중순에는 동양종합금융과 손잡고 MSN 메신저를 통해 증권·금융거래와 투자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아이봇’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기업 시장 공략에 나섰다. SK커뮤니케이션도 기업용 서비스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 회사측은 “앞으로는 메신저시장을 어떻게 차지하느냐에 따라 비즈니스 창출 영향력도 달라질 것”이라며 “오늘의 네이트온 선전은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MS와의 진정한 승부를 위한 시작 단계”라고 결의를 밝혔다. 대표적인 유·무선 연동 서비스인 ‘모바일 네이트온’의 경우 아이디(ID) 대신 휴대폰 번호로 PC와 휴대폰 사용자끼리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사무실과 집을 넘나드는 서비스로 무장했다. 3월 말 현재 모바일 네이트온 가입자는 20여만명에 이른다. ■ 다음·NHN 등도 새 기능 앞세워 한판 승부 여기에 국내 대표적 포털들도 최근 새로운 기능을 앞세워 메신저 전쟁에 가세했다. 다음은 기존 다음터치 외에 음성 및 문자통화를 할 수 있는 ‘다음 스카이프’를 지난 1월 내놓으며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미국 인터넷전화 서비스업체인 스카이프와 손잡고 내놓은 서비스다. 여기에 NHN이 최근 친한 블로그끼리 커뮤니케이션과 검색을 할 수 있는 ‘검색메신저’를 내놓으며 새로 메신저시장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치열한 메신저 전쟁을 예고한 상태다. 이희욱 기자 asadal@economy21.co.kr 미래를 여는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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