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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경제전망 좋긴 한데…틀릴 수 있습니다 월가에선 아직도 한국기업 믿을수없다는 분위기
한은 보유통화 다변화, 하고 싶어도 할수없는 것
한국증시 주가 많이 올라가긴 어렵다고 봅니다 1970년대 초반이었다.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박사 학위논문을 막 끝마치려던 유학생 손성원씨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논문 지도교수인 머리나 휘트먼이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으로 발탁된 것이다. 휘트먼 교수는 미안했던지 “논문을 끝내면 나에게 꼭 한부 보내라”고 요청했다. 이 작은 우연이 그의 운명을 바꿨다. 그의 논문을 받아본 휘트먼 교수는 “백악관에서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의했다. 백악관 경제보좌관실에서 뉴욕 월가쪽 일을 담당하면서 그는 월가와 인연을 맺었다. 손성원(60)씨는 월가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으로 꼽힌다. 미국 언론들이 경제전망을 할 때 거의 빠지지 않고 그의 의견을 인용한다. 2001년 블룸버그통신에서 뽑은 ‘미국의 가장 정확한 5명의 경제분석가’에 들기도 했다. 웬만한 나라 국가원수도 좀처럼 만나기 힘들다는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과 친하다. 그는 웰스파고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부행장을 끝으로 31년간의 월가 생활을 끝내고 올 1월부터 동포은행인 로스앤젤레스 한미은행장으로 일하고 있다. “미국은행에서 익힌 선진 기법을 동포은행에 접목해 보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고 그는 말했다. 3월29일 로스앤젤레스의 코리아타운 한복판에 자리잡은 은행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몇년 월가에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벌써 31년이나 됐다”며 웃었다. 우선 올해 미국 경제전망부터 해주시죠. 장밋빛 전망들이 많습니다. =경제전망이 좋긴 한데, 그건 항상 틀릴 수 있습니다. 왜 틀리느냐, 첫번째는 외부의 돌발변수 때문입니다. 지금 유가가 높은데 이런 고유가가 지속되면 미국경제에 문제가 될 겁니다. 또하나는 테러나 전쟁 같은 게 터지면 이것 역시 큰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는 내부 요인이 있습니다. 바로 금리입니다.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이 지금까지는 금리를 ‘천천히 그리고 점진적으로’ 올릴 거라고 말해왔습니다. 그건 과거 미국경제가 침체한 가장 큰 이유가 금리를 너무 빨리 올렸기 때문입니다. 역사적 경험으로 보면 그런 잘못이 다시 되풀이될 가능성이 꽤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올해 금리가 3.5~4% 정도까지 올라갈 걸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것보다 더 올라갈 것으로 월가에선 내다봅니다. 얼마 전 그린스펀 의장도 의회에서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게 이른 시일 안에 폭발할 위험은 없습니까? =단기적으론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큰 문제지요. 재정적자가 커지면 필연적으로 민간 부문과 마찰을 일으킵니다. 전체 (자금) 공급액은 정해져 있는데, 연방정부에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돈을 많이 가져가 버리면 민간부문으로 갈 돈이 줄어듭니다. 그러면 금리가 올라가고 경제에 문제가 생깁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2기 임기중에 재정적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가능할까요? =어려울 겁니다. 왜냐면 우선 이라크에서 쓰는 돈이 예산에 아직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습니다. 또 의료보험 개혁에도 돈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갑니다. 다만 이럴 가능성은 있습니다. 경제성장률을 올리는 겁니다. 경제성장률이 1%만 올라가도 재정적자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한국은행이 국회 보고에서 투자대상 통화를 다변화하겠다고 했더니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을 쳤습니다. 한국으로선 통화 다변화가 불가피한 일 아닙니까? =지금 미국 금융시장은 달러 가치가 계속 내려가 굉장히 민감한 상태입니다. 이런 상태에선 달러를 조금만 팔아도 달러 가치는 크게 하락합니다. 가령 한국이 지금 2천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중 10%만 팔아도 국제금융시장엔 엄청난 영향이 올 수 있다는 얘기죠. 물론 한국은행도 보유통화를 다변화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러나 섣불리 다변화를 시도하면 달러 가치가 내려가 스스로 손해를 보니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겁니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론 한국이나 중국 등이 이렇게 할 거라고 봅니다. 갖고 있는 달러를 유로 등으로 바꾸는 게 아니고, 새로 들어오는 돈에 한해서 달러가 아니라 유로나 엔으로 받는 겁니다. 한국 경기가 지난해말 바닥을 치고 올해는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미국 월가에선 어떻게 봅니까? 구체적으로 몇% 정도 성장할 것으로 보십니까? =올해 5~6%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있지만, 변수 역시 많습니다. 미국경제처럼 외부 돌출변수가 걱정입니다. 지금 원유가와 강철원자재 값이 많이 올라간 상태인데, 한국엔 이런 게 큰 부담이 됩니다. 이런 변수들에 의해 미국과 중국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도 영향이 옵니다. 또 아직 신용불량자가 아주 많다는 점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경제성장률이 5%는 넘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장담을 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 증시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이번엔 과거와는 달리 기업의 회계투명성이 높아져 거뜬히 1000 선을 뛰어넘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습니다. =제 생각엔 앞으로 금리가 올라가고, 경제성장률도 성장속도가 느려지고 있고, (기업의) 불투명성이 적지 않아 주가가 많이 올라가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한국기업들과 미국기업의 주가 수익률을 비교하면 한국 회사들이 더 낮습니다. 이유는 기업의 불투명성 때문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 기업회계의 투명성이 많이 진전되긴 했지만, 월가에선 아직도 한국기업의 데이터를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또하나는 북한과 노조 문제인데, 이런 게 금방 해결될 게 아니니까 단기간에 한국기업들의 주가 수익률이 올라가진 않을 거라고 봅니다. 환율이 1달러 당 1000원 가까이까지 떨어졌습니다. 너무 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많은데, 어느 정도가 적정환율이라고 보십니까? =환율이 더 내려가는 게 자연스럽다고 봅니다. 1000원 미만으로 내려가는 건 시간문제일 겁니다. 벌써 내려갔어야 하는데 한국은행이 시장에 개입해서 (하락을) 막아줄 것이란 판단 때문에 아직 안내려가고 있는 겁니다. 경제원리만으로 보자면 미국의 적자가 워낙 많으니까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는 건 불가피합니다. 환율이 떨어지면 한국 수출이 안될 걸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삼성처럼 하이테크 분야가 많으므로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또 수출엔 환율보다도 미국 등 수출시장의 경기흐름이 더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이런 면에선 환율과 수출의 관계를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로스앤젤레스/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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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뒤안길
그린스펀이 금리상의? “그럴리가 있겠느냐 그저 소문일뿐” 웃음
손 행장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과의 친분이다. 그리스펀 의장이 미국 금리를 조정할 때 그의 의견을 구한다는 소문도 있다. 그는 이에 대해 “그럴 리가 있겠느냐. 그건 그저 소문일 뿐”이라고 웃었다.
그러나 그는 “올해는 아직 못만났지만, 지난해까지는 1년에 한두 차례 그린스펀 의장과 정기적으로 만났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선 미국과 세계경제 동향에 관한 대화가 오가지만, 그 내용은 절대 비밀에 부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우스갯소리로 “지금은 그린스펀이 세계경제의 가장 중요한 인물이지만, 30년 전엔 내가 더 ‘중요한’ 자리에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가 1973년 무렵 백악관 경제보좌관실에서 일할 때 그린스펀은 경제컨설트회사에서 정부부처나 기업들에 경제전망 보고서를 파는 일을 하고 있었다. 백악관 역시 매년 6천달러를 주고 그의 보고서를 받아봤다. 그리스펀은 매달 보고서를 보내고, 분기마다 한번씩 백악관에 직접 들어와 손 행장에게 경제 브리핑을 하곤 했다. 그린스펀 입장에선 백악관과 손 행장이 아주 중요한 고객이었던 셈이다.
손 행장은 “내가 노웨스트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가끔 그린스펀에게 강연료를 주고 사내 강연을 부탁하곤 했다”며 “이런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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