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통보안’ 휴대전화로 낭보…시민·정부·재계 ‘삼각협력’에 환경 강조 주효
여수의 승리가 확정되기까지는 예정보다 2시간20분을 더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기쁨도 컸다. 애초 27일 새벽 3시(한국시각)로 예정된 투표는 프레젠테이션이 순연되면서 늦어졌다. 신규 회원 가입국 수가 늘어나면서 불안감이 커져가던 상황이어서 총회장 주변을 서성이던 참관자들의 속도 타들어갔다. 투표 장면은 폐쇄회로 텔레비전 중계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철저하게 비밀로 진행됐다. 유일하게 기댈 곳은 총회장에 들어간 한국 대표들이 소식을 전하기로 약속한 두 대의 휴대전화뿐이었다. 유치위원회·정부 관계자는 물론 프랑스 파리까지 와 응원을 벌인 300여명의 여수시민 응원단의 눈과 귀도 이 휴대전화를 향했다. 마침내 전화벨 소리가 울리고 1차 투표 결과가 전해졌다. 한국 68표, 모로코 59표, 폴란드 13표였다. “이젠 됐다”라는 안도의 한숨보다 “뒤집히는 것 아니냐”는 불안한 수군거림이 더 컸다. 1차 투표에서 모로코와 20표 이상 차이를 벌려야 안정권에 든다는 분석도 있었고, 프레젠테이션도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팽팽하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2차 투표 결과 발표는 1차 투표 발표 뒤 채 5분이 지나지 않았다. “한국 77표 …”라는 말이 휴대전화로 전해지자마자 총회장 주변은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피말리는 유치경쟁은 이렇게 끝이 났다.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 성공은 외교력의 승리로 평가된다. 여수는 2002년 첫 도전에 실패한 뒤, 지난해 5월부터 500일 동안 지구 42바퀴 거리를 이동하는 대장정을 계속해 왔다. 유치위원회는 110개 나라에 유치사절단을 파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여수세계박람회 유치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고, 회원국 주요 인사들을 집중 공략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상회담 때마다 여수 세계박람회를 회담 의제로 두고 빠짐없이 지지를 당부했다. 이번 달에는 각 나라 정상에게 편지를 보내고 직접 전화를 걸 정도로 열성을 보였다. 외교관들의 맨투맨 유치 교섭활동도 회원국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재계의 활동도 크게 눈에 띄었다. 현대·기아차, 삼성, 에스케이, 엘지 그룹 등은 그동안 사업을 통해 구축해 놓은 해외 경제계 인맥을 통해 지지를 요청했다. 칠레는 이런 노력이 바탕이 돼 회원국으로 새로 가입해 여수를 지지했다. 정부와 재계, 지자체 등의 민관 협력도 승리의 요인으로 꼽힌다. 조태열 프랑스 파리 현지 민관 합동 대책본부장은 “매일 아침 대책회의에 재계 직원이 꼬박꼬박 참석해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유기적으로 협조했다”며 “민관이 이렇게 환상적으로 마음을 합쳐 성과를 거둔 예가 없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세계박람회 유치에 총수부터 너무 올인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지구온난화 문제 등 환경보호와 지속가능한 개발을 주제로 택한 것도 시의적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수 세계박람회를 환경문제 해결의 계기로 내세운 전략은 특히 환경에 관심이 큰 유럽 선진국가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파리/이재명 기자 miso@hani.co.kr‘희망’ 쏘아올린 시민들, 여수 ‘축제 도가니
|
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지를 결정하기 위한 제142차 세계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참가했던 한국 대표단이 27일 새벽(한국시각) 회의장인 프랑스 파리 팔레 드 콩그레 앞에서 유치를 자축하며 만세를 부르고 있다. 왼쪽부터 김재철 여수세계박람회 유치위원장, 박준영 전남지사, 김성곤 의원, 오현섭 여수시장, 한덕수 국무총리, 서갑원 의원, 조중표 외통부 차관, 강무현 해양수산부장관. 파리/연합뉴스
|
|
여수 시민들이 27일 낮 세계박람회 유치를 축하하려고 점심 식사를 무료제공한 시청 앞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여수/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
광고

기사공유하기