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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27 19:17 수정 : 2007.11.27 22:59

‘철통보안’ 휴대전화로 낭보…시민·정부·재계 ‘삼각협력’에 환경 강조 주효

여수의 승리가 확정되기까지는 예정보다 2시간20분을 더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기쁨도 컸다.

애초 27일 새벽 3시(한국시각)로 예정된 투표는 프레젠테이션이 순연되면서 늦어졌다. 신규 회원 가입국 수가 늘어나면서 불안감이 커져가던 상황이어서 총회장 주변을 서성이던 참관자들의 속도 타들어갔다. 투표 장면은 폐쇄회로 텔레비전 중계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철저하게 비밀로 진행됐다. 유일하게 기댈 곳은 총회장에 들어간 한국 대표들이 소식을 전하기로 약속한 두 대의 휴대전화뿐이었다. 유치위원회·정부 관계자는 물론 프랑스 파리까지 와 응원을 벌인 300여명의 여수시민 응원단의 눈과 귀도 이 휴대전화를 향했다. 마침내 전화벨 소리가 울리고 1차 투표 결과가 전해졌다. 한국 68표, 모로코 59표, 폴란드 13표였다. “이젠 됐다”라는 안도의 한숨보다 “뒤집히는 것 아니냐”는 불안한 수군거림이 더 컸다. 1차 투표에서 모로코와 20표 이상 차이를 벌려야 안정권에 든다는 분석도 있었고, 프레젠테이션도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팽팽하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2차 투표 결과 발표는 1차 투표 발표 뒤 채 5분이 지나지 않았다. “한국 77표 …”라는 말이 휴대전화로 전해지자마자 총회장 주변은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피말리는 유치경쟁은 이렇게 끝이 났다.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 성공은 외교력의 승리로 평가된다. 여수는 2002년 첫 도전에 실패한 뒤, 지난해 5월부터 500일 동안 지구 42바퀴 거리를 이동하는 대장정을 계속해 왔다. 유치위원회는 110개 나라에 유치사절단을 파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여수세계박람회 유치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고, 회원국 주요 인사들을 집중 공략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상회담 때마다 여수 세계박람회를 회담 의제로 두고 빠짐없이 지지를 당부했다. 이번 달에는 각 나라 정상에게 편지를 보내고 직접 전화를 걸 정도로 열성을 보였다. 외교관들의 맨투맨 유치 교섭활동도 회원국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재계의 활동도 크게 눈에 띄었다. 현대·기아차, 삼성, 에스케이, 엘지 그룹 등은 그동안 사업을 통해 구축해 놓은 해외 경제계 인맥을 통해 지지를 요청했다. 칠레는 이런 노력이 바탕이 돼 회원국으로 새로 가입해 여수를 지지했다.

정부와 재계, 지자체 등의 민관 협력도 승리의 요인으로 꼽힌다. 조태열 프랑스 파리 현지 민관 합동 대책본부장은 “매일 아침 대책회의에 재계 직원이 꼬박꼬박 참석해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유기적으로 협조했다”며 “민관이 이렇게 환상적으로 마음을 합쳐 성과를 거둔 예가 없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세계박람회 유치에 총수부터 너무 올인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지구온난화 문제 등 환경보호와 지속가능한 개발을 주제로 택한 것도 시의적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수 세계박람회를 환경문제 해결의 계기로 내세운 전략은 특히 환경에 관심이 큰 유럽 선진국가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파리/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희망’ 쏘아올린 시민들, 여수 ‘축제 도가니

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지를 결정하기 위한 제142차 세계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참가했던 한국 대표단이 27일 새벽(한국시각) 회의장인 프랑스 파리 팔레 드 콩그레 앞에서 유치를 자축하며 만세를 부르고 있다. 왼쪽부터 김재철 여수세계박람회 유치위원장, 박준영 전남지사, 김성곤 의원, 오현섭 여수시장, 한덕수 국무총리, 서갑원 의원, 조중표 외통부 차관, 강무현 해양수산부장관. 파리/연합뉴스

“꿈은 이루어졌다!”

27일 새벽 전남 여수시청 앞 광장은 온통 환희로 가득 찼다. 11시간 동안 밤샘 응원을 하며 파리의 낭보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시민들은 5시50분께 세계박람회 유치 확정 소식이 전해오자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사회를 보던 코미디언 이용식씨가 “여수 만세, 대한민국 만세”라고 외치는 순간, 하늘엔 수십 발의 축포가 터졌다. 새벽 추위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시민 주갑식(48·여수시 신기동)씨는 “정부와 자치단체, 경제계, 시민들이 힘을 모아 이룩한 쾌거”라고 말했다. 2남1녀의 어린 자녀들과 밤새 자리를 지키던 이지연(39·여수시 여서동)씨는 “여수에 새로운 희망의 빛이 보인다. 너무 기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전남 도내 22개 시·군 500명의 주민들도 이날 무안군 삼향면 전남도청 1층 윤선도홀에서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여 동안 강강술래와 남도민요 등을 부르며 기쁨을 나눴다. 여수시청 인근 ㅁ횟집은 이날 100여명에게 점심을 무료로 대접했다. 돌산대교 인근의 ㅎ찻집도 “오늘은 즐거운 날”이라며 하루 동안 차와 음료를 무료로 제공했다. 이날 저녁 7시부터 12분 동안 여수 종화동 해양공원과 여수시청, 여수지방해양수산청 앞에서는 유치 성공을 축하하는 불꽃놀이가 열렸다.

여수 시민들이 27일 낮 세계박람회 유치를 축하하려고 점심 식사를 무료제공한 시청 앞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여수/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시민들은 여수세계박람회 유치의 주역이었다. 2002년 12월 ‘2010 세계박람회’ 유치에 나섰다가 중국 상하이에 패배했던 아픔이 큰 교훈이 됐다. 인구 30만명의 도시에서 8만여명이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지난 4월 세계박람회기구 현지 실사 땐 5만여명이 거리로 나와 환영했다. 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는 지난 9월 아프리카의 탄자니아와 나이지리아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펼쳐 인류애를 실천했다.

이영조(76)씨 등 시민들은 “여수와 남해안이 해양도시의 거점으로 공동 발전하길 바란다”면서도 “이제부터 시작이다. 차분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영제 경남 남해군수도 “영호남 자치단체가 손을 맞잡고 공동발전을 위한 계기로 만들기를 기대한다”고 거들었다.

10년여 동안 여수세계박람회를 앞장서 추진해온 해양수산부 직원들도 이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해양수산부와 해양수산 관련기업 임직원 1천여명은 서울 종로구 계동 청사 앞에서 밤을 새우다 유치 성공 소식을 듣자 축포를 터뜨리며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이은 해양수산부 차관은 “우리나라가 세계 5위권 해양강국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총리실을 비롯한 외교통상부도 이날 파리의 희소식을 크게 반겼다.

한편 경제계도 “경제 활성화와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과 대한상공회의소 등은 “대한민국 브랜드를 세계에 널리 알림으로써 기업의 글로벌 경영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업과 경제의 탄력 회복에 기여하는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룹 차원의 물적·인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던 현대·기아차 임직원들 그동안의 유치 활동을 화제로 떠올리며 한껏 고무된 표정이었다.

여수/정대하 기자 홍대선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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