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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정·공공경제학회 토론회 정쟁 벌어지면 예산편성 표류 가능성 높아
남는 예산 채무상환 전용, 비상대응 제약 지난해 말 한나라당이 국회에 제출한 ‘국가건전재정법(안)’ 가운데 나라살림을 짜는 데 필요한 정부의 예산편성 지침에 대해 국회의 동의를 의무화한 조항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이 법안 가운데 남는 세수를 국가채무의 상환에 우선적으로 쓰도록 한 조항도 예산의 경기조절 기능을 제약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돼, 이번 임시국회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8일 한국재정·공공경제학회 주최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재정 관련 법 정책토론회’에서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각각 내놓은 ‘국가재정법(안)’과 ‘국가건전재정법(안)’의 주요 쟁점에 대한 비판과 논쟁이 벌어졌다. 우선 논란이 된 쟁점은 한나라당 법안 가운데 정부의 고유 권한으로 여겨지고 있는 예산편성 지침의 작성 과정에 국회가 적극 참여해 최종 지침의 국회 동의를 의무화하는 조항이었다. 발제자로 나선 황성현 교수(인천대 경제학)는 “한나라당의 법안대로 예산편성 지침의 국회 동의를 의무화할 경우 정쟁이 격화되면서 동의 자체가 지연되면 예산 편성 자체가 표류할 수 있다”며 “예산의 편성권은 정부의 고유 권한으로 두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건영 의원(한나라당)은 “사실상 법률적 효력을 가진 예산편성 과정에 대해 현재 국회가 의견을 제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국회의 예산 권한을 좀더 강화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해, 예산편성 지침의 국회 동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한나라당 안 가운데, 남는 세수(세계잉여금)의 60% 이상을 공적자금 등 국가채무 상환에 우선 사용하도록 한 조항도 경기침체나 자연재해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정부의 재정지출 신축성을 제약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돼 쟁점이 됐다. 또 나라살림의 포괄 범위를 모든 공공기관과 공적 기관으로 확대하는 조항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 쪽은 한나라당 안대로 하면 공기업과 산하기관, 출연·출자기관 등 580여개의 공공기관은 물론 정부의 보조금과 지원금을 받는 시민단체까지 대략 2천여개 기관이 재정에 포함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진영곤 기획예산처 재정기획총괄심의관은 “이렇게 되면 국가채무 규모가 2003년 말 165조원 수준에서 수십·수백배로 크게 불어나게 돼, 현실성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한나라당 안 가운데 예비비의 사용 목적을 지정할 수 없도록 하고, 예비비에서 인건비를 사용할 경우 국회의 승인을 얻도록 한 조항은 예비비의 효율화 측면에서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정부의 국가재정법(안)에 대해서는 세입계정에 잡힌 금액 이외에 정부가 급할 때 쓸 수 있는 국채발행 여유분의 발행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1%로 하자는 조항이 논란을 빚었다. 황 교수는 “국내총생산의 1%면 7조~8조원 수준에 이르는데, 과도해 보인다”며 “절반 수준인 3조~4조원으로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 안 가운데 기금 간의 여유자금 활용을 명문화한 조항과 관련해 황 교수는 여유자금을 활용하기 이전에 국민의 부담금을 줄이는 조처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법안은 오는 22일께 상임위인 국회 운영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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