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4.08 16:13 수정 : 2005.04.08 16:13

일러스트레이션 최수연(무단게재금지).

| 고현숙의 3분 코칭

산업교육계의 원로 한 분을 만났다. 30년 이상 이 방면에서 일해 오신 분답게 각종 야사, 비하인드 스토리 등 재미난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 분이다. 워낙 입담이 좋으셔서 재미있게 얘기를 듣다가, 어떤 강사에 대해 물어보게 되었다. 얼마 전 강의를 들었는데, 분위기가 워낙 독특하였던 데다가 깊은 내공이 느껴졌기 때문에 혹시 아는 분인가 하고 물어본 것이다.

그 강사 이름을 꺼내자, 이 원로 분은 구수한 사투리를 섞어가며 그에 대한 말씀을 재미있게 시작한다. 그러나 웃으며 듣다가 어느 대목에서 갑자기 씁쓸해졌다. 그 강사가 원래 ㅇㅇ대학(예전엔 후기였다) 축산학과 출신이라는 걸 유난히 강조하신다. 좀 의외여서, 아 그래요? 했더니, 그렇다니까! 소, 돼지, 말 그런 거 기르는 거 배운 사람이지, 이런 식으로 말씀하신다. 나는 축산학과에 대해 아는 것은 없지만, 내 생각에 소, 돼지, 말 기르는 거, 라고 하면 그 과 출신들은, 아니 그 과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매우 기분이 나쁠 것이다. 무지에서 나오는 이런 말은 무례할 뿐 아니라 상대에게 상처를 준다. 이 분이 학력에 민감하신 듯하여, 그 강사가 일류 대학 대학원을 마친 분이라고 말씀드렸더니, 그건 나이 든 후에 경력으로 들어간 거니까 그 사람은 그 대학 출신인 척하면 안 된다고, 되레 흥분을 하신다. 참…, 그러고 보니 말씀하시는 이분이 바로 그 일류 대학 출신이다. 아무튼, 그 축산학과 얘기 때문에 내가 이 원로 분에 대해 가졌던 좋은 감정이 슬그머니 사라지는 걸 느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남을 험담하면 결국 자기가 낮아진다는 걸 말이다. 더 미묘한 것은, 그렇게 험담을 하는 동기가 그 사람보다 내가 낫다는 걸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일본 메지로대학 심리학 교수인 시부야 쇼죠는 <야심만만 심리학>에서 “험담이나 소문을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자기가 칭찬받고 싶은 사람”이라고 했다.

조직에서 일하다 보면, 직원들이 불평 또는 험담하는 것을 듣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상황에서, 상사로서 당신은 어떻게 대응하는가? 어떤 정황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맞장구치면서 그 자리에 없는 B에 대한 험담에 가세하는 것은 가장 낮은 수준의 대응이다. A는 속은 후련해질지 몰라도 당신에 대한 존경심은 사라진다. 다른 자리에서는 당신의 험담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A 대리가 와서 B 주임에 대해 불평한다. B 주임이 처리하지 못한 고객 일을 몇 번이나 자기가 대신 해주었다면서, 자기 일도 바쁜데 내 속이 어떻겠냐고 한다. 게다가 예의도 없어서, 일을 대신 처리해 준 것에 고맙다거나 미안해하긴커녕 아예 모른 척하니 화가 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상사는 나름의 경험에서 해결책을 제시하기 쉽다. “그 친구하고 얘기해서 무슨 고충이 있는지 들어보지그래?” 하는 중립적인 것이든, “알아듣게 따끔하게 얘기하게나.” 혹은 “그런 친구는 크게 깨져봐야 안다구. 봐주지 말고 혼을 단단히 내게.” 따위의 강경한 것이든 말이다.

이 상황에서 나의 제안은 2가지다. 첫 번째는 공감과 인정.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 험담이나 뒷담화를 늘어놓는 것은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를 알아달라는 감정의 신호 같은 것이다. 충분히 알아주고 공감해 주자. “그 친구, 자네같이 마음이 넓은 선배를 만난 게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회사 생활 못 했을 텐데….”, “일이 많아서 자기 일만으로도 벅찰 텐데 후배까지 키우느라고 고생이 많구먼.”

두 번째는 스스로 해결하도록 도와주라는 것이다. “자네가 리더니, 이번 기회에 골치 아픈 직원을 훈련시킨다 생각하고 방법을 생각해 보게.”, “어떻게 하면 B가 제대로 일하도록 만들 수 있겠나?” 이런 질문은 A의 시각을 크게 바꿔줄 수 있는 좋은 질문이다. 상사가 코치 역할을 할 때 직원은 좋은 선수처럼 성장해 나간다. 어떤 경우든 코치로서 선수를 성장시킬 기회로 연결시켜 보자. Helen@eklc.co.kr


* 고현숙은 한국리더십센터 부사장으로, 기업 CEO와 임원들을 코칭하고 있는 전문 코치이다. 조직의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리더십과 코칭을 주된 과제로 기업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미래를 여는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